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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1-04 13:06
전력인프라의 디지털화, 가능성과 한계 / 김형수 상임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245  
디지털화는 도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시스템에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필수재이자 공공재인 전기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될 때 시민들의 에너지 선택권 보장,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결과할 수도 있지만 발생하는 정보를 누가 통제 관리할 것인지,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의 거래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보진 않을지, 이 전체 과정에서 배제되는 이들은 없는지 등 사회적 공공성이 약화할 위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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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인프라의 디지털화, 가능성과 한계
[에정칼럼] 더 많은 논의와 당사자 시민의 참여 필요

지난해 12월 20일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다. 도로라는 인프라 시설에 정보통신,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차량공유 플랫폼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기존의 교통 시스템 중 하나인 택시업계가 반발하는 집회였다. 이유는 택시 이용이 줄어들고 카풀로 대체될 것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한편에서는 카풀 등의 차량공유 플랫폼 서비스는 개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도록 촉진하고, 사용 총량을 줄여 교통 혼잡을 줄이며, 정보를 교환하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한다는 가능성과 긍정의 영역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기존 교통 시스템의 일부인 택시 운전자들의 일자리를 침범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차량공유 서비스에 대한 경합하는 평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이번 갈등의 한 이유일 것이다.

사실 디지털화는 도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시스템에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전력에너지 이용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전력망이 발전소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일방향이라면 지능형 전력망 즉, 스마트그리드는 양방향 정보교환으로 전력가격에 따라 소비자가 수요를 조절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반대로 전력망 운영자가 피크 부하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전력 생산과 소비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과 부가가치 등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작년, 12월 13일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이 개장했다. 이 시장에서 중개사업자는 진전된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태양광 등 전력자원을 모집해 관리하며, 하나의 발전소가 되어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이 시장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는 이후 고도화 단계를 거쳐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등 다양한 분산자원에너지를 한데 모아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는데 활용하는 가상발전소를 소규모 전력거래시장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그리드, 가상발전소 등 전력 인프라의 디지털화로 인해 소비자들은 자기가 사용하는 전력이 태양광에서 생산된 것이지, 풍력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등 선택권 확대를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전력 소비 패턴을 확인해 그 정보를 바탕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산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출력 변동이 심한 재생에너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안정적인 계통운영을 가능케 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최적화된 알고리즘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전력 인프라의 디지털화는 현재보다 우리의 편리와 전력 이용의 효율을 훨씬 더 높인다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빛이 있다면 그늘이 있듯 전력시스템의 디지털화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환경평가기구(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에서는 2018년 10월 디지털시대의 이동성과 전기: 긴장 속에 있는 공공가치(Mobility and electricity in the digital age: Public values under tension)라는 보고서를 펴내면서 전기의 디지털화가 결과할 수 있는 공공성 약화를 지적하기도 했다.

디지털 기술로 수집되는 정보는 개인의 사생활 정보일 수 있다는 점, 정보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의 복잡함 등으로 인한 정보의 불투명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 정보통신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의 배제할 가능성, 가격 변동에 따른 전력 소비가 이루어질 경우 소득이 낮은 계층의 경우 전기 가격이 높을 때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등 사회적 공공성을 약화할 수 있는 측면 또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보고서에서는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 공공성을 약화하지 않을 정부의 역할을 모색한다.)

기술 자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기술은 빠르게 사회로 흡수되고 일상의 관계와 의미를 변화시킨다. 사회적 필수재이자 공공재인 전기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될 때 시민들의 에너지 선택권 보장,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결과할 수도 있지만 발생하는 정보를 누가 통제 관리할 것인지,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서의 거래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보진 않을지, 이 전체 과정에서 배제되는 이들은 없는지 등 사회적 공공성이 약화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기술과 적용되는 현실에 대해 더 많은 논의와 당사자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요청된다. 모두가 겪어야 하는 변화라면 모두가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변화의 속도가 빠른 만큼 정부의 발 빠른 대처도 필요하다. 공적 가치를 약화하지 않아야 하는 핵심 주체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변화로 인한 갈등을 목격하는 이 시점에서 전력 부문에서도 좀 더 풍성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 김형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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