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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3-24 18:05
태양광·풍력은 언제까지 '보조에너지원'이어야 하나? (박진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3,727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 기후변화 분야의 정책토론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던 중장기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조정과 관련 정책 개선 과제들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재생에너지가 보조 에너지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일 것이다.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인 에너지 시스템을 바로 잡아 바꾸는 일은 연구 개발이라는 토대의 전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그에 합당한 정부와 지자체의 조직개편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촛불 에너지가 활활 타올라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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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은 언제까지 '보조에너지원'이어야 하나?
[초록發光] 재생가능에너지의 기울어진 운동장


지난 3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차기 정부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확대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이상훈 소장은 최근 산업부 장관이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10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의 원별 증가율 추이를 보면, 2030에 신재생 전력량 목표 20%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목표 상향 조정과 소규모 설비에 대한 FIT(발전차액 보전 제도) 병행, 에너지 프로슈머 활성화, 주민참여형 사업 모델 개발과 기술 혁신 등을 실행 정책으로 제안하였다.
  
에너지 정책이 대선 이슈로 크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주요 대선 주자들의 정책 공약에 원전 축소 및 폐지와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서술은 되어 있어 차기 정부에서 확대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차기 정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로 OECD 최하위라는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

그런데 다만, 보급률 증가에 필요한 정책 설계와 실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가 현재의 핵에너지 지위에 버금갈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새로운 기관이 설립되었다. "지속가능한 원자력 발전을 위해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원자력 싱크탱크"이자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합적이고 심도 있는 원자력 지식 정보의 제공처" 역할을 하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새로이 출범하였다. 국내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을 조직하여 원자력 관련 지식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원자력 문화재단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도 "원자력에 대한 이해 확산"에 기여하는 센터가 또 만들어진 것이다.  

풍력 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소의 온실가스 저감 기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졸속 부지 선정, 낮은 지역 주민의 참여 등으로 지역 갈등에 직면하는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켜 줄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세대 원자로 최신 정보는 한수원, 원자력문화재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100%로 도시 에너지 공급이 현재도 가능하고 차세대 태양광 전지 기술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하는 정보를 정부 사이트에서 얻기는 어렵다.
 
이런 까닭에 우리 사회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여전히 원자력, 석탄과 같은 주에너지원이 아닌 보조에너지원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 보조 에너지에 대한 정책 순위는 낮은 것이 당연하다. 정보 수준이나 양에 있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마주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의 현재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도 원자력 문화재단이나 원자력 정책 센터와 같은 싱크탱크이자 지식 정보 제공처가 마련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 통제 기술원과 대학의 원자력 공학과 양산과 더불어 기술 연구 조직 확대로 이어졌다. 발전 기술에서부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연구까지 원자력 발전 기술 시스템 연구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이들 연구 시스템은 한국형 원자로 제작 성공을 가능하게 하며 기술에 대한 자긍심까지 갖게 한다. 

이에 반해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 절약 연구와 태양에너지, 수소 연구를 아우르는 에너지기술연구원이 존재하지만, 풍력 연구소나 태양광 연구소 등 전문 연구소로 분화되어 있지 않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프라운호퍼 풍력에너지 및 에너지시스템기술 연구소,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 연구소를 독립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개발 기금으로 '에너지기후기금'을 마련해두었다.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잘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 측면에서 현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해야 한다. 분야별 독립 연구소가 아니더라도 재생가능에너지 연구를 전담하는 독립 연구소를 신설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과 유사하게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투자만을 전담하는 연구 기금 마련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지원 체제 구축을 통해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기술 축적이 이루어지면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엔지니어들 역시 증가할 것이다. 이는 또한 이들 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공급 제도의 정비 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는 이처럼 관련 연구 기관 확대, 연구 투자 규모 확대 정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차기 정부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기반의 지역 분산형 체제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자체 차원에서 정책 전문 부서가 정비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 잠재량을 활용하여 지역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기술 개발 및 보급 정책을 관장하는 지자체 산하 전문 부서를 설립하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분산 특성을 반영하여 지역에 특화된 데이터 수집과 이에 기반한 보급 계획 수립, 기술 수요 파악, 지역 기술 혁신 역량 파악 등을 담당하게 한다.
 
이렇게 차기 정부에서는 다만, 확대된 보급 목표의 정량적 달성을 넘어 재생가능에너지가 마주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이나마 평평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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