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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7-28 18:08
"'문재인표 3020정책', 성공의 조건?" (김동주)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667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중요한 키워드는 양적 확대만이 아니다. 주민참여와 계획입지를 강조하거나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선행 사례라 할 수 있는 제주도의 경험과 현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주도의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는 난개발 방지와 풍력자원 보호와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해 마련되었다. 여러 긍정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 입지 갈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사업자의 투자 불확실성을 줄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개발이익 공유화('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와 연결되어 있어 자연에너지 자원의 개발이익을 환원 받아 지역에너지자립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인근 마을에는 '신재생에너지 특성화 마을'로 지정되어 3MW 이하의 풍력발전기 1기에 대한 사업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측면에서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나가는 제주 사례를 잘 적용하면 육지에서도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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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3020정책', 성공의 조건?"
[초록發光] 제주특별자치도 풍력발전지구 지정, 성과와 과제



문재인 정부의 환경에너지정책은 탈석탄?탈원전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보급율을 20%로 높이려는 이른바 '3020'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 동안 망가졌던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공급망 및 설비인프라를 복구해야함과 동시에 재생가능에너지를 설치할 입지분석과 평가도 해야 한다.

특히 입지분석과 평가는 자원분포와 환경영향에 대한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과거의 사례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의 적절한 입지 선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제주도에는 육지와는 달리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가 있다. 원칙적으로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곳에서만 풍력발전에 대한 전기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전기사업 허가로서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허가해줬다. 그런데 전기사업 허가는 (지금도 그렇지만) 사업자의 재무성과 기술력만 보고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환경과 경관, 주민수용성의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10여 년 전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많이 나타났다. 결국 한 사업자는 스스로 사업 허가를 취소해달라고도 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지역 사회에서는 풍력자원이 많은 곳과 환경영향이 적은 곳, 그리고 주민들의 수용성이 높은 곳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입지를 결정할 수 있는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11년 5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4단계 제도개선)을 통해 '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였고, 그해 10월 '풍력발전 사업 허가 및 지구지정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으며, 12월에는 세부적인 사항을 고시 하였다.

