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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7-12-22 11:30
에너지 전환,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 (김남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5,473  
베이징의 공기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2013년에 관련 계획을 마련하고, 미세먼지가 심각한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산시성, 산둥성, 내몽고 자치성 등을 중심으로 대기오염방지행동을 추진했다. 특히 탈석탄 정책으로 일정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판 에너지전환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에너지원의 부분적 전환만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도 없다. 에너지전환의 여러 경로 중에서 중국이 어떤 길을 선택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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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 더 많은 상상이 필요하다
[에정칼럼] 대기오염지수, 베이징 25 서울 102를 보면서

올겨울, 작년 겨울과 달라진 것은 체감상 공기가 작년보다 좋아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체감이 ‘체감’뿐만은 아닌 듯하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많이 줄었고, 기상상황도 많이 좋아져서 미세먼지가 작년처럼 한반도 상공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줄었다고 한다.

사실 12월 20일 기준 베이징의 대기오염지수는 25였다. 서울시의 102와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베이징시가 이렇게 깨끗한 공기를 갖게 된 데는 어떤 비법이 있을까? 사실 오늘 베이징의 깨끗한 공기는 지난 몇 년간 중국 정부가 총력을 다해 ‘탈석탄’ 정책을 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에서 2013년 발표한 <대기오염방지행동계획>에 보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1조 7,000억 위안씩 투자하여 산업개선, 기술 향상, 에너지 믹스 조정, 대기오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지방정부 지원 등의 방침을 제시하고 있다.

특기할 점은 미세먼지가 심한 대도시인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 산시성, 산둥성, 내몽고 자치성 등에 대기오염 처리를 위해 50억 위안(약 8000억 원)씩 지원한 것이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2017년까지의 목표를 각각 제시하였고, 상응하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베이징의 경우 2017년까지 석탄 소비량을 5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2017년 11월 화넝발전소를 마지막으로 베이징의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총 4기)를 폐쇄하였다.

중국의 성(省)별 탈석탄 계획(자료: ?色和平, 2014)

사실 베이징의 경우 상당한 양의 전력을 외부에서 끌어쓰고 있고 산업구조 역시 서비스업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계획을 실행하는데 비교적 용이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베이징 시의 석탄 사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가정에서 취사용으로 사용하는 석탄이다.

이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석탄 대신 전기를 사용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하였으며 시내 중심가에서의 석탄 사용은 금지되었다. 베이징 인근에 위치한 허베이성의 경우 산업 부문에서 사용하는 석탄의 양이 어마어마하며 전력의 대부분을 석탄화력발전으로 충당한다. 그런 허베이성에서도 2017년 한 해에만 16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였다. 이들 도시는 에너지원 전환과 함께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격적인 탈석탄 정책을 추진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올겨울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면서 부족한 전력을 충당하는 천연가스가 부족하게 된 것이다. 석탄화력발전보다 청정하다고 평가받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싼 천연가스이기에 공급이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이에 학교와 병원에 가스 공급이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등 생활에 제약이 걸리는 일도 생겼다. 허베이성은 특정 공장에 4개월 동안 가동을 정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으며 모 초등학교에서는 난방이 되지 않아 추운 교실을 나와 실외에서 수업을 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중국의 사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너지전환에 대한 오해를 본다. 에너지전환을 에너지‘원’만 전환하면 될 것으로 오해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원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시스템과 에너지를 대하는 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화가 우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중국은 에너지원을 급격하게 전환하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며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시스템을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실제로 중국에서 ‘탈석탄’ 정책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력화 정책은 대규모의 송전망 건설을 필요로 하며, 이러한 구조는 기존의 특정 지역을 희생시키며 전력을 얻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천연가스의 부족 사태 역시 기존의 유연하지 못한 시스템 속에서 급격한 전환을 추진하며 겪는 문제로 보인다.

중국은 앞으로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여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역시 중국의 사례를 보며 불편함을 겪는 시민들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시스템의 전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유연한 사고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 김남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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