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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2-08 12:02
박근혜의 설악케이블카, '환경 농단'은 어찌할까 (김고운)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3,424  
환경부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게 트럼프 행정부에서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환경부도 체질 개선이 필요할 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처럼, 기업 친화 정책에 들러리를 서게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결정 과정에서 환경부의 정체성 위기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렇다. “지금 정당하지 못하게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게 비판이 집중되어 있지만, 수많은 환경전문가 및 관료들도 소위 "환경 농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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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설악케이블카, '환경 농단'은 어찌할까
[초록發光] 환경부, 지속가능발전 대안 제시해야

환경 담당 부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후 변화를 공공연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 환경청(EPA)의 규제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법무부 장관을 미 환경청장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환경 규제를 추진하는 주무 부처에 규제 반대주의자가 수장이 된다는 소식에 '미 환경청 일부 조직이 없어진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다' 등 비관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환경부의 현실은 더 복잡하다. 오색 케이블카 사업 등에서 환경 담당 부처의 정체성이 변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 12월 28일,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에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안건을 심의해 부결했다. (☞관련 기사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 제동…문화재위원회서 부결

천연기념물인 산양 서식지 파괴 등을 들어 443일 동안 케이블카 사업을 반대해온 환경단체, 녹색당 등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을 일제히 환영하였고, 사업을 추진해온 강원도와 양양군은 반발했다. (☞관련 기사 : 강원 양양군 "설악산 케이블카 재심의해야")

문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관련 의사 결정 과정에서 환경부의 정체성 위기가 심각해졌다는 거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현재 국정 농단 사태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이 깊다. 1988년부터 추진되었으나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업이 비로소 추진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환경 보전을 담당하는 환경부의 활약(?)이 컸다. 기업 친화 정책을 편 이명박 정권 시절에도 거부 의사를 표명한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내준 것이다.

2008년, 2012년 두 차례 반대 결정을 내린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015년 8월 편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승인을 내준 배경에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2014년 8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무역투자 진흥위원회에서 공개적으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좀 조기에 추진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언급하였다. (<농정신문>, JTBC 보도).

  
박 대통령이 발언하기 불과 2달 전인 같은 해 6월 9일, 전경련에서 케이블카 설치 관련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를 발표했다.  ☞관련 기사 :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이것도 박근혜 대통령 지시? '주인따라 탄핵됐네'")

대기업 대표들의 모임이 제안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통령이 화답하여 추진 의사를 천명하였고, 결과적으로 국립공원 보전에 책임이 있는 환경부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주무 부처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환경 전문가 집단으로서 환경부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정권 실세가 입력한 기업 친화 정책이 경제 활성화, 신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 들러리를 선 격이다. 환경부와 같은 부처가 무력한 대응을 되풀이하게 되면 결국 시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를 보라!)

어려운 경제를 살리는 데 환경 분야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환경부도 기여해야 한다면, 규제를 풀고 기업을 위해서 각종 지원을 하는 구태의연한 방식만 쫓을 게 아니다. 환경부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녹색 일자리,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국립공원에서 무장애 탐방로를 설치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교통 약자를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에 대한 환경적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책이다. 하지만 국립공원 바깥에선 깜깜이다. 왜 교통 관련 부처와 협력하여 무장애 탐방로와 무장애 교통 체계를 연결하자는 주장을 현실화시키지 못하는가? 생태 관광과 교통 약자를 위한 시설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경제 활성화 노력과 연결하려는 노력을 할 수도 있다. 그저 환경을 지키기만 하던 산업화시대를 넘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정당하지 못하게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게 비판이 집중되어 있지만, 수많은 환경전문가 및 관료들도 소위 "환경 농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환경부가 침묵하고 역할을 내버릴 때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민간위원 중심의 문화재위원회에서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감사원은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위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국민 공익 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퇴색된 환경부의 정체성 문제, 이제 환경부가, 환경부를 구성하고 있는 환경 전문가들이 응답할 때다. 2월 임시국회에서 황교안 권한 대행이 중점 추진하겠다는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한 환경부의 대응, 환경전문가 집단의 책임 있는 대처를 촉구한다.

/ 김고운 환경정책 연구자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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