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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5-15 11:08
'에너지 다이어트'를 아십니까? / 박정연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7,342  
에너지 전환의 근본적인 이유 혹은 목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상하게 산업계를 위해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는 내용이 한페이지에 나와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해서 이제까지 먹었던 인스턴트 음식, 건강을 해치는 안 좋은 음식들을 우리집 냉장고에서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을 다른 친구들에게는 계속해서 사먹으라고 권유하고 유혹한다면 괜찮은 것인가? 원전수출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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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다이어트'를 아십니까?
[초록發光] 체질을 바꾸는 에너지 정책 필요

여름이 코앞이다. 여름 맞이 다이어트(Diet)에 관심이 가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한국에서 다이어트는 살을 빼고 날씬해진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다이어트의 원래 의미는 식이요법이라고 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에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모두 중요하지만, 식이요법 없이 운동만으로는 성공할 확률이 낮으니, 식이요법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적절한 단어인 것 같다. 요즘은 무작정 예뻐 보이고 싶거나 날씬해 보이기 위해 살을 빼려고 하는 것 보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저질체력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지금도 건강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 제일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 요요현상이다. 일정 기간 동안 식이조절을 하고 난 뒤에 식이조절에 대한 압박과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폭식을 하게 되든지 식이조절 이전의 습관으로 돌아가면서 몸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거나, 심한 경우에는 급격하게 더 살이 찌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살을 빼는 것보다 그것을 요요현상 없이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 요요현상 없이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급격하게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해로운 음식을 덜 먹는 다거나, 조리법을 바꾸거나,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등 실제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시간 내어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자동차로 움직이던 출퇴근길을 대중교통으로 바꾸거나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는 등 생활 속 운동도 같이하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다이어트는 절식이 아니라, 생활 방식, 삶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도 비슷하다. 에너지 전환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온라인에 '안전하고 깨끗한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정보센터'를 오픈하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주 내용으로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에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라고 설명하면서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 공급할 것이면, 지역과 산업을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에너지 전환의 근본적인 이유 혹은 목표는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위험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로 결정했는데, 이상하게 산업계를 위해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는 내용이 한페이지에 나와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해서 이제까지 먹었던 인스턴트 음식, 건강을 해치는 안 좋은 음식들을 우리집 냉장고에서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이런 음식들을 다른 친구들에게는 계속해서 사먹으라고 권유하고 유혹한다면 괜찮은 것인가? 원전수출은 이런 것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는 작업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 원전을 대체해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한다는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다이어트 할 때 음식 메뉴만 바꾼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단순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만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대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곳에서도 갈등은 발생할 것이고, 멀쩡한 논밭이나 과수원을 갈아엎고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대규모의 발전시설이 아니라 소규모의 분산형 전원으로, 생산하는 곳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이나 산업체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발전원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상투적인 문장이지만 전기를 아껴 쓰고, 좀 불편하게 살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에너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이다. 


/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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