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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5-28 09:46
북핵, 원전 수출, 탈핵, CVID /이보아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6,318  
포기해선 안 되는데 포기하고 있는 한국 탈핵운동의 가장 큰 구멍은 원전 수출이 아닐까? 원전 진흥을 멈추지 않는 한 핵마피아들은 승승장구할 것이고, 탈핵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원전 진흥의 중심이 바로 원전 수출이다. 그리고 핵마피아들은 지금 남북 평화의 장에서 한반도의 반쪽에도 핵발전소 15개를 짓겠다고 구상 중이다. 이 구상은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남북 평화를 주장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일이고, 북한이 원할 가능성도 높다. 이것을 막으려면 북한의 전력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하루 빨리 확인하고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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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원전 수출, 탈핵, CVID
[에정칼럼] 북핵은 빠르게, 탈핵은 눈치 보며 나중에?

연일 파격과 반전의 드라마를 쓰며 요동치는 정세에 정신이 혼미해지기 쉬운 시기다.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남북미의 파격적인 외교가 국민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에 아노미 상태에 빠졌던 것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북핵 개발로 우리가 핵 식민지로 살 순 없다면 핵에는 핵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수구세력은 물론, 평화운동을 해 온 상당수에게도 당시 충격은 컸다. 그랬던 만큼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남한과 북한 정부의 비핵화를 향한 행보는 다시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과감하고 빠르다.

고백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왜냐하면 정부의 다른 정책 행보에서는 그런 결단력과 과감성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는 경우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다른 분야를 언급하는 것은 주제를 벗어나는 길일 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탈핵과 에너지 전환만 봐도 그렇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소위 ‘탈핵’ 정책은 공약으로 발표될 당시부터 이것을 과연 탈핵이라 부를 수 있는가, ‘정책의지’가 담긴 공약이 맞긴 한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공약의 내용에 따르면 정부 임기를 전후로 핵발전소는 오히려 늘어나고, 핵발전소가 모두 폐쇄되는 것이 무려 2080년경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가동해 온 세월보다 더 길고(1978년 첫 상업운전-2018년-2080년), 그 결정을 내린 이들은 살아 있지도 않을 먼 미래인 셈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아니더라도 지난 몇 년간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원전 비리와 부실, 고장을 인지하고, “대한민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인정”해 “당면한 위험을 직시”(문 대통령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기념사 中)했다고 보기에는 심각하게 안일한 안이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공식적으로 처음 탈핵을 선언하는 자리에서부터 공약을 파기했다. 바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이다. 잘 알려졌듯이 탈핵 에너지 전환은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공약이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는 갓 출범해 가장 정책의지가 충만하고, 여론의 지지가 확고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 있는 정책마저 후퇴한 것이다. 결국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공론화라는 명분을 거쳐 재개되었다.

뿐만 아니다. 월성1호기가 법원에서 수명연장허가 취소 판결을 받고, 정부가 탈핵을 선언하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1호기 폐쇄가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를 진행 중이다. 고준위핵폐기물 재처리와 고속로 연구개발사업 지원도 계속된다.

가장 비겁한 것은 UAE 바라카 핵발전소 준공식을 계기로 원전 수출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을 위해 핵발전소를 없애면서 다른 나라에는 국부를 위해 핵발전소를 팔겠다? 스스로 정책의 근간부터 흔드는 행위다.

정부의 탈핵 에너지 전환 선언은 아직까지 어떠한 법적, 정책적 강제력도 없는 말 그대로 선언뿐이다. 그나마 선언이라도 한 정부조차 원전 진흥을 멈추지 않는데, 과연 60여 년의 세월 동안 신규 건설이 다시 시도되지 않을까? 핵발전소 폐쇄를 위한 법까지 만들었던 독일도 후쿠시마 사고가 없었다면 탈핵 정책이 후퇴할 뻔했다. 왜? 핵발전소를 계속 지어서 이익을 보고야 말겠다는 핵마피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핵 정국을 바라보는 핵마피아들의 뇌구조

작년부터 우연히 보기 시작해 쭉 보고 있는 칼럼이 있다. 각종 언론에서 친핵 전문가로 단골 등장하는 원자력공학 계열 교수들이 공학도의 전문성과 대중성을 보이려고 노력한다면, 이 칼럼은 좀 더 노골적인 본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까. 중앙일보의 편집국장과 논설위원은 물론, jtbc에서 메인뉴스 앵커까지 두루두루 거친 전영기 기자의 칼럼인데, 메인 이슈가 아닐 때에도 칼럼의 상당수가 핵을 다룬다.

