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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5-03 11:01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의 시대로 가자 / 이강준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213  
판문점 선언 이후, 잃어버린 11년이 아닌 서로 갈구해 온 축적의 시간 끝에 맞이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의무가 됐다.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도 각각 신년사와 국정과제에서 의지를 밝힌 만큼,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 정책을 남북 간에 본격적으로 협의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 자연 에너지 협력’은 북한의 에너지 빈곤 극복과 나아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진보정당-환경단체-재생에너지기업, 그리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 국민운동본부”의 시즌Ⅱ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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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에서 ‘평화’의 에너지로
[에정칼럼]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의 시대로 가자

지난 금요일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있었다. 남녘이든 북녘이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TV 중계화면과 보도에 신경 쓰지 않은 이가 없었으리라. 어디 한국인만 그렇겠는가. 3천명에 이르는 기자단이 그랬고, 앞 다투어 생중계하는 외신들의 반응을 보면 가히 세계사적인 사건이었다.

실향민이나 개성공단에서 사업했던 이들을 포함해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의 가슴쓰린 사연 하나쯤은 있을 듯 하고, ‘평양냉면’이나 ‘대동강맥주’가 크게 회자된 것처럼 크든 적든 저마다의 상념에 젖은 하루였다. 판문점 선언 이후에도 당일 발표되지 않았던 뉴스가 청와대발로 연이어 나오고 있고, 주변국들의 반응을 포함해 언론들은 저마다의 의미 분석과 향후 북미회담을 포함한 한반도의 운명에 대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잃어버린 11년, 2007년의 ‘대북 에너지지원 국민운동본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잃어버린 11년’을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재생가능에너지 협력’ 운동이 좌절된 것이 지난 11년간 내내 속상했었다. 노무현 정부 말기,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난 2007년 9월 5일, 민주노동당-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환경정의-한국발전산업노조-유니슨-코펙 아이엠씨 등이 ‘대북 에너지지원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했었다. (관련기사)

당시 국민운동본부는 “한반도를 태양과 바람의 나라로,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한 남북 에너지 협력시대”라는 제목의 발족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민운동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재생가능에너지는 국제정치적, 안보적으로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평화의 에너지’이고, 지금 당장 에너지 기근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나눔의 에너지’이고, 대기오염과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환경 에너지’이고, 남북이 함께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경제적인 성과를 나눌 수 있는 ‘경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한발 더 나아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일궈 나가가자는 제안이었다.

아울러 국민운동본부는 “남한 기업이 개발한 재생에너지를 북한 주민들의 생존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남북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로 삼을 것”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 국민운동본부의 11년 전 제안은 단지 ‘잃어버린’ 낡은 제안일까?

2014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최초로 ‘자연에네르기’ 강조

1946년 1월 1일 김일성주석이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을 발표한 이래,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거의 예외 없이 경제부문에서 ‘광산’, ‘석탄’, ‘발전소’ 등을 언급해 왔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인민경제의 선행 4대 부문으로 ‘전력, 석탄, 금속, 철도운수부문’을 꼽아 왔다. 참고로 북한 신년사는 “당과 국가의 수반이 새해를 맞이하여 시행하는 공식적인 연설이나 그 연설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1947년 “…전반적인 인민경제계획과 함께 매개 공장, 광산, 철도운수, 체신기관들에서도 계획을 수립하며, 그 실행을 위하여 사업을 구체적으로 조직하고 검열하며….”

