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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7-24 18:10
리빙랩으로 에너지전환하자! (김준한)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698  
리빙랩(living lab).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곧 연구실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문 연구자와 기관이 독점해왔던 연구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제품 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방법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리빙랩에서 '탁상행정'이란 말은 설자리가 없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성대골에서 여러 공동기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 리빙랩' 프로젝트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1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작업에서 주인공은 '전문연구원'이 아니다. 바로 '마을연구원'이다. 이들이 구상하고 토론하고 선택한 미니 태양광 기술, 금융, 교육 프로그램이 궁금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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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랩으로 에너지전환하자!
[에정칼럼]사용자 주도형 혁신 플랫폼 방법론·철학

최근 리빙랩은 보건, 농업, 에너지,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용자 주도형 혁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컬럼에서는 리빙랩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고, 에너지전환 리빙랩의 사례로서 성대골에서 진행 중인 ‘도시지역 미니태양광 리빙랩’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리빙랩이 가지는 의미와 그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필자)

리빙랩(living lab)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 농업, 에너지, 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리빙랩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리빙랩이 뭐길래?! 리빙랩은 보통 ‘사용자 주도형 혁신 플랫폼’이라고 소개가 된다. 왠지 더 어려워진 느낌이다.

조금 더 쉬운 설명을 위해 리빙랩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리빙랩의 ‘리빙’은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을 의미하고, ‘랩’은 연구실을 의미한다. 즉 리빙랩이란 쉽게 말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곧 연구실이라는 개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우리 동네, 우리 도시가 모두 연구실이 될 수 있으며,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직접 연구자가 되어 연구활동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리빙랩이다. 그렇다면 리빙랩은 언제, 어디서부터, 그리고 ‘도대체’ 왜 시작됐을까?


리빙랩은 전통적인 연구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미국 MIT의 윌리엄 미첼(William J. Mitchell) 교수가 최초로 도입한 개념이다. 기존 연구는 전문적인 연구자가 통제된 연구실 환경에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연구 결과물이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실용화에 실패한 채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연구실의 개념과는 반대로 리빙랩의 핵심은 1)사용자 주도, 2)실생활 기반, 3)혁신의 공동창출(다양한 행위자 참여), 4)모니터링과 학습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 개선 과정 등 크게 네 가지 특징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미첼 교수에 의해 진행된 최초의 리빙랩은 스마트홈을 구축하기 위해 일반 가정에서 사용자와 IT기기 간의 상호작용을 모니터링하고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을 혁신하는 리빙랩이었다. 이러한 리빙랩이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플랫폼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따라서 현재 리빙랩은 크게 제품 개발형 리빙랩,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으로 나눌 수 있다.

제품 개발형 리빙랩의 경우, 사용자의 의견이 반영된 시제품이 개발되면 사용자가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면서 꾸준히 제품 개선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여 최종 제품을 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니즈를 보다 맞춤형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실생활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연구실에서 상용화 과정에 걸리는 시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품을 혁신하고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 인센티브 제공 등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자와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연구소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하나의 과정이 곧 리빙랩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의 경우에는 제품 대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기존의 정책은 엘리트 관료 주도로 만들어졌는데, 그 결과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정책이 나와 정책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책상에서 나온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는 정책들이다. 그러나 리빙랩에서는 정책 개발 역시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이루어진다. 정책 개발 과정에 정책의 대상이었던 시민이 주도하고, 공공기관, 연구소, 민간기업, NGO 등 다양한 전문가가 이를 지원하여 함께 혁신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시민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시민이 직접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사회문제 해결형 리빙랩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에서도 필요한 ‘리빙랩’ 방법론과 철학

이처럼 리빙랩은 새로운 제품이나 정책을 사용자(시민) 주도로 개발하는 ‘사용자 주도형 혁신 플랫폼’이다. 리빙랩은 혁신을 위한 ‘플랫폼’이기에 다방면에 적용이 가능한 하나의 방법론이지만, 에너지전환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접근 방식이다.

