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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09-30 10:16
트럼프도, 文대통령도 기후위기 무시했다 / 임성희 팀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6,795  
지난 23일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유감을 넘어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을 제안하는 맥락 또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비상한 행동은 말로 강조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는 한국, 과감한 탄소 감축 프로그램을 위한 정책 결정과 추진으로 비상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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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도, 文대통령도 기후위기 무시했다
[초록發光] 기후위기, 행동을 늦출 수 없다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가 23일 개막되었다. 때에 맞추어 세계 정상들의 책임 있는 결정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세계 시민 사회는 기후행동주간을 선포했다. 많게는 수십만 명에서 적게는 수천, 수백 명까지 세계 각지에서 400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들의 구호와 행동은 다양했으나, 의미는 간결했다. 기후위기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기, 멸종의 위협을 ‘다이-인’이란 퍼포먼스로 아스팔트에 드러누워 나타내기도 했고, 모스부호 구조신호로 기후위기로부터 탈출을 위한 정책의 다급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결석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미래가 없는데 공부를 해야 하는 의미가 무엇이냐며, 학교에 있어야 할 자신들을 거리로 몰아낸 정책결정론자들의 무책임함과 안일함, 위선을 질책하기도 했다.  

왜 이리 다급다고 말하는 것일까? 전 세계 수백 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어서면 이미 지구의 평형은 회복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산업화 이전에 비해'라는 표현이 함축하듯 지구기온 상승의 원인은 산업 활동의 결과로 공기 중에 과다 배출된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0년간 지구 기온은 약 1도 상승했으므로 우리에게 허용된 것은 0.5도다. 기온이 0.5도 오르는 걸 억제하기 위해 우리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최대치는 정해져 있다. 각국이 위기의식 없이 현재처럼 태평하게 탄소를 배출한다면 10년 만에 0.5도의 마지노선은 무너지고 말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때문에 우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 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 

배출 순 제로를 달성한다고 해서 상황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아니다. 이산화탄소는 배출 후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남아 있기 때문에 어린 세대가 변화한 기후 속에 살아가야 하는 암울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파국은 막아야 하고, 위험은 헤쳐 나가야 한다.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비상을 알리며, 지난 21일 서울에서만 5000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섰다. 27일은 청소년들이 기후위기 결석시위를 벌이기로 예정되어 있다. 불타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지구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종과 세대들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 비상한 행동을 결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롱한 것은 트럼프만이 아니다 

스웨덴에서 태양광 발전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뉴욕에서 개최되고 있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10대의 그레타 툰베리는 얼마 남지 않은 탄소예산을 언급하며, 기후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미래세대의 눈이 당신을 향해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지구 온난화는 허구이자 속임수라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장을 잠시 방문했지만, 툰베리의 연설은 듣지 않은 채 "그녀는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매우 행복한 어린 소녀처럼 보인다"라는 글을 그녀의 연설이 담긴 영상과 함께 트윗에 올렸다. <AP통신>은 트럼프의 트윗이 열정적인 연설을 한 10대 운동가를 조롱했다는 평을 달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기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은 유감을 넘어 황당함을 안겨주고 있다는 빈축을 사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석탄화력발전소를 감축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노후석탄발전소 10기를 셧다운 할 계획이지만, 그보다 많은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있다. 따라서 정상회의장에서 석탄발전소를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모두가 모여 온실가스 감축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제정을 제안하는 맥락 또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온실가스 배출 7위 국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탄소배출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는 국가의 정상으로서 어떠한 발언과 책임 있는 행동,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점이 대통령의 연설에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제2차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며 화석연료 사용 제로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덴마크로부터 많이 배우고 싶다는 말을 했다. 비상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란 말도 덧붙였다. 비상한 행동은 말로 강조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고 있는 한국, 과감한 탄소 감축 프로그램을 위한 정책 결정과 추진으로 비상한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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