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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1-04 12:29
좌파 비즈니스 혹은 광피아 선두주자? (한재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4,584  
에너지전환의 씨앗이라 평가받는 에너지협동조합을 흠집내려는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 태양광' 사업을 놓고 한전과 갈등을 겪고 있는 에너지협동조합을 '광피라'로 낙인찍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은 왜 등장하는 걸까. 한편에서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천박한 인식 때문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에너지전환을 국가와 시장의 역할로 한정하는 사상적 편향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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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비즈니스 혹은 광피아 선두주자?
[에정칼럼]에너지협동조합과 한전의 학교태양광사업

요즘 문재인 정부의 탈핵 에너지전환 정책에 뭐라도 흠집을 내고 싶은 보수언론들이 한전과 에너지협동조합의 논의 과정을 두고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각시키고 있다.

학교 건물 옥상을 임대하여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발전사업을 두고, ‘민간’인 협동조합의 방해로 공기업인 한전 측의 사업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그 탓에 2020년까지 2,500개의 학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려는 산업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들이 앞에서는 탈원전을 주장하면서, 뒤에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방해하고 있다고 힐난하고 있다. 과연 이런 보도와 분석이 맞는 것일까?

에너지협동조합은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는 결사체이다. 최근에야 조합원들에게 낮은 수준의 배당을 지급하는 협동조합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지난 몇 년간은 배당 없이도 조합원들이 참여하여 출자하고 여러 어려운 행정적?재정적 난관을 해쳐나면서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운영해왔다. 그 이유는 단지 수익만을 바라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은 2011년 후쿠시마 핵사고와 이어진 밀양/청도의 송전탑 갈등을 보면서 충격을 받고 또 성찰했다. 위험한 핵에너지와 대규모 중앙집중적 에너지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도시와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에너지협동조합이었다.

학교 태양광 사업도 그렇다. 학교 옥상이 햇볕이 잘 들고 넓어서 태양광 사업을 하자고 했던 것만은 아니다. 학생과 교직원, 나아가 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그리고 사회적경제 교육과 참여의 기회로 삼자고 했다. 삼각산고등학교, 인헌고등학교 그리고 국사봉중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주민들의 참여를 설득하고 출자금을 모았다.

그 지난한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게 사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각종 행정적인 장벽에 부딪쳐 2년 가까이 교육청과 각 학교 교장들을 설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내면서, 산업부의 2020년 학교태양광 사업을 물꼬를 틔운 것이 에너지협동조합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시민들을 교육하고 자금을 모으면서 유휴부지를 찾아다니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면서, 지역분산적인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들어 에너지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정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새싹발전이 뒤늦게 학교 태양광사업에 뛰어들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한전 측의 사업 참여는 일견 반가운 일일 수도 있다. 한전 측이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참여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지속적으로 대규모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늘리면서, “골목상권”에 비유되는 소규모 학교 태양광사업에 뒤늦게 참여하면서 요란을 떠는 것에 곱지 않는 눈길도 많다.


학교 옥상 위의 태양광 모습(방송화면)

