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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1-12 23:40
"나는 제주도를 떠나지 않고 살고 싶다" (김동주)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1,127  
제주에 새로운 '삼다'가 있다고 한다. 카페, 게스트하우스, 중국인. 그러다 보니 쓰레기, 자동차, 가계부채라는 또 다른 삼다가 늘고 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무엇보다 '우수한 자연환경'을 향유하려는 사람들의 욕망 혹은 필요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제주도의 관광화는 물리적, 생태적, 심리적 수용력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제주판 자원의 저주'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할 수 있겠지만, '관광객 환경 부담을'을 징수하여 제주도민 전체에게 '생태적 시민배당'을 지급하자는 주장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환경, 사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충족시킬 새로운 논의로 확장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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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주도를 떠나지 않고 살고 싶다"
[초록發光] '관광객 환경 부담금' 걷어 난개발 막자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라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삼다'(新三多, 신 삼다)라고 불리는 우스갯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먼저 제주도의 주요한 산업인 관광과 관련한 '신 삼다'로는 카페, 게하(게스트하우스), 그리고 중국인을 꼽는다. 구좌읍 월정리로 대표되는 해안도로뿐 아니라, 중산간 마을 곳곳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수 천 개에 이르고, 연간 250만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하였다.

한편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돌파하였고, 주민등록인구도 66만 명을 넘어섰다. 10여 년 전 인 2005년에는 각각 500만 명과 55만8000명이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급속한 인구 증가는 제주 사회에 또 다른 문제점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은 "쓰레기, 자동차, 가계부채"라는 또 다른 '신 삼다'로 표현되고 있다.

쓰레기 매립장은 포화가 임박하여 새로운 매립장을 건설 중에 있고, 소각장은 일일 처리규모를 넘어선지 오래되었다. 빚까지 내가며 도로를 잘 만들어놓은 결과, 너도 나도 자가용을 굴리다 보니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은 20%가 되지 않고, 세대 당 자동차 등록대수는 10년 전 1.0대에서 2015년 1.7대로 전국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상시적인 교통 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이주민은 연간 1만 명씩 늘었는데,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집값이 폭등하였고, 전국 최하위 소득 수준으로, 집을 사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대출이 필수였다. 결국 2016년 10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0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41.1%로 전국치 12.5%를 크게 상회하였을 뿐 아니라, 가구당 가계대출 규모도 4528만 원으로 전국(4465만 원)에 비해 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제주도민들의 건강이 좋을 리가 없다. 인구 대비 자살률, 음주율, 비만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높아서 이것도 신 삼다에 포함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한 번씩은 가보고 싶은 환상의 섬이었던 제주도는 더는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도 사람과 자동차와 쓰레기로 포화 상태인데,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바로 '제주 제2공항 건설' 때문이다.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 용역진은 제주 공항의 수용력 포화에 따른 대안으로 제주 제2공항을 성산읍 지역에 건설하는 게 타당하다는 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의 제주 공항과 같은 규모의 공항을 하나 더 건설하면, 제주도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현재보다 2배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도로에서 차가 막히는 것처럼, 하늘에서 "비행기가 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한라산을 코앞에 두고 활주로 이용순서를 기다리면서 제주 하늘을 뱅뱅 돌았던 경험을 한 사람들은 제2공항이 빨리 지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의 제주 공항 수용력이 조만간 포화에 달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광객 수송을 위해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져 있는 사실이 있다. 즉, 공항은 수송을 위한 장소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온다면 단순히 공항만 늘려서 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 분들이 이용할 숙박시설과 식당 및 상가, 그리고 관광시설들도 다 같이 늘어나야 한다는 문제가 숨겨져 있다. 오히려 제2공항으로 인해 개발이 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2공항 건설이라는 대규모 "개발 호재"로 인해 안 그래도 폭등한 땅값이 더 출렁이고 있다. 제주도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수조 원에 달하는 제2공항 토지수용보상금이 풀리면 결국은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들어갈 것"이라면서 이른바 '제주도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계속 조장하고 있다. 

