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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4-08 13:05
창원성산 보궐선거 이후,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의 계기 되어야 / 이정필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410  
창원성산 선거가 에너지전환 정책 찬반의 실상을 보여줬지만, 선거 결과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승리라고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탈석탄·탈핵의 국제 동향과 해외 사례를 볼 때, 정의로운 전환 전략과 프로그램의 유무가 에너지전환이나 기후변화대응의 성패를 가른다. 창원 역시 더 이상 대안 없음 상태를 유지할 게 아니라 산업전환-노동전환-지역재생에 대한 대안 많음을 증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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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성산 보궐선거 이후,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의 계기 되어야
[에정칼럼] 전환의 헤게모니는 대안을 근거로 형성

4월 3일 보궐선거 결과는 정부와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와 경고라는 평가가 많다. 미니 선거라 확대 해석은 어렵지만, 내년 21대 총선 구도를 가늠해볼 수는 있을 터. 특히 창원 성산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정의당과 후보 단일화를 한 더불어민주당에 정부 심판론이 작용했지만, 여영국 후보의 신승으로 끝났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고 노회찬 의원의 맞대결이기도 했는데, 정의당이 수성에 성공했다.

보궐선거가 향후 의회권력의 개편이나 정부의 정치력에 미칠 영향도 중요하지만, 창원 성산의 경우는 에너지전환의 핵심 쟁점을 드러냈고 해결 과제를 남겼다는 점에서 에너지 정치의 전선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 이슈가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선거 과정에서 정부의 에너지전환이 쟁점이 됐고 두산중공업 노동자 밀집 주거지역의 투표결과를 보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었더라도 에너지-산업-노동이라는 결합이슈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 원자력정책연대, 탈원전 반대 100만 서명운동 등이 제기하는 ‘에너지전환 망국론’에는 이념적 프레임이 깃들어 있지만 물적 토대 없이 작동하는 게 절대 아니다. 핵발전소와 석탄발전소가 없는 창원에서 주목할 지점은 발전기기 제조업체들과 그곳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지역경제로 형성된 잠김 복합체(lock-in complex)에 있다.


두산중공업은 핵・석탄발전 주기기를 생산하는 핵심 기업이고 여기에 의존하는 하청업체 280여개가 창원에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중 하나로 경북 울진에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가 결정됐다. 주기기 사전 설계와 제작에 들어간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이에 손해배상이 쟁점이다. 전원개발실시계획이 승인 나지 않았고 설비공급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되기 전에 발생한 두산중공업의 ‘매몰비용’을 둘러싼 다툼이다.

신고리 5·6호기 이후 일감 감소는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부터 금속노조 두산중공업지회는 탈핵과 탈석탄이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인정하면서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기업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노조의 노동자를 살리는 전환 정책 요구는, 지난 3월 28일 상경투쟁으로 이어졌고, 최근 ‘노동개악 규탄집회’와 함께 ‘에너지전환 대책촉구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의회의 ‘탈원전정책 폐기 촉구 결의안(2018)’ 내용은 두산중공업지회의 입장과는 다르다. 지역경제 붕괴를 우려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에너지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우파 포퓰리즘과 탈진실 정치(post-truth politics)를 적극 수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울진군을 지역구로 하는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의 행보와 일치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폄훼하는 조선일보가 두산중공업지회의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 정치적 편향에 가깝게 느껴진다.

창원 성산 선거가 에너지전환 정책 찬반의 실상을 보여줬지만, 선거 결과가 에너지전환 정책의 승리라고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후보와 정의당 후보의 입장 차이는 분명했다. 정의당이 구상한 ‘그린뉴딜 창원콤플렉스’는 정부의 ‘에너지전환(원전)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2018)’과도 다르다. 전환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어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와 원전기업지원센터가 원전 안전운영과 해체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지원방안(4월 2일 원전 중소·협력업체 간담회, 4월 3일 원자력 미래포럼)은 전환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필요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부 당국의 원전기업의 매출과 고용에 대한 낙관적 진단과 지역 현장에서의 비관적 전망의 격차는 상당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두산중공업과 같이 기업의 재무악화와 부실경영 논란이 에너지전환 (탈)정치화로 희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국제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혁신 실패가 노동과 지역에 전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취약성을 파고드는 세력들의 선동을 무작정 가짜뉴스로 매도할 수 없다. 전환의 헤게모니는 대안을 자양분으로 해서 행사되기 때문에 당장의 찬반 이분법은 별 의미 없다.

지난 4월 3일 대구에서 정의로운 지역에너지전환을 주제로 ‘2019 지역에너지전환 컨퍼펀스’가 열렸다. 탈석탄·탈핵의 국제 동향과 해외 사례를 볼 때, 정의로운 전환 전략과 프로그램의 유무가 에너지전환이나 기후변화대응의 성패를 가른다는 결론을 내렸다. 창원 역시 더 이상 대안 없음(there is no alternative) 상태를 유지할 게 아니라 산업전환-노동전환-지역재생에 대한 대안 많음(there are many alternatives)을 증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가 끝났으니 창원의 정의로운 전환 모델과 실행방안을 함께 찾아보자. 정부 역시 지역 맞춤형 에너지전환을 위한 실험적 기획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생태산단이나 스마트산단도 좋지만, 작업장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가능한 일이다. 창원(제조단지)과 울진(발전단지)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다닐 전환 공간은 지역을 횡단해야 한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대응수단이 강력해질 것을 고려하면 석탄발전소가 밀집한 충남과의 관계에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런 에너지전환의 연결망은 전국 동시선거에서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다.

최근 석탄발전소 설계수명을 엄격히 제한하려는 제도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반면 노후 핵·석탄발전소 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맞바꾸자는 ‘빅딜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의 정책 후퇴는 없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과 정치공학이 주는 압박을 견디지 못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에너지전환의 경로를 설정하고 정책 옵션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로를 이탈하지 않고 선택을 지탱하게 만드는 사회적 조건을 확대 재생산하지 않고서는, 결국 노답이다.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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