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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1-27 17:39
에너지 전환의 길, 사회변혁의 길 (한재각)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3,931  
20~30년 뒤,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아니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의 경로는 하나만이 아닐 것이다. 자본과 기술 중심이냐, 사람과 생태 중심이냐, 그 선택에 따라  자연과 사회의 변화상은 달라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질수록 성장주의와 경제주의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다른 미래를 꿈꾸는 이들의 정치 행보에도 주목하자.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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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의 길, 사회변혁의 길
[에정칼럼] 30년 뒤 미래 생각하는 어떤 정치

요즘 서울시장 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신지예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돕고 있다. 그녀가 당내 후보 선출 과정에서 쓴 출마 선언문의 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28세인 그녀가 30년을 살아내면 58세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30년 뒤 미래를 언급한 것은 그녀가 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약점으로, 다른 이들에게는 강점으로 보일 수 있다. 새로운 정치를 열망하는 이들에게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다른 시장 후보들이 그 즈음이면 생존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는 점을 떠올리며 어떤 통쾌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30년 뒤 미래를 거론한 것은 단순히 젊다는 점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출마 그리고 후보로서의 앞으로 발언에 대해 앞으로 30년을 살아가면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 혹은 다짐을 말하기 위함이었다. 멋진 정치인이 되겠구나 하는 반가움에 울컥했다. 그러나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가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경험해야 할 앞으로 30년의 시간은 인류가 경험한 어떤 시간보다도 더욱 가혹하고 도전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어쩌다 미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2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등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큰 기후변화 재앙을 불러오게 될 지구 평균 기온 2℃ 상승을 막기 위해서 허용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탄소예산(carbon budget)이라 불린다)은 1,000Gt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 분석에 의하면,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탄소예산은 2040년에 모두 소진되고 말 것이다. 30년도 아니고 20년 후의 일이다.

우리가 재앙을 피하자면 전세계 배출량을 2050년에는 2010년대 55%를 줄여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거칠게 이야기하면, 30년 안에 우리가 쓰고 있는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거나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된다. 쉽게 상상하기 힘든 대대적인 사회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이미 지구 대기 중에 많은 배출을 해온 산업국들은 형평성을 위해서 보다 많은 감축이 필요하다. 한국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있는 국가로서, 연료연소에 의한 배출량으로 전세계 7위에 달한다. 또한 산업화 과정을 배출한 누적량으로도 전세계 16위에 해당한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은 55%보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지구적 형평성을 고려한 일부 분석에 의하면, 2050년에 89~98%까지 감축해야 한다. 어떤 세상일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기후변화 재앙도 마찬가지겠지만, 과거의 풍요와 행복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망연자실할 일만은 아니다. 이 불행한 예측에 경악하고 심리적으로 부정하는 단계를 넘어선 개인, 조직, 국가들이 많이 있다. 오히려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이제 곧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집권 시기에 내세웠던 ‘녹색성장’을 생각해볼 수 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낡은 토건정책의 새로운 포장쯤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자본이 기후변화를 위기를 활용하여 어떻게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려고 시도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엉성한’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당시에 만들어진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이며,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최대의 개혁 과제로 여기는 분위기는 ‘녹색자본주의’의 징후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시장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벌써 자리잡기 시작했다. ‘녹색성장’은 이명박과 함께 사라진 낡은 슬로건이 아니다.

반대로 기후변화가 자본주의를 혁신하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를 변혁하기 위한 계기로 삼자는 구상도 나오고 있다. 최근에 번역되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의 나오미 클라인 같은 이들의 생각이다.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들어왔던 세상을 원하던 그렇지 않던 바꾸게 될 것이며,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지금과 다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기로 삼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실제로 전세계 곳곳에서 인간과 자연을 착취하고 파괴해온 자본주의 시스템을 혁파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 실험과 혁신들이 싹트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흐름들을 갈무리하면서, 나오미 클라인은 기후변화를 두려워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사회변혁을 위한 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좌파운동에게는 익숙치 않으며 주저하는 길이다.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의존하던 에너지시스템과 결별해야 한다. 대개 전통적인 에너지전환론자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대규모 중앙집중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소규모 분산적인 시스템을 주장하고 있다. 경향적으로 생태주의과 아나키즘 사상의 영향 하에 있으며, 지역과 시민사회의 자치 역량이 중요시되는 구상이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이 꼭 그런 구상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기업들에 의해서 소유?통제되는 화석연료와 핵에너지에 기반한 대규모 에너지 시스템도 탄소포집저장(CCS)과 같은 환경관리적 기술을 활용하면서 유지시키려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 또한 대규모 풍력단지를 중심으로 기업들에 의해서 개발될 수 있다. 사실 따지고 보자면 벌써 이런 경향의 에너지전환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정치신인 신지예 후보가 걷겠다고 약속한 앞으로 30년, 그 시간 동안 자연도, 인간도 그리고 사회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길을 가야 하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에너지전환의 글을 갈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사회과 개인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 라는 질문 혹은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 신지예 후보에게만 던져진 질문은 아니다.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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