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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8-13 11:24
주민의 삶 송두리째 빼앗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대형 참사 / 이강준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703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한국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여 개도국 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PPP 사업에 대한 최초 정부 지원 사례다. 기업인권네트워크, 발전대안 피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진실의 힘, 참여연대, 피스모모,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8월 9일, 공동으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고의 본질과 문제점을 두루 알리고자 했다. 이를 다섯 개의 쟁점으로 정리하여 관심있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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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삶 송두리째 빼앗은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대형 참사
[에정칼럼] 과연 누구를 위한 개발 사업이었나

2018년 7월 23일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약 50억㎥ 물이 보조댐 아래 자리한 13개 마을을 덮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이 실종되고 약 1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8월 5일 기준 라오스 정부는 34명 사망, 100명 실종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현지 활동하고 있는 국제NGO 보고에 의하면 700여 명이 실종 상태이며, 이들 모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라오스 남부 볼라벤 고원을 관통하는 메콩강 지류를 막아 낙차가 큰 지하수로와 발전소를 건설해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건설되었다. 발전 용량은 410MW로 국내 최대 규모인 충주댐과 유사한데, 전력 생산량의 90%를 태국으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본 사업은 한국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하여 개도국 내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PPP(Public Private Partnership) 사업에 대한 최초 정부 지원 사례이다.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태국전력공사(EGAT) 자회사인 Ratchaburi사와 컨소시엄으로 참여, SK건설과 한국서부발전이 발전소의 설계, 조달 및 시공(SK건설)과 발전소 건설 후 27년간 운영 관리(한국서부발전)를 담당한다.

라오스댐 모습과 붕괴 후의 재난 상황

기업인권네트워크, 발전대안 피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진실의 힘, 참여연대, 피스모모,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8월 9일, 공동으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고의 본질과 문제점을 두루 알리고자 했다. 이를 다섯 개의 쟁점으로 정리하여 관심있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첫 번째 쟁점은 SK건설 및 한국서부발전의 책임 부분이다. 라오스댐 사고 이후 시공사인 SK건설은 7월 25일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일부 구간이 단기간 내 집중호우로 범람, 유실되면서 댐 하류지역 마을이 침수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서부발전은 ‘라오스 세남노이 보조댐 붕괴 경과 보고’를 통해 현지시간 20일 댐 중앙에 약 11cm의 침하가 발생했고, 22일 댐 상단부 10개소에 균열 침하가 발생하였고, 이후 23일 오전 11시, 댐 상단부에 1m 침하가 발생하여 공사를 총괄하는 합작법인(PNPC)에서 주정부에 대피 안내 협조요청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홍수로 인해 자연적인 무너짐 과정에서 ‘사력댐 일부가 떠내려간 유실’이라고 사고를 축소하였고, 서부발전은 ‘지반침하에 따른 붕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붕괴’라고 하면 설계나 시공의 문제이기 때문에 SK건설의 책임이고, 범람에 의한 ‘유실’로 홍수 피해가 났다고 하면 운영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부발전의 책임이므로 두 기관은 사고의 원인을 각각 다르게 발표하고, 사고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환경영향평가 보고서(EIA)에서 이 지역의 1년 강수량이 4,000밀리미터를 넘나들 정도로 많고, 2009년 7월에 1,200밀리미터가 쏟아졌다고 기록하고 있는바, 2주 동안 1,077밀리미터의 비가 왔다고 자연재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또한 사고 사흘 전 댐의 안전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았고, 이를 위해 복구 장비를 수배했으나 국내 하청업체가 한 곳 뿐이었고, 그마저도 국내로 철수해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는 부분도 부실공사나 사고 대응을 제대로 못해 피해를 키웠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실이 시작된 이후에도 비상방류를 6시간이나 지체했다는 것 역시 현장관리가 허술하고 사고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쟁점은 기재부와 수출입은행(EDCF)의 책임 문제다. 사실 댐 사고 이전에 이미 ‘재앙’은 진행형이었다. 세피안-세남노이댐 건설의 흑역사는 1993년 6월, 타이-라오스의 “1백50만㎾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한 양해각서” 체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듬해인 1994년 동아건설은 라오스 정부와 합작으로 라오스 남부 보로벤스 고원에 투자규모 4억 9,841만달러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계약했다. 당시 수몰 예정지에 거주하던 소수인종인 나헌족은 라벤지역으로 1차 비자발적 이주를 하였다.

