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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6-22 15:16
에너지민주주의, 블록체인이 길 열었다 / 박진희 이사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592  
에너지 전환은 다만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여 에너지 믹스를 전환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의 스마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융합, 소형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구축, 에너지 거래 시스템의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전환은 시민 개인 단위의 참여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개인 참여, 풀뿌리 에너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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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민주주의, 블록체인이 길 열었다
[초록發光]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전환

4차 산업혁명이 학술적으로 정립된 용어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이 용어가 한국 사회의 미래상에 가장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정부 주요 위원회 중의 하나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족되었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로 알려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에 대한 기술 개발 전략이 수립되면서 앞으로 정부 R&D 예산 방향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안) 추진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인공지능 개발 전략에 이어 정부는 성장하는 블록체인 기술 시장에 대비하여 2022년까지 1만 명 규모의 블록체인 인력 양성과 100여 개의 블록체인 전문 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공공분야에서 6대 시범 사업을 시행하기로 하고 축산물 이력관리, 개인통관, 간편 부동산 거래, 온라인 투표, 국가 간 전자문서 유통, 해운물류를 선정했다.  

인력 양성, 전문 기업 육성 등 주요 전략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의를 달기는 어렵지만 6대 시범 사업에 대해서는 선정된 분야가 여기에만 한정되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선정된 영역 모두 중요하기는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에너지 분야가 들어 있지 않아서였다. 중앙집중화된 인증 기관의 존재 없이도 개인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분산원장기술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형 에너지시스템 구축에 요긴한 기술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 4월 영국 런던 북동부 주택단지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 간 에너지 직거래가 도입되어 이곳 주택단지 주민들은 전기료를 절감하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주택단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에서 생산된 전기가 블록체인 기반 재생에너지 거래 플래폼을 통해 직거래되면서 배전업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비용 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원 기반의 소형 개인 발전업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을 일찍 발견한 이들이 미국, 호주, 오스트리아 등에서 하나둘 창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들 창업에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설비 기술 발전과 더불어 글로벌 차원에서의 에너지 전환을 추동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다만 화석과 원자력으로부터 재생에너지원으로의 변화만이 아니라 마이크로그리드 등 분산형 공급 체계,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융합-에너지 프로슈머의 출현, 수요 관리 시장의 등장과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사물 인터넷 기술의 결합은 소형 재생에너지 발전소 접속이 날로 늘어가는 전력망에 대한 지능형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기상예보와 연결된 전력망에서는 망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설비들이 생산해내는 전력량에 대한 실시간 예측이 가능해지고 사물 인터넷 기술로 똑똑해진 가전제품들은 전력 수요 예측은 물론, 전력 피크대를 피하여 작동함으로써 수요 관리에도 기여하게 된다. 

전력 공급 및 수요에 대한 예측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대형 발전소들의 설비 예비량으로 불확실한 수요 증가를 대비해야 했던 시기에 분산형 재생에너지 설비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기후 변화 대응과 원전 위험에 대한 인식의 증가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촉진하기는 하였지만 최근의 기술 발전은 개인 단위의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더욱 높여놓았다. 2025년이면 석탄과 발전단가가 거의 같아질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경제성이 높아진 태양광 발전을 설치한 개인들은 이제 사물인터넷과 AI 기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전력 직거래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풀뿌리 에너지 전환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적으로 에너지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은 다만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빠르게 확대하여 에너지 믹스를 전환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의 스마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융합, 소형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의 구축, 에너지 거래 시스템의 전환 등을 종합적으로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전환은 시민 개인 단위의 참여로부터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개인 참여, 풀뿌리 에너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수요자원 거래 시장에 일반 가정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던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개인 간 전력 직거래 프로젝트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대형 재생에너지 공급 사업에 개인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의 시민 참여를 넘어서서 실질적인 의미의 에너지 프로슈머로서 시민 개인이 에너지 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직거래 프로젝트는 이런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향상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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