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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7-02 18:02
文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누가 악마인가? / 한재각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1,205  

에너지 전환은 장기간에 걸친 거대한 구조 변화이기 때문에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현행 에너지 시스템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를 향해 변화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범위와 속도의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벗어나려는 시스템의 어떤 요소 그리고 어떤 이해관계와 단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 안팎에서 이러한 토론은 미비하거나 부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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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 누가 악마인가?
[초록發光] 우려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전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내세우기 시작한 이래, 계속 가지고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내에 에너지 전환의 '이론가'는 없는 모양이다. 여러 차례, 다양한 기회로 정부 관계자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았지만,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너무 자명한 일이라면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그럴까? 혹시 에너지 전환이 핵발전과 석탄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설명을 제시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소박한 이해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지적됐다. 다양한 기술, 제도, 사회, 문화적 요소들이 결합된 에너지 '사회-기술 시스템'의 변화라는 점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다. 예컨대 핵발전과 석탄발전 기술을 포기 위해서는 이에 기반을 둔 한전과 같은 기업조직, 전원개발법 등과 같은 법제도, 값싼 전력요금 체제 등이 함께 변화되지 않으면 어렵다.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구성요소들과 관계를 진단?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 모색하고 실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목표는 단순히 기존 시스템의 효율을 개선하는데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존 시스템을 해체하여 단절하고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전환' 담론에서는 해체와 단절의 전략은 부족하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한 채 효율을 개선하는데 매몰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시민사회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10년 전, 정부는 '친환경자동차법'에 '클린 디젤차'를 포함시켰다. 가솔린 자동차 비해 연비가 뛰어나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질소산화물과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낙관적 전망에 기댄 결과였다. 그러나 2016년 말 법 개정을 통해서 클린 디젤차는 제외되었다. 연비와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클린 디젤차의 대한 기대는 싸늘히 식었으며, 미세먼지로 시달리는 여의도 국회의원의 제물이 되었다. 이미 디젤 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절반 가까이 늘어난 후의 일이었다. 그러나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판매가 금지가 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한국의 교통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다. 그 때문인지 기술적 효율성을 높이고 '친환경' 수식어를 붙이는 전략을 동원해서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고 있다. 반면 화석연료와 결별할 가능성이 있는 전기자동차와 같은 기술의 이용 확대는 최대한 늦춰지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가깝게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나서는 것과 대별된다. 이들 국가들은 기후변화 문제 등으로 인해서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교통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시도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계속 매달리면서 기존의 시스템의 효율성 향상에 매달리는 시도는 여기저기 발견된다. '청정 석탄' 발전기술도 그 중에 하나다. 발전 용량을 키워 가면서 고온과 고압을 통해서 발전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1000MW '초초임계압(USC)' 석탄발전소로 건설로 나타나고 있다. 그 외에도 '가압유동층 발전(PFBC)' 및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 등도 꾸준히 모색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굴뚝 말단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 혹은 이용한다는 탄소포집저장이용(CCSU) 기술이나 기존 석탄발전소에서 우드칩 등의 바이오매스를 혼소한다는 접근도 더해질 수 있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얻어 소비하려는 전력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성장을 제약하게 될 것이다. 석탄발전과 핵발전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정치?시회?경제적 이해관계를 기업과 집단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시스템 전환'보다는 유지하는 선상에서 시도하는 '시스템 개선'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들은 지금 존재하는 설비와 기술의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시민들이 '시스템 전환'에 눈길을 두는 것을 막아서고 있다. 반대로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 혹은 '재생에너지 독립'과 같은 에너지 전환의 상상력을 가로막는다.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하면서.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백 년 이상 걸쳐 발전해온 에너지 시스템은 자체의 결함이 계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요소들을 대체하고 개선하면서 지속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를 연구자들은 '탄소 잠김(carbon lock-in)'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기존 시스템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는 시스템을 전환할 기회를 잃고 사회경제적 비용의 지출을 늘리는 일이다. 에너지 전환은 현행 에너지 시스템의 효율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의 에너지 전환 담론에서 부족하거나 미약한 부분이다.

에너지 전환은 장기간에 걸친 거대한 구조 변화이기 때문에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서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현행 에너지 시스템이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를 향해 변화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어떤 범위와 속도의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벗어나려는 시스템의 어떤 요소 그리고 어떤 이해관계와 단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과정 안팎에서 이러한 토론은 미비하거나 부재한 것 같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세부적 쟁점들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지만, 누가 혹은 무엇이 '악마'인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한 일이지 않은가.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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