그런데 과연 에너지전환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이번 논란은 좀 더 심대한 의미를 가진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에너지원만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과 석탄 대신에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이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에 매달리고 있는 공기업 한전 및 발전자회사들이나 사적 이익 추구에 바쁜 일부 기업들이 주도가 되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력을 다할지도 의문이지만, 수익률을 쫓는 대규모 개발 방식을 선호하면서 환경 파괴와 주민 갈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전력의 주요 소비처인 도시 지역에서의 소규모 분산적인 재생에너지 전원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간과되기 싶다. 실제로 한전 새싹발전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30kW 급 정도의 소형 학교 태양광발전사업은 외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시민사회의 정치적 지지와 견제 그리고 경제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들이다. 에너지전환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전환에 필요한 비용을 이해하고 감내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활공간 안에서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창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에너지시민성’이라고 부른다면, 에너지협동조합은 그 발현의 결과이자 배양해내는 공간이다. 핵위험, 기후변화, 미세먼지, 에너지 부정의 등의 사회적 우려로부터 행동하고, 새롭게 출현하는 재생에너지 경제의 이익을 공유하면서 자기 강화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중요한 기반인 것이다. 국가/공공 그리고 기업/민간과 구분되는 사회적경제/시민사회가 에너지전환의 중심적 행위자로 등장해야만 에너지전환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누가 늘리던 재생에너지만 확대되면 된다는 주장은 에너지전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전이 하든지 협동조합이 하든지 학교 태양광사업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협동조합은 학교 태양광사업으로 옥상 위에 발전 설비만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그리고 아니어야 한다). 조합원의 모집?교육 과정을 통해서 에너지시민들을 발굴?성장?규합하는 사회적 과정이며, 성공적인 사업을 통해서 지역 사회 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의 이익을 공유하고 순환시키는 경제적 과정을 동반하는 것이다. 협동조합 그리고 시민자산화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 조직 등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쯤 해서 언론들이 짜고 있는 ‘공기업’ 대 ‘민간’이라는 프레임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누가 이야기했는지 구체적인 인용 없이, 언론들은 협동조합들이 “공기업이 왜 민간 영역에 침범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민간’이라고 모호하게 지칭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에서 민간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포괄적인 의미도 갖지만, 대개의 경우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다.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목적과 이익을 추구하는 결사이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달리 규정하기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자면 ‘민간’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조직’이 개척한 사업 영역에 공기업이 경쟁을 하자고 들어선 것이다. 또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 공적 이익을 추구하는 공기업과 다투고 있다는 식의 해석과 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한전이 과연 에너지전환이라는 새로운 공적 가치를 충분히 추구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일이고, 협동조합이 “단순한 이익 창출 사업”을 하자고 나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점에서 한 신문의 사설이 협동조합을 ‘민간’으로 지칭하면서 공기업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학교 태양광 사업은 신재생 에너지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단순한 이익 창출 사업이 아니다. 태양광 전력 판매와 운영비 절감으로 확보한 수익을 학교에 전액 돌려주는 공익사업이다. 누가 봐도 공기업이 맡는 게 더 효율적이다”.(세계일보 사설, 2017-12-15).

덧붙이자면, 학교 태양광사업이 수익을 전액 돌려주는 공익사업이라는 주장 역시, 명백히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한전 새싹발전은 수지를 따지는 계산기를 내려놓은 일이 없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공기업이라는 하지만, 수익을 낼 것을 강요받고 있는 ‘시장형 공기업’들이다. 1990년대 말부터 몰아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서, 전통적인 의미의 공공성도 급속히 위축되어 있다. 비록 개발주의 시대의 낡은 공공성 개념이기는 하지만, 필요한 공적 서비스라면 수익률과 무관하게 제공한다는 공기업 경영 목표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석탄과 원자력 기술 시스템에 매달린 채 어설프게 시장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곳이 한전이다. 이들을 공기업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고민이 많다.

한 일간지의 컬럼리스트는 “태양광, 좌파 비즈니스의 탄생”이라는 ‘창의적인’ 글을 썼다. 그는 “원전 마피아 뺨치는 광피아(의) 무서운 기세”를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한 이념적 공세의 일환일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태양광 산업에 뛰어든 한화큐셀이나 OCI와 같은 대기업들은 빼놓고, 왜 에너지협동조합을 좌파 비즈니스 혹은 광피아의 선두주자로 지목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때 이르다. 정말 에너지협동조합이 에너지전환을 중심적인 행위자가 되어서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시장의 30-40%까지 차지하도록 성장한다면 모를까. 탈핵으로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공장을 해외로 옮기겠다는 태양광 기업과 원전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 신재생에너지협회 임원들까지도 에너지전환에 동참한 이후에야, 그나마 의미를 가질 비난이다. 하지만 어쩌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 속에서 전환의 씨앗인 에너지협동조합이 지속적으로 거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앞서 보여준 것이다. 에너지전환에서 에너지협동조합의 의미와 역할이 무엇인지 재확인할 때다.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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