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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6-24 10:24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권고안 유감 / 권승문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7,655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회적인 자원 낭비인 동시에 정부가 국민을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전기요금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을 주체가 아닌 부담을 줄여주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수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을 주체로 제대로 인식했다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한정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정책, 에너지세제와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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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권고안 유감
[에정칼럼] 전기요금 2만원 할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최종권고안이 확정됐다. 지난 3일 제시된 3가지 개편안 중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의 틀을 유지하되 여름에만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을 늘리는 ‘누진구간 확장안’(1안)이 최종권고안으로 채택됐다. 1안은 냉방기기 사용으로 여름철 전력사용이 특히 늘어나는 소비패턴을 고려해 구간별 상한선을 높이는 방식이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한다. 1안을 적용하면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려 사용량 300kWh까지 1kWh당 93.3원을 매긴다.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된다. 누진구간이 확장되면 전기요금이 줄어드는 가구 수는 1,629만 가구(2018년 사용량 기준)로, 할인금액은 월 1,142원이고, 요금이 오르는 가구는 없다고 한다.

산업부는 “가능한 많은 가구에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점, 여름철 수급관리 차원에서 현행 누진제의 기본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안이 선택 가능한 방안이라는 의견이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다수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7~8월 두 달간 가구당 전기요금 약 2만원을 줄여주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산업부와 한국전력을 포함한 민간전문가들이 모여 TF를 구성해 논의하고, 2주간 한 차례의 토론회와 한국전력 홈페이지에서의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얘기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회적인 자원 낭비인 동시에 정부가 국민을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는지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가 전기요금 정책 결정과정에서 국민을 주체가 아닌 부담을 줄여주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수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을 주체로 제대로 인식했다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한정해 국민들의 의견을 물을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 정책, 에너지세제와 전기요금 체계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논의했어야 했다.

전기신문이 지난해 말에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민들 10명 중 6명은 현재의 전기요금체계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답변을 구체적으로 보면 전기요금체계 개편 시 가장 고려할 점을 묻는 설문에서 ‘불합리한 요금 조정’이 60.1%로 가장 높았고 ‘적정 요금체계 마련’(16.8%), ‘환경 비용 반영한 체계 마련’(9.0%), ‘다양한 요금제 도입’(6.2%) 순이었다.

‘불합리한 요금 조정’과 ‘적정 요금체계 마련’ 의견은 전기요금이 현재 누진제로 인해 비싸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현재 납부하고 있는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답한 시민들이 10명 중 6명인 것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답변 내용을 보면 ‘비싸다’(매우 비싸다 19.8%, 비싼 편 40.3%)는 응답이 60.1%로 가장 많았는데 ‘적정’(27.5%)하다의 두 배 이상 높았다. 반면 ‘싸다’(매우 싸다 4.7%, 싼 편 4.3%)는 응답은 9.0%에 불과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사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매해 여름마다 반복되는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폭탄’ 논란과 산업용 등 다른 전기요금에는 누진제가 적용되는 않는 등의 형평성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지난해 한겨레 21의 보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전년보다 10만원 이상 올라 ‘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는 1.4%(11만9897가구)에 불과했다.

환경 비용을 반영하고 전력도매가격 연동제를 시행하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요금인상 수용’이 42.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요금이 인상된다면 추진하지 말아야’(29.0%), ‘현 상태 유지’(22.7%) 순으로 조사됐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로 전기요금이 오르게 될 경우 가구당 적정한 인상액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가구당 3000원’이 59.5%로 대다수로 나타났다. 이어 ‘가구당 5000원’(25.5%), ‘가구당 1만원’(11.6%), ‘가구당 2만원’(3.4%) 순으로 답했다.

한 신문사의 하나의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전기요금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파악하고 함께 논의할 주제를 선정하고 함께 논의할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지난 6개월 동안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어땠을까. 그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이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

/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운영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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