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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3-11 13:14
“이것이 나의 마지막 봄이다” / 한재각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17  
스물 서너살, 한 청년이 내게 태그를 걸어서, “이것이 나의 마지막 봄”라며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절대 “마지막 봄”이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싸우는 일이 당연한 일이며, 우리 역시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내가 청할 일은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함께 싸우자는 것이다. 그 방식은 다양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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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나의 마지막 봄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에정칼럼] 'It was our last spring' 챌린지 참여를

아침 출근길. 말 그대로 숨쉬기 어렵고 답답했다. 답답함은 미세먼지를 들이 마시는 기관지와 폐로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희뿌연 공기로 가득한 거리 풍경에서부터 입과 코를 가린 마스크들의 창백함과 그 위로 빼꼼히 보이는 눈동자들의 짜증과 두려움에서도 뿜어져 나왔다.

내복을 벗어 낼 만큼 따뜻해졌다. 이제 곧 출근길 가로수들의 마른 가지마다 새싹을 틔울 것이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만물이 생동하리라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자연법칙은 계속 이어질 것인가. 봄이 오면 새싹 틔울 환희보다는 미세먼지의 답답함이 자연 질서의 일부로 자리잡은 것만 같다. 그리고는 곧 봄은 끝나고 뜨거운 열풍의 여름으로 넘어갈 것이다. 얼마나 더울려나…..

출근길은 서부지법과 검찰청 앞으로 이어진다. 검은 정장들과 흰 마스크들 사이에서, 움추린 어깨를 한 채 맨 얼굴의 사람이 스쳐지나갔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 짧은 순간, 한 조각의 중얼거림과 함께 절망에 빠진 표정을 보게 되었다. 십수 년 전 모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간혹 보던, 여러 사법 피해자들에게 듣고 보았던 그것과 비슷했다. 억울함과 무기력함, 그것이 합쳐져서 나올 것 같은 어떤 모습.

법원 담길을 돌아서는데, 내 입에서 절망의 탄식이 새어 나왔다. 볼 수 없는 내 얼굴이 조금 전 스쳐갔던 그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이명박을 구속시켰지만, 봄 새싹을 기다리는 설레임보다 미세먼지의 답답함이 앞서는 이 사회는 언제 바뀔까. 무기력감으로 다리가 풀리는 듯 했다. 이 사태에 일말의 책임은 있으니 억울할 수는 없어서, 정신을 놓아버리는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매해 반복되는 미세먼지 불만 여론, 언론 보도 그리고 대책 발표. 그러나 나아지지 않는 공기질. 하지만 미세먼지 의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저 마스크로 되려나 싶은 의구심과 공기청정기 가동으로 ‘안전의 개인화’를 추구하는 얄팍함을 냉소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기후변화 의제에 보여주는 무관심(이라기보다는 무시가 아닐까 싶지만)보다는 낫다는 자괴감에 더욱 초라해진다.

이 미세먼지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게을러서다. 제대로 미세먼지의 위험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무지함도 있을 것이다. 또 솔직히 도움이 되나 하는 의구심도 있다. 그러나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과 사회에 그렇게 담쌓아서는 안 된다는 죄책감이다. 합리적인 판단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누군가에게 그러자고 청할 의사도, 부담을 줄 의도도 없다.

마스크는 쓰지 않는 것에 억지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내자면, 당연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해두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사계절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출퇴근을 위해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은 아니다. 마스크를 쓰고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것도 당연한 일은 아니다.

서울의 어떤 날들

스물 서너살, 한 청년이 내게 태그를 걸어서, “이것이 나의 마지막 봄”라며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러나 절대 “마지막 봄”이어서는 안 된다. 그녀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싸우는 일이 당연한 일이며, 우리 역시 함께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어야 한다. 내가 청할 일은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함께 싸우자는 것이다. 그 방식은 다양할 것이지만.

스웨덴의 15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각국 대표들 앞에서 연설했다. 거의 30년 가까이 기후변화에 관한 수많은 협상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대체 기성세대들이 이룬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껏 살던 방식으로 조직된 사회를 바꾸지 않으니, 대기 중에 쌓여가는 온실가스 배출량 곡선은 꺾여 내려가지 않고 있다. 학교에 가기보다는 기후 시위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호소에 각국의 청소년들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기후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결국 실업자나 될 것이라던 호주 환경부 장관의 저주 같은 것은 통하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오히려 3월 15일에는 전세계적으로 ‘파업’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미래세대’로만 불리웠던 청소년들이 최전선에 서기 시작했다.

3월 15일, 한국에서도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청소년기후소송단이 주최하는 이 시위는 3시부터,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열린다. 문의는 youth4ClimateAction.kr@gmail.com

이글은 아래와 같은 ‘It was our last spring’ 챌린지의 일환으로 씁니다.

It was our last spring 챌린지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색이 바래 버린, 나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봄을 되찾기 위해 진행됩니다.

3월15일, 기후변화 해결책을 촉구하기위한 청소년기후행동, 기후악당국가탈출과 함께하며, 모두의 달라진 일상을 위해 함께합니다.

이 릴레이를 이어갈 분은 정해주시고, 아래 해시태그를 포함하여 봄날의 일상을 공유해주세요.

#itwasmylastspring #벚꽃엔딩 #지키고싶은 #봄날 #315청소년기후행동 #기후악당국가탈출 #globalclimatestrike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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