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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2-11 13:28
세상이 나를 바꾸지 않게 하기 / 이강준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50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생태주의 강령과 정책을 채택한 것은 노회찬 전 의원이 당의 핵심 지도부에 있을 때의 일이다. 노회찬 전의원의 부재에 황망해 하던 밤에 SK건설이 짓고 있던 라오스 남동부 수력발전 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인근 6개 마을로 50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2018년 7월 23일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슬픔이었지만, 동시에 숙제와 희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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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바꾸지 않게 하기
[에정칼럼] 노회찬의 꿈, 그리고 세계시민의 책무

2018년 7월 23일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슬픔을 남긴 날이다. 그날 “모든 시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꿨던 노회찬 전의원이 우리의 곁을 떠났고, 국가(기재부)와 자본(SK건설)의 탐욕으로 인해 라오스의 세피안-세남노이 댐이 붕괴돼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을 낳았다. 비극적인 두 개의 사건이 한 날 일어난 것은 우연일지 모르지만, 개인적 인연 탓인지 지난 반년 동안 잊을 듯 이어지는 질문과 상념과 부채의식은 뿌리치기 쉽지 않은 굴레가 되었다.

자신의 안위보다는 시민으로서의 공적 책무로 평생을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온 노회찬 전의원이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2000년대 초반 몇 년을 기억한다. 여러모로 어려웠던 민주노동당의 원외시절 그이는 흔들리지 않는 진보정치의 큰 산이었다. 돌이켜보면 주변의 많은 이들이 눈앞의 작은 성취에 집착할 때, 그이는 늘 낮은 곳을 향해 깊고 넓게 응시하고 있었던 듯싶다. 노회찬재단(hcroh.org) 창립에 맞춰 나온 두 권의 책, 「노회찬의 진심」과 「노회찬, 함께 꾸는 꿈」은 조금 먼저 간 그이가 살아남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사회평론아카데미 @후마니타스

@KBS 열린채널 캡쳐(2008.11.)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민주노동당은 생태주의를 표방했다. 민주노동당 강령(2000.1.29.)은 “자본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자행된 전 세계적인 자연환경 파괴는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고, “생태계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추구했다. 또한, 별도의 환경강령인 「친환경적인 대안사회의 실현(2000.1.29.)」에서 환경친화적 국토이용계획, 친환경 산업구조 개편,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신규건설 중지, 에너지효율혁명과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 대중교통수단 확충, 유전자조작 농산물 규제, 환경교육 의무화 등을 천명했다.

2004년 원내 진출 이후 노무현정부의 부안 방폐장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당선자 신분으로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현장으로 내려가 함께 연대한 것이나, 한수원 노조의 반발과 탈당에도 탈핵정책을 전면화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노회찬 전의원을 생태주의자라 칭하기 어렵겠지만,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생태주의 강령과 정책을 채택한 것은 그가 당의 핵심 지도부에 있을 때의 일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의 전신인 에너지정치센터 창립(2008.4.)에 맞춘 캠페인에서 태양열조리기로 삶은 계란을 맛보며 “태양 맛이 난다”며 특유의 유머와 함께 환하게 웃던 모습이 스치듯 떠오른다.

노회찬 전의원의 부재에 황망해 하던 밤에 SK건설이 짓고 있던 라오스 남동부 수력발전 댐의 보조댐이 무너져 인근 6개 마을로 50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마을이 흔적도 없이 쓸려가고, 수백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었다. 건설 중이던 댐이 붕괴하다니,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일어났다.

지난 2013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메콩워치와 인터내셔널리버스 등과 함께 현지조사를 진행해 문제점을 파악한 터라 더욱 충격이었다. 특히 부실한 사전환경영향평가, 생태계와 공동체 파괴 등의 문제점을 파악했고, 김현미 국회의원실과 협력해 국정감사에서 집중 문제제기했었다. 그러나 유상원조(EDCF)의 승인과 사업의 강행을 막지 못한 부채의식이 엄습했다. (관련 기사)

라오스댐 붕괴 후의 재난 상황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으로 인한 토착민의 비극은 개발 초기부터 사고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 90년대 동아건설과 2000년대 SK건설로 시공사가 바뀌는 과정에서 댐 수몰지의 소수민족인 나헌족은 두 차례의 강제이주를 겪어야 했다. 또한 댐 붕괴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SK건설과 합작법인에 참여해 운영을 담당하기로 한 서부발전은 물론이고, ADB도 거부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EIA)를 승인하고 졸속으로 유상원조(EDCF) 지원을 승인한 기재부와 수출입은행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의 2017년 원조규모는 22억불이었고, 유상원조는 5.8억불에 달한다. 다자원조를 제외한 양자원조는 구속성 원조인데, 즉 원조를 위한 물자와 서비스의 조달에 대한 입찰자격을 우리나라 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유상원조는 소수의 국내 (건설)기업이 독점적으로 수주하고 있고, 그만큼 대부분의 사업들이 부실한 사전환경영향평가나 이주대책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라오스 정부는 2월말께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댐 붕괴로 피해를 본 6개 마을 5,000여명의 주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의 임시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댐 붕괴로 인해 국경 넘어 하류의 캄보디아 주민 15,000여명이 농토와 가축 등 삶의 터전을 잃었다. 시민사회운동은 조금 빠르거나, 늦었더라도 끝까지 함께하는 것은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사고 대응 한국시민사회TF는 지난 1월 라오스와 캄보디아 피해지역 현지조사를 다녀왔고, “함께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카카오 같이가치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7월 23일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슬픔이었지만, 동시에 숙제와 희망을 남겼다. 노회찬의 진심과 꿈은 더 많은 노회찬들에게 이어지고, 라오스 댐 붕괴는 우리 안의 이기심을 넘어 세계시민의 책무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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