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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2-07 10:37
세상 일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 박정연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267  
상황적 이해야말로 소통의 긍정적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이다. 탈핵과 원전, 혹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라는 만들어진 대립 구도 속에서 논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자. 에너지 전환은 탈핵집단이 원전 집단과 싸우기 위해 만든 용어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함께 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반대 주장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디테일의 차이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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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일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다
[초록發光] 반박보다 중요한 건 소통

2018년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태양광을 비롯해 재생에너지에 관한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원자력 업계에서 원자력발전을 '부흥' 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가짜뉴스나 고도로 악의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나 홍보물들을 만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배포하기 시작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진짜든 가짜든)는 뉴스나 신문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라는 특징 때문에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고 젊은이들과 노년층에게 전파되고 있다. 그에 반해 탈핵·탈석탄·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칼럼이나 기사라는 한정적인 미디어 지면에 한정적인 독자만을 대상으로 드러날 뿐이다.

그렇다고 필자가 지금 당장 유튜브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올리고 시민들과 소통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여기서는 촌스럽게도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유튜브는 다른 미디어와는 다르게 진입장벽인 낮은 덕분에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수 있고 영상이라는 특징 때문에 댓글 논쟁과 달리 반대 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반대 의견이 아니라 다른 의견에 주목해야 한다. 다른 의견은 반대 의견의 한 종류일 수도 있고 나의 의견과 비슷하지만, 일부 지점에서 다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시되고 있고, 택도 없는 주장과 이상적인 주장, 합리적인 주장과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뒤섞여 있는 속에서 서로의 주장과 의견에 대한 맥락을 찾아 이해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의 의견에 동조할 수는 없지만 왜 그런 의견을 주장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적 이해야말로 소통의 긍정적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의견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맞다. 그러나 세상에 나만 사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싸우고 논쟁하고 화도 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느 순간 이해가 일어날 것이다. 

에너지 전환도 마찬가지이다. 탈핵과 원전, 혹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라는 만들어진 대립 구도 속에서 논쟁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자. 그리고 돌아보자. 너무 나의 주장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다른 의견이 소리를 내지 못했거나 무시당하지는 않았는지, 다른 의견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척이라도 했는지, 그래서 상대방에게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어 신뢰를 쌓아가기는 했는지. 에너지 전환은 탈핵집단이 원전 집단과 싸우기 위해 만든 용어가 아니다. 에너지 전환은 함께 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반대 주장뿐만 아니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디테일의 차이에 주목해보자. 

에너지 전환을 위해 우리는 기를 모아 원전 옹호 세력과 싸우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반대 의견'에 대한 반론을 위해 너무 애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애써야 할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협상을 하는 것이다. 오로지 내가 이기는 협상이나 오로지 상대가 이기는 것은 좋은 논의 구조가 아니다. 우리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함께 타고 가는 중이면서도,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그사이에 수많은 '개, 걸, 윷'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 모두가 있어야 윷판이 만들어지고 윷놀이를 할 수 있다. 이번 설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친지들과 윷놀이나 하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보자. 어쩌면 꼰대 같은 어른이 속정 깊은 아저씨로 보일 수도 있다. 쌀쌀맞고 말 없는 10대 조카의 고민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즐거운 설을 만들어 보자.  

/ 박정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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