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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7-23 16:39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 공혜원 연구지원팀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83  
기후위기의 상황들 속에서 급기야 ‘재난보호권’이라는 인권이 강조되고 있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으며 빈곤, 주거, 저소득 등의 취약성으로 인해, 같은 재난이 발생해도 취약계층은 피해를 똑같이 받지 않는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의 인재을 겪으며 재난보호권 보장은 점점 더 시급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더워죽겠다’가 아니라 ‘더워서 죽을’ 위기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인권으로서’ 존중하는 재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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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갈 곳은 없다,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에정칼럼] 과연 기후위기 속도 늦출 수는 있을까

지난 2년간 에어컨 없이 폭염을 견뎌내고자 선풍기 위에 얼린 페트병도 걸어보고, 물에 적신 수건을 얼려 몸을 식혀보고, 얼린 아이스팩을 양팔에 끼고 잠들기를 시도하다가 참다못해 결국 모텔에 가서 자곤 했다. 지난해의 역대급 폭염에 에어컨을 살까 말까 고민하던 인간이 모텔에 피신해있을 동안 함께 사는 고양이 두 마리는 개구호흡을 시작했고, 바로 에어컨을 구매했다. 덕분에 당장 올 여름 더위 걱정은 덜게 되었으나,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는 기후변화, 아니 ‘기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상상이 가질 않는다.

‘기후위기’임을 직면하는 것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3위로 기후변화가 꼽혔다. 또한 올해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기후변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응답이 10%,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응답이 63% 였으며,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93%로 높은 비율이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26개국 성인 2만7천6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요 국가 위협요소’에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이 1위로 기후변화를 뽑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도 최근 세계인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기오염과 기후변화’를 꼽았다.

물론 이러한 설문조사나 통계들이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가진 문제의식이 높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 기후변화 문제가 곧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사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체감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무더위와 한파를 번갈아가며 겪어도 곧 지나갈 ‘오늘의 날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위 지인들에게도 기후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것이 떠오르는지 물어보면 바로 ‘북극곰’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또한,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지인들이 대부분이다. 당장 이번 주가 얼마나 더울까 날씨는 검색해보지만 기후변화의 문제라고 연결시키진 못한다. 기후변화는 지구 반대편 국가들의 문제이지, 당장 한국에서 일어날 문제라고 몸에 와닿지 않는다. 이 말도 안 되는 더위와 자연재해들이 바로 기후변화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을, 우리에게 닥칠 위험이 코앞에 왔다는 것을 학교, 뉴스, 매체, 국가 등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그러니 당장 기후변화를 ‘나의 생존문제’로 직면하는 것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더워죽겠다’가 아니라 ‘더워서 죽는다’

에어컨을 틀었을 때 실내온도 1도가 낮아지는 것에 대한 차이는 크게 체감하지 못하지만, 지구의 온도는 다르다. 산업혁명 이후 이미 지구의 온도는 1도 상승했고, 앞으로 1.5도, 2도가 상승할 경우 대부분의 빙하가 녹거나 전 세계 인구 55%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에서 생존하기 어려워진다고 일부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체온이 1도, 1.5도 상승 시 고열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지구에게나, 사람에게나 고작, 그러나 고작이 아닌 1.5도, 2도에 ‘생존’이 달려있다.

유럽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명피해가 늘어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50도에 이르는 더위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알래스카는 32도로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한국도 폭염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질병관리본부의 통계로 지난해 온열질환환자는 약 4,562명이며, 그 중 사망자는 48명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축 폐사 572만 마리, 농작물 피해는 2천908㏊로, 이미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식물이 정말 ‘더워서 죽고’ 있다. 이제는 최고기온이 4-50도가 넘는 것이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아야만 한다.

폭염은 재난, 도망갈 곳은 없다

이제 폭염은 재난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재난은 보이지 않는 곳부터 찾아온다고 했다. 폭염은 재난 중에서도 차별적 재난으로 분류된다. 작년 폭염, 치매인 남편을 둔 70세 여성이 달궈진 집 속에서 체온이 42도인 채로 발견되었다.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사망했다. 당시 구조원은 ‘집이 사우나 같았다’고 표현했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대부분의 기후변화 피해자는 노인이었으며,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아무리 더워도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노동환경이 야외인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재난을 우리는 잘 보지 못하고, 때문에 잘 알지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에어컨을 장만한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폭염 속에서도 안전할 것이라고 쉽게 믿어버리고 있다.

이와 같은 기후위기의 상황들 속에서 급기야 ‘재난보호권’이라는 인권이 강조되고 있다. 재난을 예방하거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 입게 될 피해를 줄여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뜻한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으며 빈곤, 주거, 저소득 등의 취약성으로 인해, 같은 재난이 발생해도 취약계층은 피해를 똑같이 받지 않는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등의 인재을 겪으며 재난보호권 보장은 점점 더 시급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더워죽겠다’가 아니라 ‘더워서 죽을’ 위기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인권으로서’ 존중하는 재난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한국은 2010년부터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다는 대책이다. 이제는 ‘국가 기후위기 재난대책’으로 이름부터 바뀌어야 한다. 재난 시 매뉴얼에 따라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 등은 기후위기임을 전파해야하며, 언론 및 지역방송국은 주의보를 발표하고 경계대책에 대해 보도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대비하면서 피해를 파악함과 동시에 보고해야 하고,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정책들도 필요하다.

시작은 기후위기를 직면하는 것이겠으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지 않을까. 기후위기를 촉진시키는 산업과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급진적 저탄소사회로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과연 기후위기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까. 기후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은, 우리가 지금부터 해나갈 행동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공혜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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