UAE 핵발전소 수출관련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비밀군사협정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자, 그는 어떤 내용을 썼을까? 아니나 다를까. 칼럼에서는 대놓고 문 대통령에게 “원전 수출 전선에서 탈원전 모순 느껴보라(2018.1.18.자)”는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UAE 건을 마무리하자, 이제는 직접 영업을 위해 “사우디로 날아가시라”는 성화도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핵 정국을 바라보는 입장은? 북한과의 관계가 냉랭했을 때 나온 칼럼 중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은 “이론적으로 한국형 핵폭탄 3200개 제조 가능(2017.9.21.자)”이었다. 당시 한미 관계가 삐걱거려 미국이 한국을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핵우산을 씌워 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국형 원전의 아버지(이병령 박사)와 동행”하여 월성 핵발전소를 취재한 결과였다.

그에 따르면 월성에 보관된 핵연료 다발만 40만 개에 이르고, 이 규모의 핵다발을 재처리하면 핵폭탄 3200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재처리 금지의 장벽이 있지만 누군가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소제목과 함께 이 박사의 “현재 한국의 인적 자원과 기술 수준, 제조 및 관리 능력을 효율적으로 동원할 경우 7개월 정도면 한국형 핵무기를 제작할 수 있겠다”는 예상에는 오싹하기까지 했다.

경주 월성 원전 내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소(사진=월성원전)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극적 반전을 보이기 시작하자 칼럼은 “원전 수출, 평창 이후의 먹거리(2018.3.5.자)”를 내세우며, 핵마피아의 중간 보스쯤이라 할 수 있는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조직한 “시민연합군” ‘원전수출 국민행동’을 극찬한다. 그리고 칼럼의 마지막에서 그 국민행동이 문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대담한 제안을 소개하는데, 북한이 비핵화를 실행하면 보상으로 한국형 원자로를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여기에 다시 이병령 박사가 등장하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에 참여한 바 있는 그의 아이디어다. 맞다. 우리가 잊고 지냈지만 핵마피아들은 잊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에도 ‘다시’ 남한의 핵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칼럼에서는 그 뒤로도 두 번이나 같은 주장을 펼친다. 특히 위 칼럼과 열흘 간격으로 나온 칼럼이 특별한데, 제목은 평범하다. “김정은 핵무기 없애면 한국형 원전 지어주자(2018.3.15.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행동의 보다 구체화된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행동은 김대중 정부 시절 착공했다 중단된 신포 경수로 원전의 재개와 더불어 14개의 입지를 적시하며 한국형 소형 원전, 소위 스마트 원전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김정은 위원장에게 이것이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와 건설 기간, 건설 비용을 일본과 분담하는 것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 역시 북한이 여기에 혹하거나 이미 구상하고 있을 거라는 데 별 이의가 없다.

그 다음 칼럼도 한국의 탈핵 운동가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남북 정상회담의 44분 도보다리 무성(無聲) 대화에서 포착된 “발전소 문제”를 놓치지 않고 “북한의 심장을 한국형 원전이 뛰게 할 때 진짜 평화 온다(2018.5.10.자)”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세 개 대목이 눈에 띈다. 하나는 “김정은 일가에게 ‘파괴적 핵무기’와 ‘평화적 원전’을 상호 대체 개념으로 보는 사고방식은 낯설지 않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일각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소를 지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라며 “우리나라 안에서나 통하는 탈원전 풍조”를 우물 안 개구리로 평하고, 핵발전을 극찬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부분인데 아사히신문 기사를 인용해 “북한 당국이 한국이 짓다가 중단된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의 건설 재개 가능성과 필요한 물자 목록을 점검·조사하고 있다”고 전한 부분이다.

(“ ”는 모두 중앙일보 전영기 기자의 시시각각, 퍼스펙티브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칼럼의 제목과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제목은 발행일자를 병기하였다-필자)

한반도의 모든 핵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탈핵”)로

이쯤 되면, 포기해선 안 되는데 포기하고 있는 한국 탈핵운동의 가장 큰 구멍은 원전 수출이 아닐까? 원전 진흥을 멈추지 않는 한 핵마피아들은 승승장구할 것이고, 탈핵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원전 진흥의 중심이 바로 원전 수출이다. 그리고 핵마피아들은 지금 남북 평화의 장에서 한반도의 반쪽에도 핵발전소 15개를 짓겠다고 구상 중이다. 이 구상은 현실화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남북 평화를 주장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일이고, 북한이 원할 가능성도 높다. 이것이 실현되면? 우리는 동아시아 핵의 고리에 가장 가까운 북한을 더 얹는 셈이 된다.

이것을 막으려면 북한의 전력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하루 빨리 확인하고 분명하게 요구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에는 핵발전소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그리고 정부는 탈핵 에너지 전환 ‘선언’이 아니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탈핵(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취임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그동안 사용해 왔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대신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라는 새로운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여기서 Dismantlement 대신 Denuclearization가 혼용될 때도 있는데, 탈핵을 영어로 표현할 때에도 종종 사용된다-필자)

/ 이보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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