1996년 기재부는 전경련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메콩강유역개발과 관련 민관합동위원회를 발족하고, 국내 민간기업의 참여를 활성하기 위해 EDCF(대외협력기금)자금지원 등을 포함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하여 동아그룹은 1998년 5월 해체되었고, 동아건설도 2000년 11월 부도가 나면서 사업이 중단되었다. 상당수의 나헌족은 원래 살던 지역으로 재이주했다.

2006년 8월, SK건설/서부발전은 라오스 정부와 사업개발 MOU를 체결하면서, 흐지부지 철회될 것 같던 세피안 세남노이 댐 건설 사업이 재개되었다. 2011년 10월 라오스 정부는 EDCF 지원을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기획재정부-라오스 재무부는 본 건 EDCF 지원 관련 MOU 체결하였다. 이로 인해 소수인종인 나헌족은 라벤지역으로 2차 비자발적 이주를 해야만 했다.

2012년 12월, PNPC의 최용주 최고경영자(CEO)는 “총 사업비 10억 달러 가운데 PF대출을 받는 7억 달러는 태국 국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 가량씩 담당할 예정이며, 출자분 3억 달러 가운데 7300만 달러인 라오스 정부 지분은 수출입은행의 유상원조자금(EDCF)으로 채우도록 구조가 짜였다”고 말했다.

2013년 수출입은행은 국회 서면답변에서 “엄격한 세이프가드를 운용 중인 ADB가 본 건 사업 공동지원에 참여할 계획으로, 사회·환경영향 검토와 관련하여 同은행과도 긴밀히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수출입은행장(김용환)은 “ADB와 같이 이 환경영향평가서 수정 보완을 했고, 그게 완료되는 순간 집행”할 것이라 답변했다. 그러나 1차 환경영향평가(team consulting thailand)는 ADB에 의해 반려되었고, 2차 환경영향평가(Lao Consulting Group)가 진행 중에 ADB는 이미 본 프로젝트에서 철수했다.

세 번째 쟁점은 환경영향평가(EIA)의 문제점이다. 댐 건설이 추진되는 동안 강제이주를 당해야 하는 주민들에 대한 정보공개와 실태조사가 매우 부실했다. 라오컨설팅그룹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의 인터뷰(2013.08.26)에서 17개 마을 조사를 진행했고, 자신들이 처음 방문한 것이라 증언했다. 라오컨설팅그룹의 계약기간이 2012년 11월부터임을 감안하면, 본 사업 관련 주민접촉은 2013년에 실시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환경자원보호 관련 라오컨설팅그룹은 메콩 지역에만 서식하는 물고기 종이 사라질 수 있고, 더 많은 생물 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건설 주변 지역에는 호랑이나 코끼리와 같은 대형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고, 하류 세콩지역의 어량 감소와 상류지역의 일부 어종의 멸종 우려가 있고, 특히 단순한 어량의 감소보다 소득이 되는 어류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주대책이 매우 부실했다는 것인데, 나헌족은 이주 지역의 즈루족과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적대적인 감정으로 갈등이 심했다. 더구나 이주 이후 식수가 부족했고, 이전 지역의 토양이 훨씬 비옥해 수확기간이 훨씬 짧았고 비료 사용이 필요 없었다. 이에 따라, 20년 전 동아건설의 공사계획이 무위로 돌아간 경험 등으로 원 거주지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환경영향평가보고서(EIA)는 이주를 위한 권고사항이 구체성 결여됐을 뿐만 아니라, 이주대책보고서(Resettlement report) 7개 챕터를 고의로 누락한 의혹마저 있다.