기존에는 재생에너지 기술이 하향식(top-down) 방식으로 보급되어 왔는데 주민이 기술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부족하여 큰 성과를 거두지 못 했다. 과거 정부 주도의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사례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전환 리빙랩에서는 기술과 정책의 혁신이 시민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재생에너지 기술 및 정책이 보다 시민 맞춤형으로 개발되어 그 수용성이 한결 높아진다. 따라서 리빙랩 방식을 통해 기존 하향식 보급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기술, 인식, 규제, 정책, 문화, 인프라 등 다양한 사회·기술적 요소를 고려해야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행위자와 함께 혁신을 창출해나가는 리빙랩이야말로 에너지전환을 이뤄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리빙랩의 실 사례로서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에서 진행된 “도시지역 미니태양광 리빙랩(이하 성대골 리빙랩)”을 살펴보자. 성대골 리빙랩은 미니태양광의 수용성을 향상시키고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전환 리빙랩이다.

성대골 리빙랩에서는 성대골 주민들이 마을연구원으로 직접 참여하여 미니태양광 DIY 제품과 “우리집솔라론” 금융상품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하였다. 미니태양광 DIY 제품의 경우, 마을연구원들이 기존의 태양광 패널을 DIY로 설치해보고, 설치하면서 어려웠던 점, 개선해야 할 부분을 제시하여 미니태양광 보급업체인 ㈜마이크로발전소와 함께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을 최종 개발했다. 지난 1일에 열린 미니태양광 DIY 시제품 워크숍에서 마을연구원들은 자신이 직접 제시한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

또한 성대골 마을연구원들은 동작신협과 함께 미니태양광 자부담금을 동작신협이 먼저 지불하고 지역 주민이 월 1만원씩 약 2년간 무이자로 갚아나가는 “우리집솔라론”이라는 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동작신협이 금융상품의 초안을 만들어 마을연구원들에게 제시하였고, 마을연구원들의 의견을 담아 최종 금융상품이 출시되었다.

이처럼 마을연구원들은 리빙랩에 참여하면서 리빙랩이 무엇인지 배워나가고(learning by doing), 이를 통해 ‘내 의견이 실제로 구현이 될 수 있구나’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는 이후 리빙랩에서 주민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이번 리빙랩을 통해 주민들은 미니태양광에 대한 관심과 기술 이해도가 높아져서 기술과 더 친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이번 리빙랩의 목적인 미니태양광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태양광을 직접 체험해보는 성대골 리빙랩의 마을연구원들

성대골에너지전환마을에서는 사실 리빙랩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리빙랩을 위한 기초활동을 하고 있었다. 주민이 직접 에너지전환 관련 기술을 주민 주도로 보급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 태양열 온수기, 단열 등 다양한 민간 업체와 연락을 하고, 관련 연구원, 교수, 공무원을 끊임없이 만나 기술, 정책 등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성대골절전소, 에너지반상회, 에너지슈퍼마켙 등 다양한 에너지 운동을 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높여나가고 있었다. 이를 통해 성대골은 선구적인 에너지자립마을로서 혁신적인 활동을 이어나가 서울시 에너지전환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인적·사회적 네트워크는 이번 리빙랩의 큰 자산이 되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리빙랩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성대골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일까.

사실 우리 주위에도 굳이 “리빙랩”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리빙랩과 유사하게 진행되는 활동이나 사업이 있다. 리빙랩이라는 것은 하나의 개념일 뿐이며, 리빙랩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해서 리빙랩과 같은 활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반대로 무늬만 “리빙랩”을 붙인 채 기존의 방식에 몇 가지 참여적 요소만 가미하여 진행하는 사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리빙랩”의 철학, 즉 일상 생활환경에서 사용자(시민)가 주도하고 전문가가 지원하여 제품과 정책을 혁신해 그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에 있어서 필요한 것 역시 이러한 “리빙랩”의 철학이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리빙랩의 철학을 흠뻑 담고 있는 다양한 에너지 관련 리빙랩의 활약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 김준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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