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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8-08-20 09:46
혁신 성장, 에너지 전환이 이끈다 / 박진희 이사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097  
에너지 전환을 공식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 걸맞는 '수소경제' 계획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향한 유럽의 수소 이용 기술개발 전략을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 저장 매체로서 수소를 정의하고 차량 연료로서 이용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혁신 전략에는 이전 정부의 '수소경제'를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와의 조응 없이 낡은 방식으로 이어받았다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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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성장, 에너지 전환이 이끈다
[초록發光] 에너지 전환 관련 스타트업 활성화 대책 필요

최근 문재인 정부의 일련의 경제 행보에 우려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경제 부총리와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동하여 규제 완화가 의제로 다루어지고 대통령이 나서 시급한 경제 현안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역설하고 경기 둔화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책으로 '생활 SOC 투자'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 해소에 더욱 역점을 기울여야 할 때에 당장의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다시 대기업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용률이 낮은 고속도로 등의 대규모 SOC 대신에 지역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도서관, 체육관 등의 SOC 투자는 지난 정부와는 분명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의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임시 정책이라는 차원에서는 큰 차별이 없어 보인다. 즉, 이들 일련의 경제 행보가 경제 분야에서의 적폐를 해소하고 경제 민주화를 지향하는 정책을 펼 것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의 혁신 정책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정부 비전과 정책과의 괴리는 며칠 전에 발표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정부 관계부처, 기업과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3대 전략투자 분야를 결정하였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과 수소경제가 포함되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기술혁신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 확대도 일어나고 있는 데이터 경제, 인공지능이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데이터가 경제 핵심을 이루게 될 것은 당연하며 이와 연계된 인공지능 산업 촉진은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미래 산업 기반이 될 '에너지 신산업'이 아니라 에너지원 하나, 그것도 2차 에너지인 수소가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된 것일까? 2018년도 블룸버그 보고서(NEO)에 따르면 2050년까지 발전설비 총투자의 73%가 풍력과 태양광, 즉, 재생에너지로 갈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50년이면 데이터 경제 등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50%를 풍력과 태양광이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하여 기술투자도 이들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기술로 집중되어 재생에너지 신산업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전략투자 분야는 2차 에너지원인 수소가 아닌 재생에너지 신산업이 주축이 되는 에너지 신산업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정부 계획대로 수소밸류체인이 구축되자면 충분한 수소 생산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 즉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빠르게 확충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와 같이 석유화학 산업과 제철산업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에 의존하거나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수소경제' 계획에서처럼 원전을 더 지을 수 밖에 없다. 탈원전을 지향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후자는 가능하지 않다. 이렇게 수소 생산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신산업에의 전략 투자를 수소경제에 앞세워야 하는 것은 아닌가? 에너지 전환을 공식 천명한 문재인 정부에 걸맞는 '수소경제' 계획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향한 유럽의 수소 이용 기술개발 전략을 따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 전기 저장 매체로서 수소를 정의하고 차량 연료로서 이용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혁신 전략에는 이전 정부의 '수소경제'를 에너지 전환 정책 기조와의 조응 없이 낡은 방식으로 이어받았다는 인상을 준다. 


혁신 성장 전략투자는 사실 에너지 전환 정책 실행 과정에도 반영될 수 있다.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스마트전력망을 통한 수요 관리는 전환 정책을 구성하는 주요 부문이자 에너지 신산업이기도 하다. 인공지능형 수요 관리 기술 개발은 전환 정책이자 신기술 전략 투자 부문이다. 수요 관리와 연관된 효율 기술 개발, 효율화 서비스 상품 개발 또한 신성장 영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 증가는 태양광 패널 효율 향상 연구, 나아가 새로운 태양광 반도체 물질 개발로 이어지며 그동안 우리가 진출하지 않았던 소재 산업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주축이 되는 마이크로그리드, 분산형 전력망 관리는 또한 데이터 관리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로도 이어져 정보 산업의 확대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혁신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은 독일에서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증가에서도 볼 수 있다. 태양광 패널 대체 물질 개발 회사, 에너지경영회사, 재생에너지 전력 밸런싱 관리 회사. 로컬 에너지흐름 최적화 회사, 배전망관리 회사, 에너지효율화 상품 온라인 쇼핑, 전력망 사이버보안회사 등등의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즉, 에너지 전환이 혁신 성장을 위한 전략 투자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런 혁신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과 혁신 성장 정책, 창업 정책 간의 정책 통합이 필요하다. 전환 과정이 신성장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또한 창업 유망 분야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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