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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4-23 11:31
'탈원전 선언' 이후를 돌아보다 / 박진희 이사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732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인 '탈원전 선언'이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을 전환 정책이라 부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전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 부서의 조직 변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전환 정책에 핵심적인 제도나 법제 개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관련 연구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조정 작업도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모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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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선언' 이후를 돌아보다
[초록發光] 에너지 정책, '전환' 맞나?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인 '탈원전 선언'도 어언 1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 사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는 전환이라는 단어가 수식어로 붙기 시작했다. 탈원전 로드맵이 수립되어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고 환경급전 원칙도 법제화되었으며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유연탄 세율 인상을 위한 개별 소비세법도 개정되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3020 계획도 수립되어 태양광, 풍력 설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정책 관련 위원회에도 탈원전 활동에 참여해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정부 정책을 견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촛불로 탄생한 정부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정책을 전환 정책이라 부를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겠다고 선언은 하였지만 전환 토대를 마련하고 있지는 못하다. 전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정책 집행 부서의 조직 변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에너지원의 전환과 관계되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전담하는 부서로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이 만들어지기는 하였으나 권한과 인력이 기존 에너지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력의 부족은 재생에너지 설비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한 대응력을 구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들어 산자부는 2016년 10월에 이미 1MW 이하 소규모 신재생발전 전력망 접속 보장을 약속했으나 3020 계획이 발표된 이후로도 이 약속은 이행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정책에 핵심적인 제도나 법제 개편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아닌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개선안도 늦어지고 있다. 비재생폐기물에 대해 REC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하여 본래 의미의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세제 개편도 시급한데, 개편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도 미루어지고 있다. 전환 정책에 걸맞는 세제 개편 논의는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발전용 에너지원 세제 개편을 넘어서 에너지원 전체에 대한 세제 개편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분산형, 소규모 발전업자들의 증가, 프로슈머들의 증가가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중앙집중식의 화력, 원전발전에 기반하여 마련된 전기사업법의 근본적인 개정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시스템 구축 관련 정책과 더불어 전환 정책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이 '탈원전' 정책이다. 이는 다만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폐쇄한다는 정책을 넘어 원전 생태계를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원전 시스템을 유지시켜온 법제 정비, 원전 관련 예산 및 기관 정비 등이 포함된다. 원자력에 법률적 특혜를 주어 원자력 우선의 에너지 정책을 가능하게 해온 원자력진흥법을 폐기하고 원자력에 타에너지원과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는 '에너지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법제 개편과 더불어 전력산업기반기금에 의한 원자력 연구 개발 지원 조정 등 원자력 관련 연구 예산에 대한 실질적인 조정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주변 예산에 머물러 있던 안전 관련 연구 예산 및 인력 예산을 증가시켜야 하고 연구기관도 탈원전 기조에 맞게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기조에서 보이는 문제들과 더불어 최근 정부의 원전 수출 행보가 현재의 정책을 전환 정책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 완료 행사 참석에서부터 산업부 장관의 원전 수주를 위한 미국 방문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보는 정부가 한국형 원자로 수출에 매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전의 단계적 축소로 국내에서 원자로 건설이 어렵게 되자 국산 원자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해서 기술력을 보존 향상시켜야 한다는 시각에서 나온 정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정부가 나서서 위험을 외주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탈원전 에너지 전환 정책 하에서 정부의 기술 수출 정책은 국내 활로를 찾지 못하는 원전 기술 수출이 아니라 국내 전환 정책을 통해 축적되는 재생에너지 기술의 수출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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