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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10-11 13:03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제, 이제 바꿀 때! (김동주)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9,066  

2012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하였다. 그후 서울에너지공사가 설립되었고, 부산 등에서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그리고 경기에너지센터처럼 중간조직 성격의 전담기구에도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사례로 볼 때, 지방에너지공사가 공익성와 경제성의 경계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금처럼 태양광과 풍력 설치 및 생산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원에 접근할 수 있으려면 한전과 민간 에너지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정해야 하는지, 이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따지지 않고서는 곧 한계에 직면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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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중형 에너지 체제, 이제 바꿀 때!
[초록發光] 지방에너지공기업, 성공의 조건은?



최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 마다 지역에너지공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5년 전인 2012년 7월,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출범하였고, 올해 2월에는 서울에너지공사도 설립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부산시에서 타당성 검토용역에 들어간 상태이며, 이외에도 경기, 전북, 전남, 인천 등에서 관련 논의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미 지난 8월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제1회 재생에너지정책 협의회'에서 지자체 재생에너지 보급계획 수립 및 전담기구 설립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서울과 제주 에너지 공사, 경기도 에너지 센터와 같이 지자체별로 지역 맞춤형 사업을 개발하고 주민 참여를 촉진하며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할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이런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조만간 제주와 서울에 이어 제3, 제4의 지방에너지공사가 설립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제는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력공사(발전자회사 포함)라는 거대 국가공기업이 에너지 공급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에 설비의 입지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그 지역에 부존하고 있는 자연에너지자원을 바탕으로 생산하는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해야되고, 그 중심적인 역할은 지방에너지공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년 전 설립되어 운영 중인 제주에너지공사 사례를 중심으로 앞으로 설립될 예정인 지방에너지공기업의 성공을 위해서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해보려 한다. 

먼저, 공기업도 사업자이기 때문에, 공익성뿐 아니라, 운영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에너지는 그 자체로 공공성을 띠고 있지만, 그것을 공급하기 위해 무리하게 설비를 갖추다 보면 재원조달의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경영을 하는데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관련 법에 따라, 공사가 발행할 수 있는 있는 회사채는 자본금의 200%라서 설립 자본금이 부족하면 대규모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어렵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약 660억 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되었는데, 현재 건설한 육상풍력발전단지와 이것을 확대할 신규 육상풍력발전단지를 위해 회사채 발행한도에 거의 근접하였다. 그래서 최소 5000억 원에서 수 조원에 이르는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재원조달방안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기존 제주도가 설치, 운영한 풍력발전단지를 현물출자받아 출범하였기 때문에, 조만간 노후화된 설비를 지속적으로 새로운 설비로 교체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대규모 에너지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지방에너지공기업은 5년 또는 10년 단위의 중장기 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해서 소요예산과 재원조달방안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한전과 민간 에너지사업자와의 관계이다. 이는 지방에너지공기업의 사업영역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에 논의되는 대부분의 지방에너지공사의 신규 사업영역은 태양광을 기본으로 한 재생가능에너지이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등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적용을 받는 발전회사 뿐 아니라, 소규모 에너지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태양광사업자들은 매우 넓게 분포하고 있다. 또한 발전분야 이외에도 가스와 집단에너지는 이미 민간사업자들의 영역이다. 따라서 새롭게 신설되는 지방에너지공기업에서는 어떤 사업을 통해 지역분산형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면서, 지역주민의 에너지복리를 증진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제주도로부터 현물출자받은 설비가 대부분 풍력발전이고, 신규로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여 풍력발전을 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 조례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이외에 석탄, 석유, 가스 등의 생산, 수송, 분배, 판매 및 그 밖의 이와 관련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즉, 법적으로 대부분의 에너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두었기 때문에 단순히 재생가능에너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하지 못하는 에너지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예를 들어, 조만간 제주도에 공급될 LNG와 관련된 사업 뿐 아니라, 석유류 비축사업에도 참여하여 섬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간략히 언급한 지방에너지공기업의 성공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에너지권한 이양과 함께 한전의 구조개편을 동시에 논의해야 제대로 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대로 한전 중심의 에너지 체제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재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전이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진출하면, 안 그래도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 설립한 지방에너지공기업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에너지공기업 설립과 운영은 자치단체장의 성과로만 수렴되서는 안되고 개발주의 국가에서 형성된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제를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김동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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