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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10-17 16:14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1년 3개월 / 한재각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466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두려움과 절망이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한바탕 울어버리고 털고 일어나, 각자의 국가와 지역에서 최선을 다해 배출제로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싸우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미국의 대선이 내년 11월에 놓여 있고, 기후부정론자 트럼프에 맞서 배출제로와 녹색뉴딜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기후정의운동은 그들의 최선을 다하리라. 한국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기후위기의 진실를 외면하지 않고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꿀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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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계속, 우리에게 더 이상 시간 남아 있지 않다
[에정칼럼]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1년 3개월

한국, 대중적 기후정의운동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9월 21일, 5,000명의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비상하게 행동하자며 서울 대학로에서 모였다. 부산, 창원, 전주, 천안, 제주 등에서 모인 시민들까지 포함하면, 6천여 명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선 것이다. 한국 환경운동의 역사에서 이런 대규모 ‘대중동원’의 선례는 쉽게 찾기 어렵다. 이 집회와 행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점차 가중되는 기후위기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에 맞서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동료 시민 속에서 서로 확인했다. 대중적 기후정의운동의 가능성을 이제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6,000명의 숫자에 대해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후위기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환경운동만의 과제인가라고 자문해볼 필요는 있다. 이번 집회와 시위를 조직했던 기후위기 비상행동에는 노동, 농민, 여성, 인권, 보건의료, 생협, 과학기술, 정당 등 전국 330개의 단체가 참여하였다. 많은 사회운동들이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의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핵심적인 의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아직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모으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검찰 개혁 혹은 조국 사퇴를 걸고 각기 백만 명씩 거리에 모였으며, 또 해외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며 수백만 명의 행진이 있었던 것에 대비해볼 수도 있다. 솔직히 대학로에 모인 5,000명의 숫자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결코 검찰개혁보다 사소한 의제는 아니며 인류 전체, 무엇보다도 지구적/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거대한 소수”라 불러야 한다. 검찰개혁 ‘전선’에 머물며 퇴행하고만 있는 한국사회를 흔들어 깨울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9월 21일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회 모습(사진=에너지전환포럼)

한국 외교의 참극이며, 지구적 기후위기의 방조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세 가지 대정부 요구 사항을 내걸었다. 첫째, 기후위기 진실을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언하라. 둘째,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방안 마련하라. 셋째, 기후위기를 다룰 독립적인 범국가 기구를 구성하라. 9월 4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했으며, 따로 청와대에도 공문으로 전달했다. 이 요구와 덧붙여,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가할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도 진행했다.

환경부 장관만 참석이 거론되다가, 기자를 통해서 총리가 참석할 것이라는 정보가 확인되었다. 추석날에는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서 23일의 기후행동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북미 대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핵심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한때 영국 언론은 신규 석탄발전 때문에 한국 대통령이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을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대통령의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의제를 구분하지 못한 채 철지난 “푸른 하늘”을 거론하는 것은 애교이며, 노후 석탄을 줄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신규 석탄 건설은 거론하지 않으며 ‘소극적 거짓말’까지 했다. 기후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해서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진전된 계획을 가지고 와달라는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 속에서도, 앵무새 마냥 한국 대통령은 파리협정을 잘 준수하고 있다며 되뇌였다.

한국 외교의 참극이라 논평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지구적 기후위기의 방조를 넘어 기후부정의 범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되고 기후변화는 안된다”는 청와대의 입장으로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환경부 주무국장이 공개적으로 “한국을 기후악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비하”라며 기후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속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뒤늦게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5도 목표와 배출제로를 언급하기 시작했지만, 현실성은 없다는 꼬리말을 잊지 않고 있다. 그저 대중적 기후정의운동의 출현의 수동적 반응일 뿐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1년 3개월, 무엇을 할 것인가

1.5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서서 우리에게 남겨진 전지구적 탄소예산이 바닥나기까지 8.5년. 각국이 배출제로 계획을 세우고 보고해야 할 2020년 12월 COP26 런던회의까지 1년 3개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표들이다. 절반의 운에 맞기고 시간표를 좀 더 늘려 볼 욕심을 낼 수도 있지만, 시베리아 동토층의 메탄 방출처럼 과학자들의 셈에 들어 있지 않은 지구의 되먹임 체계가 시간을 싹둑 잘라 먹을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인지 모른다. 일부 기후과학자들이 연구실을 닫고 안전한 곳을 찾아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보고가 암시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두려움과 절망이 짓누르고 있다. 그러나 한바탕 울어버리고 털고 일어나, 각자의 국가와 지역에서 최선을 다해 배출제로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 싸우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미국의 대선이 내년 11월에 놓여 있고, 기후부정론자 트럼프에 맞서 배출제로와 녹색뉴딜을 기치로 내건 민주당 후보들이 나서고 있다. 미국의 기후정의운동은 그들의 최선을 다하리라. 한국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기후위기의 진실를 외면하지 않고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꿀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국의 기후운동 역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뉴욕, 산티에고(COP25) 그리고 런던(COP26)으로 이어지는 국제 협상과 투쟁의 장에서, ‘화석연료동맹’에 맞서 지구적으로 거대하고 정의로운 ‘기후동맹’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동맹에게 지구를 구하는 일이 빈곤을 없애고 여러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과 다른 것이 아니다. 동맹의 전제는 각자의 국가와 지역이 자신의 책임과 역량에 걸맞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다하고, 또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비용을 공평하게 부담하는 것이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7위, 누적 온실가스배출량 17위의 한국은 절대로 무임승차할 수 없는 동맹이다.

거대한 기후동맹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자

이번 가을과 겨울까지 전국에서 수백 개의 ‘기후학교’를 열자. 기후위기를 배우고 똑바로 직시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공부하고 토론하자. 2050년까지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는 무엇을 각오해야 하는지,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해야 정의로울지. 일터에서 동네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노동조합, 협동조합, 시민단체, 정당, 동네 모임… 뭐든 좋다. 17개 광역 지자체, 226개 기초 지자체, 그리고 수천 개의 읍면동마다 기후위기를 알리고 배우고 토론하자. 그리고 내년 봄에 사라져갈 화석연료 동맹에 맞서는 거대한 기후동맹이 되어서 싹을 틔우자.

그리고 봄이 오면 거리로, 인터넷으로, 그리고 정치의 장으로 다시 나서자. 이번에는 6천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만 명, 수십만 명, 수백만 명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중앙정부, 국회, 지자체, 정당 그리고 기업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우리를 무서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가속화를 방치한다면 그들의 명줄도 끊어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들이 배출제로 계획을 제시하고, 그를 위해서 어떻게 재정을 동원할지, 어떻게 온실가스를 줄일지, 그리고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바로잡을지 방안을 제시하고 경쟁하도록 만들자. 아마도 그린뉴딜이 그 운동장이 될 것이다. 그리고 기후를 위해서 투표하자.

당신들이 들어보았던 그렇지 않던,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숫자는 허구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계속 되고, 더 이상 글로만 말로만 이야기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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