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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08-16 11:16
상생 없는 개발의 결과 (김아연)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2,511  
에티오피아에 르네상스라는 이름의 대수력 댐이 6년 째 건설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무려 6,000MW의 규모로 41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와 다수의 국민들은 이 댐을 국가 발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근대적 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하고 산업화 수준이 낮은 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과 인근 이집트와 수단 등 주변국들이 댐 건설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가 있다. 건설 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의 인권 유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주변 국가들은 나일강 상류에 자리 잡을 댐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물 부족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에티오피아의 문제가 아니다. 메콩강을 이용하여 생산한 전기를 태국에 수출하려는 라오스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전환을 이야기하는 지금, 환경과 사람과 상생하는 에너지 개발에 대한 고민도 깊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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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없는 개발의 결과
[에정칼럼] 발전소와 에너지 빈곤

맹목적인 믿음 아래 세워지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나일 강이 지나가는 에티오피아 구바 협곡에서는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소인 르네상스 댐을 건설하기 위한 공사가 6년 째 진행 중이다. 이 대규모 댐 건설 프로젝트는 1990년대부터 20년간 에티오피아를 장기 집권했던 멜레스 제나위 총리에 의해 시작되었고 공사 작업에만 하루 8,5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24시간 순번제로 참여하고 있다.


건설 중인 르네상스 댐 사진 (출처:DigitalGlobe/Getty Images)

자국민들은 르네상스 댐 건설이 에티오피아를 더 나은 국가로 발전시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믿음을 기반으로 에티오피아 정부는 6,000MW의 규모·41억 달러의 예산에 달하는 댐 건설을 위하여 국민들에게 국채 매입을 요구하였고 그 결과 3억 5천여 달러의 건설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자국민들의 열성적인 지지와는 달리 국제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국제 인권 단체들과 이집트, 수단 등의 주변국들은 르네상스 댐 건설을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노동자들, 이주민들의 인권을 우려하였고 인근 국가인 이집트와 수단 정부는 이 댐의 나일 강 상류 점유가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에게 물 부족을 일으키는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였다. 에티오피아 국민들 역시 건설 노동자들의 수고로움에 안타까워하고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지 주민들의 피해에 유감스러움을 표하였으나 르네상스 댐이 가져다주는 풍부한 전력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르네상스 댐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60% 이상 건설이 이루어진 상황이다. 완공 시에는 나일 강 흐름이 변화되어 더 많은 홍수와 가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 전기 생산만을 위해 설계된 르네상스 댐 구조가 장기간의 가뭄 기간의 하류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자칫하면 이들이 꿈꾸는 개발이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를 거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라오스 농촌 지역 전력화 상황에서 알 수 있는 르네상스 댐의 미래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의 사례는 현재 라오스가 처한 상황과도 이어진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배터리’로 불리는 메콩 강을 이용한 수력발전을 수출산업으로 삼고 있다. 라오스 댐으로부터 수력 전기를 싸게 공급받는 태국을 제외한 인근 국가들이 강력한 반발을 제기하였고 환경 단체들이 댐 건설로 인한 유량 변화, 수질 악화, 희귀종 멸종, 생태계 변화, 환경 파괴 영향 초래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라오스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외부 자원에 의존한 굵직굵직한 개발 프로젝트 사업들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도 태국과 국경을 접한 라오스 서북부 싸이냐부리 지역에서는 1,285MW 규모의 싸이냐부리 댐을 건설 중이나 완공 시 전력의 90% 이상을 태국으로 보내도록 약정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은 원치 않는 이주를 강요당하였으며 건설 인력마저도 외부에서 유입되어 현지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과연 이들이 얻게 될 이득은 무엇일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라오스 싸이냐부리 지역 주민들의 에너지 빈곤 완화를 위한 재생가능에너지 지원 수요는 이전과 동일하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싸이냐부리 댐 건설 여부가 주민들의 삶, 특히 에너지 빈곤 계층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라오스 전체의 전력화율이 72% 이상 증가하였으나 전체 인구의 약 70%가 살고 있는 농촌의 전력화율은 약 38%에 불과하다는 점만 보아도 각종 발전소 건설이 라오스 농촌 에너지 빈곤을 완화시켜주었다고 보긴 어렵다.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을 지지하는 이들은 댐을 통한 에너지 확보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토대이자 빈곤 탈출을 가속화하는 도구로 사용되리라 굳게 믿는다. 이 믿음은 에너지 빈곤 극복이라는 명목 하의 벌어지는 과한 노동 환경과 거주지를 잃어버린 이들의 희생은 묵인하도록 만든다. 이 모든 것이 경제적 가치만을 바라보았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경제적 가치만을 바라보고 개발을 시행하면 더 많은 희생자들을 낳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댐 건설 지지자들이 기대하는 에너지 빈곤의 전환점이 찾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애초에 주변 국가와의 상생, 자국의 이주주민을 비롯한 에너지 빈곤계층과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은 대가라 할 수 있다.

상생 없는 경제 개발의 무용함

얼마 전 문재인 정부가 기존 정책에 따라 내린 ‘자발적 급전 지시’(급전지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정부가 미리 계약한 기업에 전력사용 감축을 지시하는 것을 지칭)가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오보가 들끓었다. 현재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 수급 불안이 기업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난에 근거한 주장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전기를 많이 소비할수록 할인율을 대폭 높여달라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경제적 가치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이들에게도 이들이 기대하는 경제적 이윤이 찾아오지 않을 확률이 높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에티오피아와 라오스 그리고 우리가 이미 겪어왔던 수많은 사례들이 빈곤계층과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없이 얻는 경제적 가치의 무용함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 김아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 활동가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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