풍력발전지구는 기본적으로 난개발 방지와 풍력자원의 보호를 위한 만들어진 제도다. 제주도의 주요 산업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경관을 바탕으로 한 관광업이다. 그런데 아무데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면 제주도 고유의 경관미와 환경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풍력자원의 질이 좋지만 해당 부지에 선행하는 개발사업이 있다면 좋은 질의 풍력자원을 에너지 개발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육상풍력발전지구는 단지용량 20㎿ 이상, 단지 이용율 20% 이상을, 해상풍력발전지구는 단지용량 100㎿이상, 단지 이용율 30% 이상을 지구 지정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더욱이 경관관리 조례에 따라 오름 및 주요도로로부터 1.2㎞ 이내에는 시설물의 높이가 오름 비고의 1/3을 넘을 수 없음에 따라, 사실상 풍력발전기 설치가 금지되는 기준으로도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풍력발전지구 지정 신청 서류에는 '마을회 회의록이나 주민호응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함에 따라 대부분은 마을 총회 회의록을 제출하고 있으며, 해상풍력은 이해당사자인 어촌계 회의록도 첨부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지사가 사업자로부터 제출받은 서류를 검토 한 후 풍력발전지구로 지정하는 고시를 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도의회 동의'가 있다. 풍력발전사업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이 소요되는 초대형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골프장같은 관광개발사업처럼 부정부패와 비리가 끊임없이 제기되었고, 환경영향과 주민갈등이 발생하는 현안이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과 지하수영향평가 협의내용에 대한 도의회 동의절차가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주도지사의 개발지향적 정책결정에 대한 대의기관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풍력발전지구 지정에 대한 도의회 동의 권한은 2011년 풍력 조례 제정 시에는 없었지만, 2013년 도의회가 주도한 조례 개정을 통해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였고, 제주도가 대법원에 권한 쟁의소송을 하였지만, "특별자치도지사의 권한에 대한 특별자치도의원의 견제 의무"라는 논리를 통해 승소하여 현재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제주도에서는 2011년부터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지구지정은 입지에 대한 사전 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구지정 요건에 맞지 않으면 사업 허가도 받을 수 없으므로, 사업자의 투자 불확실성을 상당히 감소시켜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육상풍력은 발전용량이 20㎿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질의 바람이 불더라도 기준 용량 이하면 지구로 지정될 수 없다. 즉 소규모 우후죽순 격의 풍력단지 난개발을 막고 있는 효과를 얻고 있음과 동시에, 애초부터 허가를 받지못할 부지에 대한 사업계획이 세워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제주도에서 육상풍력이 더 이상 추진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20㎿이상의 단지를 설치할 장소가 거의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풍력발전지구 지정의 또 다른 효과가 바로 개발이익 공유화 제도이다. 현재 제주도는 2013년 이후 신규로 건설되는 풍력발전사업에 대해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매출액 환산 7% 수준의 기부금을 받고,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에 세입시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은 지구 지정 6개월 이내 제출해야 하고, 20년 이후 지구 지정 기간이 만료되고 연장할 때,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의 이행상황을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즉, 지구 지정을 개발이익 공유화의 제도적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개발이익 공유화와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가 있다. 바람과 같은 자연에너지원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풍력발전사업으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근처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만 배분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개발이익 공유화가 아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사업 수익 중 제주도 바람이 기여한 가치에 대해 기부금 형태로 개발이익을 환원받고, 그것을 '풍력자원 공유화기금'으로 세입시킨 후 베란다 미니태양광 발전기 보급사업 등 지역에너지 자립을 위한 사업에 지출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비해 예산이 매우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앞으로 해당 지역 자연에너지 자원의 개발이익을 환원받아 지역에너지 자립을 위한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인근 지역주민에게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제주도에서는 풍력발전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인근 마을을(지번이 속해있는 마을) '신재생에너지 특성화 마을'로 지정할 수 있고, 그에 따라 3㎿ 이하의 풍력발전기 1기에 대한 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다. 사업자로부터 매년 얼마씩의 보상금을 받는 것을 넘어서, 아예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있는 권리를 부여해줘서 자체적으로 풍력발전기 가동을 통해 얻는 이익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십 여기 이상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있는 마을이므로 추가로 1기를 더 설치하더라도 경관 및 환경영향은 덜 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주민참여형 재생가능에너지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논의와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물론 현금으로 받는 부분도 있지만, 이것은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당연히 지불해야 할 "비용"의 측면이다. 즉, 마을주민이 소유한 토지(공동목장 등)를 임대하여 풍력발전기를 설치한다면 주민이 받는 현금은 임대료이다. 최근 전력거래가격은 하락하고 있는데 비해 기존 보다 몇 배 높은 임대료로 계약된 사례가 있어서, '바람으로부터 얻는 우리 모두의 이익'을 토지주로서 해당 마을 주민이 더 가져가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한편 여기에 더해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따라 받는 지원금은 대한민국 어디에서 적용되는 제도이고, 사업자가 지급하는게 아니므로(국민 모두가 내는 전기요금의 일부를 적립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출) 그것은 개발이익 공유화 계획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이렇듯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오는 풍력발전지구 지정 제도도 몇 가지 제도적 한계를 갖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구 지정을 위한 세부 입지평가기준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에 대한 내용을 보면, "해안경관을 현저히 해치는 해역 등에서는 풍력발전시설의 설치를 제한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해상풍력은 발전기의 높이만 해수면으로부터 약 170미터에 달하고, 최소한 30기 이상을 해안선 바로 앞에 집단적으로 설치한다. 그렇다면 대규모 해상풍력이 해안경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한데, 이것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기준이 아직은 없기 때문에 심의를 할 때마다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또 현행 제주도 고시에는 해상풍력발전지구의 "환경?경관?문화재 영향에 대한 세부기준은 개발사업 시행 승인 시 관계 법령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풍력발전지구 지정제도가 개발사업 허가에 선행하는 사전입지평가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보면 그런 성격을 부정당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자들이 제출한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계획을 보면, 환경 및 경관 영향에 대한 대응방안은 지구 지정 이후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하면서 조치하겠다고는 것이 전부다. 환경영향평가 이행 단계로 넘어갈 것인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답변은 사업수행의 전후관계에 대한 모순이다. 따라서 개발사업시행 승인시 관계법령에 준하는 기준으로 사전 입지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지구지정 기준이 수립된다면 지금처럼 전기사업 허가를 얻고도 주민갈등과 환경 훼손 논란으로 인해 사업추진이 지연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고, 그 만큼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면, 기존처럼 사업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여 그 동안 진행되었던 에너지자원에 대한 조사결과, 환경성에 대한 등급 및 각종 환경보호지역 현황, 전력계통 연계의 용이성 등을 종합하여 재생가능에너지 입지에 대한 예비후보지로 선정한 뒤,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 개최를 거쳐서 호응도가 높은 지역을 공모받아 (가칭)재생가능에너지개발지구 결정 한 후, 경쟁 입찰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가장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주는 방식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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