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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11-03 17:12
“지역에서 결정하는 에너지 시나리오” (김남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316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준비 과정을 거치고, 지난 10월에 충청남도 에너지전환 비전 수립을 위한 도민 에너지기획단 워크숍(총 3회)이 열렸다. 공교롭게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공론조사)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다루는 주제도 다르고 시민참여 모델도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에너지전환이 화두인 지금, 충남의 새로운 실험이 주목 받고 있다. 에너지 분권과 자치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이번 시도를 앞으로도 다각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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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결정하는 에너지 시나리오”
[에정칼럼] 충청남도 에너지전환 비전 도민 워크숍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대한 공론화 결과가 건설재개 59.5%, 건설중단 40.5%로 결론이 나고 잠시 중단되었던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재개되었다. 공론화 결과를 보며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고, 몇몇은 공론 방식에 대한 회의감마저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 비슷한 시기에 (사)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충남연구원이 공동 주관하고 충남도청, 충청남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공동 주최한 “충남 에너지전환 비전 도민 워크숍”도 10월 28일 3차 워크숍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워크숍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광역 지자체에서 처음 실시된 주민참여형 에너지 시나리오 워크숍 경험이 지역 에너지 전환 운동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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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에너지전환비전 도민 워크숍’은 충남연구원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시행하는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2050년 충청남도의 에너지전환 비전을 도민들이 직접 논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충청남도는 2015년부터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에너지 수요를 줄여 전력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주장해왔고 특히 미세먼지 발생이 높아진 최근 몇 년간 당진시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중앙집권식의 에너지 정책 시스템에 반대해왔다.

에너지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소비자, 혹은 국민은 에너지계획 수립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그럼에도 시민참여를 도입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있어왔다. 2014년 대안 시나리오 워크숍, 2015년 대구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서 시도된 타운홀 미팅과 포커스그룹 미팅, 2016년 전주 지역에너지계획, 2017년 광명 지역에너지계획 등이 시민참여 방식, 즉 시민이 직접 토론하고 선택하는 방식으로 수립되었다.

충청남도 에너지전환비전 수립 연구는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광역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약 3주의 긴 시간 동안 숙의 과정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드러난다.

충남 워크숍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77명의 도민 에너지기획단을 110명의 신청자 중 성별, 지역, 연령대 등을 고려하여 선정하였으며 3회 모두 참석한 기획단은 77명 중 54명으로, 매우 높은 참석률(약 70%)을 보였다. 기획단들의 성별은 남 47, 여 30명, 연령은 10대 9명, 20대 11명, 30대 8명, 40대 11명, 50대 21명, 60대 14명, 70대 이상 3명으로 되도록 미래세대가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과 추천 모두 받아 선정하였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처럼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했으면 좋았겠지만, 예산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사전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였다. 지역별로 편중되지 않도록 천안 10명, 공주 6명, 보령 7명, 아산 9명, 서산 7명, 논산 5명, 계룡 2명, 당진 6명, 금산 1명, 부여 3명, 서천 2명, 청양 3명, 홍성 7명, 예산 6명, 태안 3명으로 구성하였다.

선정된 기획단들에게는 2017년 10월 14일 첫 워크숍 전에 사전자료집을 우편 발송하여 사전에 내용을 숙지할 수 있게 하였다. 2050년의 충남 에너지 미래를 선택하는 사전 지식이 필요한 과정인 만큼 1차 워크숍은 시민참여 에너지 시나리오, 에너지 용어 등에 대한 교양 교육과 충청남도 에너지 수요, 공급 현황 등에 대한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2차 워크숍에서는 연구진이 준비한 대안 에너지시나리오에 대한 설명과 간단한 선호조사가 있었다. 3차 워크숍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는데 행사 시작 후 안희정 도지사가 방문하여 미리 사전에 받은 질문을 중심으로 도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에너지기술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경기연구원에서 전문가를 섭외하여 연구진이 작성하여 도민들에게 선택지로 제공한 3개의 대안 에너지 시나리오를 약평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에너지 시나리오란 에너지 수요와 공급, 효율 개선, 절약 등의 내용을 담아 중장기 미래를 시점으로 만드는 ‘시나리오’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백캐스팅’ 방법을 사용하여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미래상을 먼저 그리고 그 미래상에 도달하는 과정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이 사전에 충남의 에너지 수급 현황과 다양한 기술 선택을 고려하여 탄소경제 시나리오와 신에너지산업 시나리오, 에너지시민 시나리오 세가지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도민기획단들은 5~7명으로 구성된 조로 나뉘어져 조별 퍼실리테이터(촉진자)의 도움 아래 토론을 이어나갔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설계할 때 가장 문제시되었던 것은 공론화를 준비하는 위원회의 중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이었다. 충남에서 진행한 도민에너지기획단 워크숍에서는 연구진이 직접 에너지시나리오를 제작하였기 때문에, 제3자의 전문가가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평가하여 도민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

개인적으로 3회의 워크숍 중 가장 재밌고 의미가 있다고 여겨졌던 시간은 3차 워크숍의 이해관계자 컨퍼런스였다. 발전사업자, 제철소, 태양광패널제작업체, 송전선로 대책위, 연료전지 제작업체, 태양광 반대 주민대표 등을 섭외하여 도민들의 질문에 각각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실 핸드폰을 충전하고, 난방을 하고, 전등을 켜면서 이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공급되는지 생각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이해관계자 컨퍼런스는 여러 관점에서 에너지 공급과 수요를 아우르는 에너지 시나리오 선택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고 생각한다. 발전소 건설로 피해를 보는 이들과 이득을 보는 이들, 그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2050년, 앞으로 33년 뒤의 미래 이야기이다. 33년 전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나?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1982년에 2019년의 미래를 상상하며 제작되었다. 그 안에서 인간은 인조인간을 만들어내고, 배경인 로스앤젤레스는 스모그로 가득찬 암담한 도시이다. 2017년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또다른 암담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렇듯 약 30년의 시간은 예측하기도 쉽지 않고, 그 미래상은 실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상을 선택하고 행동할 것인가?

공론화 과정이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성과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공론화’, ‘숙의 민주주의’라는 큰 화두를 던져준 것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을 결정하는 건 전문가들이 아니라 시민들이고 그들이 공정한 과정을 통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일 것이다.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공론화 과정으로 도출했으니, 이제 한국의 미래 에너지 시나리오를 시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원자력계, 시민사회 뿐만아니라 기타 에너지 산업계, IT기업,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과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충남의 에너지전환 비전 수립 과정이 그 창구 마련에 디딤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김남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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