네 번째 쟁점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세이프가드가 투명하지도 않고 모두 적용하지도 않으며 지킬 필요도 없다는 점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세이프가드는 해당 사업으로 인해 지역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환경 등의 부정적 영향을 예방하기 위함이며,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경감대책과 보상 대책을 마련하고, 협력국이 세이프가드 제도를 강화하고 환경/사회적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EDCF 세이프가드는 2016년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158개 유상원조 사업 중 30개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세이프가드에 따르면, “세이프가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은 차관 지원하지 않으며, 협력국의 환경적/사회적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첫 적용 사업인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사업(2단계)’는 대형 댐 건설로 인한 수몰 지역 발생, 절차적 정당성 문제, 국내법/국제법 위반, 환경 파괴 등의 우려가 제기되어 지역 주민과 현지 단체의 반대에 직면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는 10월 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한편, EDCF는 세이프가드는 “유용한 지침이 되나 필수적인 것은 아니”며, 이행 책임을 협력국으로 명시하고 있다. 환경사회영향 관련 정보공개 책임은 협력국에 두고 있으며, 수출입은행은 범주 A와 범주 B 사업에 대해 협력국의 서명 동의를 득한 후, 스크리닝 결과와 환경사회 관련 정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이프가드를 적용하는 30개 사업 중 환경사회관련 정보를 공개한 사업은 3개에 불과하다.

다섯 번째 쟁점은 국제사회의 계속된 권고를 무시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라오스 댐 사건과 관련된 유사사례들을 발표하며 해당 사업이 ODA 사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라오스 댐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3년 유엔은 이미 ‘한국 정부의 예산이 투여되는 사업이 아닌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인권침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다면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으며,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의 첫 번째인 “인권보호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강조했다. 또한 SK건설 등 한국 기업은 댐 사고의 직접적 책임 당사자로서 사업 시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이유로 책임을 져야 한다.

※ 2017년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 권고
위원회는 제3차 국가인권행동기본계획내의 기업과 인권 부분의 수립과 이행에 있어서 당사국에 다음과 같이 권고 한다

(a) 당사국에 소재한 기업들과 이 기업들의 공급망(하청업체, 공급업체, 가맹점 등)을 포함하여 기업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체들이 인권 실천 및 점검 의무을 시행하도록 법적 의무를 수립하라. 인권실천 및 점검의무란 기업들이 사회권규약의 인권을 위반할 위험들을 확인하고 예방하며 경감시키나, 사회권 규약상의 인권 침해를 저지르지 않도록 회피하거나 기업들의 결정이나 운영으로 인해 인권 침해에 기여하거나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b) 한국 기업들의 국내외 활동으로 발생한 인권 침해 주장에 대해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들이 당사국의 사법적/비사법적인 구제절차를 통해서 구제를 요구하도록 보장하라.

(c) 공공조달과 기업에 대한 융자, 원조, 보조금 지급의 공여를,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경제?사회적?문화적 권리의 준수 여부와 연계하라.

지난 7월 25일 사고 발생 이후 한국 시민사회에서는 발전대안 피다(07.25), 참여연대(07.25), 환경연합(07.25), 국제기후·종교·시민(ICE)네트워크(07.26)에서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태국 시민사회(07.25), Save the Mekong(07.28), Mekong Watch(07.31), Alliance for Democracy in Laos(07.29) 등 메콩지역 시민사회들도 연이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자료들에서 드러나는 한국과 메콩지역 시민사회의 요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라오스 정부와 시공 기업들의 진심어린 사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한 사고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피해지역과 주민들의 삶에 대한 장기적인 복구와 재건 지원, ▲댐수력발전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개발 사업 추진 제도에 대한 개선 촉구, ▲피해주민들이 참여하는 보상 체계 수립, ▲라오스 정부의 댐 개발 정책에 대한 재검토.

/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 TF 기자간담회(2018.08.09.)의 자료집 원본은 다음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http://enerpol.net/epbrd/bbs/board.php?bo_table=bbs6&wr_id=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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