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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4-15 10:11
에너지자립마을의 도약·성공을 기원하며 / 김형수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231  
이번 서울시의 정책은 에너지자립마을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질적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마을이 행정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가 됨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에너지시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정책이 성공하길 바라면서 몇가지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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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마을의 도약·성공을 기원하며
[에정칼럼]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 필요해

지난 4월 3일 서울시는 도시형 에너지전환모델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2.0」을 발표했다.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2.0」의 주요 골자는 에너지자립마을의 외연을 확장하는 ‘에너지공동체 확산 사업’과 지역의 경제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에너지자립과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는 ‘에너지전환 선도 사업’이다.

에너지공동체 확산 사업은 기존의 에너지자립마을의 우수 사례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자치구별 마을센터 중심으로 에너지 절약 및 생산을 실천하는 에너지 공동체 확대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에너지전환 선도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사업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실시간 에너지 소비량을 모니터링하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기반으로 수요자원 거래시장에 참여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과 소규모 전력 중개시장을 활용해 주민들이 생산한 전력을 전력시장에 판매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위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기존 에너지자립마을들은 서울시 지원이 끝난 후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다. 이번 서울시의 정책은 에너지자립마을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질적 도약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수익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마을이 행정 의존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가 됨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에너지시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전히 전력소비가 적은 지역인 농촌에서 대규모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로 인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서울에서 전력 자립 기반이 이전보다 확대된다면 지역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존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마을 현황. 그래픽=서울시

한 단계 도약을 시도하는 에너지자립마을 정책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점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첫째, 수요자원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에너지자립 혁신 지구를 구축할 때, 서울시는 수익모델 만큼이나 기술 수용성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자립 혁신 지구 사업이 실행되는 단위가 ‘마을’이라면 이 사업에 적용될 스마트미터링 및 데이터 송수신 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전기기와 연동될 것이다. 이는 개별 가정의 전력소모기기의 사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된다는 의미로, 사생활 감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전국가적 스마트그리드 사업 추진과정에서 스마트미터링 등에 대한 시민들의 심리적 저항에 부딪힌 사례가 있다. 서울시 또한 이를 유념해야 한다. 더 나은 정책 추진을 위해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및 분석하는 과정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둘째, 서울시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을 통한 수익 모델을 사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소규모 전력 중개시장에서 수익 모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개시장을 통해 확보할 인센티브는 불확실하고, 전력 및 공급인증서(REC) 거래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규모는 최소 10kW 초과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자립마을의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반이 확보되기 위해선 꽤 많은 용량(가령 50kW 이상)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중개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추가해야 할 계량기 및 통신설비의 비용은 450만원대로 이 비용이 낮춰지지 않는다면, 10kW 언저리의 용량인 태양광으로는 안정적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사전에 검토할 필요가 있고, 문제가 된다면 개선 방안까지 마련해야한다. 만약 발전 설비 용량이 10kW 이상이 되어 중개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 일반 주택에서는 가용 부지를 찾기 어렵다. 아파트만이 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정책은 특정 주거지에 사는 주민들을 배제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불확실성의 영역이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먼저 나서서 선도적인 시도를 하는 데에 기대를 걸게 된다. 서울시의 정책으로 인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사항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력거래제도, 특히 전력중개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정책이 안정화될 때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시와 시민들이 수익성에 매몰되지 않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시민 양성이라는 기존 운동의 성과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

/ 김형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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