1959년 “…올해에 농촌의 전기화를 실현하는데서 커다란 승리가 이룩될 것입니다. 농촌의 전기화가 기본적으로 실현되면 농촌의 종합적기 계화가 촉진될 것이며…”

1965년 “…평양화력발전소와 운봉발전소의 건설을 빨리 완공하며 중소형 발전소들을 많이 건설하여야 하겠습니다. 석탄공업부문에서는 대규모 탄광들의 기술장비를 강화하고 그 생산능력을…”

1975년 “…기본건설전선에서는 발전소건설을 앞세워 북창화력발전소 제3계단 공사와 청천강화력발전소, 대동강발전소 건설을 빨리 다그쳐야 하겠습니다…”

1984년 “…올해에 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화력을 집중하여야 할 부문은 석탄공업입니다. 석탄은 우리나라 주체공업의 식량이며 석탄생산을 빨리 늘리는 것은 모든 경제과업을 성과적으로…”

1998년 “…석탄, 전력 공업부문의 로동계급은 견인불발의 의지로 생산에서 일대 앙양을 일으킴으로써 긴장한 석탄과 전력문제를 풀어야 한다. 북창화력발전련합기업소를 비록하여 현존발전능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리용하는 것과 함께 도처에서 중소형발전소건설을 군중적 운동으로…”

2005년 “…전력, 석탄, 금속공업과 철도운수부문이 대고조의 앞장에서 기세높이 나아가야 한다. 대규모수력발전소 건설을 다그쳐 조업기일을 앞당기고 석탄생산을 정상화하며 화력발전설비들의 능력을 높여 전력생산을 훨씬 늘려야 한다…”

2011년,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도 나온다. 석탄공업부문에서는 매장량이 많고 채굴조건이 좋은 탄광들에 힘을 집중하고, 새 탄밭들을 개발하여…”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권력을 승계한 이후인 지난 2013년 ‘재생에네르기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4년 신년사를 통해 ‘최초로’ 에너지 절약과 자연에네르기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풍력, 지열, 태양광을 비롯한 자연에네르기를 이용하여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야 하고, “전 사회적으로 절약 투쟁을 강화하여 한 와트의 전기, 한 그램의 석탄, 한 방울의 물도 극력 아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또한, 2016년 신년사에서는 “지금 있는 발전소들을 정비보강하고 만부하로 돌려 전력생산”을 최대한 늘리며, “자연에네르기를 적극 리용하여 긴장한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힘 있게 밀고나가야 하고,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생산된 전기를 절약하고 효과 있게 쓰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발 더 나아가 2017년에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 있게 운영”하고, “교차생산조직을 짜고 들어 전력생산과 소비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신년사만으로 단언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발전효율 개선-재생에너지 생산-에너지 절약-통합관리”라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위한 고려 요소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재생가능에너지협력을 위해 ‘정부-시민-노동-기업계’가 나서야

한편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60번)”과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및 경제통일 구현(90번)”이 재생가능에너지(자연에네르기)를 매개로 만날 때, ‘평화-나눔-환경-경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이른바 ‘H 경제 벨트’를 조성해 장기적으로 남북 시장의 통합, 즉 경제 통일을 이룬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다. ‘환동해’, ‘환황해’, ‘접경 지역’ 개발을 통한 한반도 균형발전과 북방 경제와의 연계 강화로 성장 잠재력 확충을 도모하기 위한 3대 경제 및 평화벨트 구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도 각각 신년사와 국정과제에서 의지를 밝힌 만큼,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 정책을 남북 간에 본격적으로 협의하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한반도 자연 에너지 협력’은 북한의 에너지 빈곤 극복과 나아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소규모-분산형-자립형 모델이 용이하여, 북한주민의 에너지기본권 향상에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재생가능에너지의 설치와 유지?보수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신규로 생겨날 뿐만아니라,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시장창출과 기술개발이라는 최적의 ‘남북경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 이후, 잃어버린 11년이 아닌 서로 갈구해 온 축적의 시간 끝에 맞이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의무가 됐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진보정당-환경단체-재생에너지기업, 그리고 시민과 함께 “한반도 자연에너지 협력 국민운동본부”의 시즌Ⅱ를 준비해 보면 어떨까? 또다시 정권과 재벌의 손에 우리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를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진보진영과 시민사회의 공론을 통한 미래설계를 시도하는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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