땅을 갖고 있는 일부 도민들은 땅값이 올라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땅을 비싼 값에 팔면 다시는 땅을 살 수 없게 된다. 또한 대다수의 농민들은 농사도 제대로 안 되는 판에 공시지가만 올라 세금만 더 내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집도 땅도 없는 제주도민들은 현재의 제주 지역 평균 월급으로는 본인의 부동산을 영원히 소유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은 섬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 육지로 떠난 내 형은 이제는 돌아오고 싶어도, 떠나기 전보다 집값이 2~3배 이상 올라 돌아올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렇게 점점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살아가기 힘든 곳으로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제주도는 척박한 자연 환경과 탐관오리의 횡포로 인해 원래 그랬던 곳이었고, 굳이 4.3항쟁을 언급하지 않아도 정말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살아시믄 살아진다"(살아가고 있으면 살 수 있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리라.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사회적?환경적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제주도에서도 대응을 시작했고, 올해의 5대 역점 프로젝트는 쓰레기와 상하수도, 부동산 투기 억제 및 주거복지, 대중교통 및 주차, 난개발 방지 투자정책 및 질적 관광, 전기차 및 신재생 에너지 산업이다. 특히 그 중 하나가 바로 '관광객 환경 부담금' 징수다. 

이미 1979년 당시 연간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을 때부터 '입도세'라 불리며 도입을 검토했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도 관광 업계에서는 관광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어 반대를 했지만, 이제는 제주도민 거의 대부분이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목적도 있고, 소위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는" 부류도 있다.

최근에 제주도는 법적 검토 결과,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입도세 도입보다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에 대해 각각 2만 원과 1만 원이라는 입장료 현실화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한들 지금 나타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급격하게 늘어나는 인구와 관광객, 쓰레기와 자동차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의 적정한 물리적·생태적·심리적 수용력을 조사하여 그 이내로 거주 인구와 관광객을 관리하는 직접 규제의 방법을 사용하거나, 입도세를 도입하여 비용을 부담케 하는 간접 규제의 방법을 동원하는 등 제주도 전역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방법이 긴급하게 실시하지 않는 한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금 제주도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분야 포화의 기초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제주도의 자연 환경'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환경이 보전되지 않았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관광 개발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 국내 항공여객은 2007년 5000만 명에서 2016년 1억 명으로 9년 만에 2배 증가했고, 그 중 3분의 1은 제주노선이었다. 

결국 항공사와 호텔 등 관광 자본은 제주도의 자연을 활용해서 이윤을 획득하고 있고, 그럴수록 제주도민의 삶의 질과 제주도의 환경 질은 하락하는 외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관광 서비스업의 특징은 자연 환경을 무상으로 또는 아주 저렴하게 관광자원화를 하며,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저임금이 구조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제주의 젊은이들은 취업 등을 위해 도외 전출이 지속되고 있는데 반해, 중장년 층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위해 제주로 이주를 하고 있다. 나는 이것을 제주판 '자원의 저주'라 부르고자 한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관광객 환경 부담금' 징수를 통해 현재의 수용력 이내로 관광객 수요를 관리하고, 우수한 자연 환경으로 인한 수입인 환경 부담금의 절반은 제주의 사람에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연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해본다. 

우선 제주도민 전체에게 생태적 시민배당으로서 지급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통해 발생한 수입이 제주도민 전체에게 분배될 경우, 현재도 타 지역보다 높은 자연 환경 보호 의식을 더 고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실제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자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주도의 자연 환경에 투자한다. 예를 들어 사유지를 매입하고, 자연해설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현재 오름의 절반은 사유지이지만, 절 또는 상대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몇몇 소유주들은 오름 탐방을 금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2006년부터 곶자왈 공유화 운동이 시작되었지만 재원의 한계로 인해 매입 규모는 크지 않고, 아직도 개발 압력에 시달리는 곶자왈들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 부담금으로 이러한 사유지를 지속적으로 매입해서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제도적으로 개발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유지에 가해지는 개발 압력을 막기 위해서도 공유화가 근본적인 해답이 될 수 있다. 특히 보전해야할 환경 자원 총량을 확대한다면 그만큼 제주도의 환경적 쾌적성이 늘어나고 환경 부담금 납부에 대한 저항도 줄일 수 있으므로 궁극적으로 환경 부담금 수입도 늘리는 방안으로 이어진다. 
또한 자연해설사를 고용해 자연 환경 보호 구역을 탐방할 때는 의무동행 하게 하여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환경 훼손 행위도 감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환경 분야 사회적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어 노동 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세계인의 보물섬, 제주도가 더는 망가지지 않도록 지키고 싶고, 입도 600년이 지나도록 살아온 이곳을 떠나지 않고 계속 제주도민으로 살아가고 싶다. 전국 1%의 섬, 제주도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대한민국도 지속불가능하다. 박근혜 정부가 '탄소없는 섬' 조성을 국가정책 목표로 삼았지만, 지금의 '신 삼다'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무엇이 지속가능할까?

/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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