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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19-12-02 18:17
지역에너지계획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 김형수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7,167  
지역에너지계획을 집행하기 위해선 계획뿐 아니라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여전히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기조는 미온적이고, 가장 상위 목표가 되어야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하위 계획으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에너지계획 집행, 더 나아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예산 편성과 부서별 정책기조 전환은 소극적이거나 내가 일하는 부서와는 상관없는, 혹은 충돌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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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대응이 국가 최우선 계획이어야 한다
[초록發光] 지역에너지계획 어떻게 집행할 것인가

국가의 에너지 관련 최고 상위 계획으로 에너지기본계획이 있다면, 지방정부 단위에서 작성하는 에너지계획도 있다. 특별광역시도는 5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계획을 작성해야 하며, 기초지자체는 재량에 따라 작성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역에너지계획을 "국가 에너지기본계획의 효율적 달성을 위한 하위 개념의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적, 행정적으로는 하위개념일 수 있지만, 지방정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 정책을 능동적으로 펼치고, 국가 계획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한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원인이 화석연료 생산과 소비에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를 어디서 얻고, 얼마나 소비하고,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지 등을 다루는 지역에너지계획은 또 하나의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기도 하다.  

글쓴이는 ㅋ 지역의 에너지계획 수립연구에 참여했다. 시민참여형으로 계획 덕분에 ㅋ 지역 시민이 직접 장기 비전과 에너지 시나리오를 결정했다. 최종적으로 소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에너지 소비 감축과 효율을 강조하는 2040년 미래 비전 및 에너지 시나리오를 선택했다. ㅋ 지역의 경우 최근 에너지 소비가 계속 증가한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산업, 농업, 건물, 수송 부문 등의 에너지 정책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연구진은 시민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5개년 세부 정책을 만들어, 해당 지역 지방정부 부서 공무원들과 검토 회의를 진행했다.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을 담당하는 부서만 에너지 계획을 집행하지 않는다. 특히 에너지 소비 감축 및 효율 정책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관련 부서와의 협업이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회의가 마련됐다.  

모두가 예상하듯, 공무원들은 과하게 잡힌 목표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제시된 업무는 자기 부서의 일이 아니란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현행 추세를 극복하기 위한 목표는 재원 부족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됐다.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과 함의에 대한 공감대가 없기 때문인지 각 부서는 이 일이 자기 부서의 본래 계획과 호응하는지, 더 나아가 자기 부서의 일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연구진이 제시한 정책 중 일부는 새로운 정책이라 담당 부서를 특정할 수 없는 것도 있는데, 공무원 사이에는 어떻게 부서 간 협력하고 일을 맡을지 보다는 어떤 일이 어느 부서에 할당되는지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묘하게 형성되었다.  

지역에서부터 시민과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작성되는 계획이 계획으로만 그칠 것 같은 큰 벽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원초적인 반응은 답답한 공무원 조직과 개인을 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그렇다고 해서 공무원 조직과 개별 공무원, 지방정부 및 지자체장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평과 불만 사이, 그 행간을 읽어내지 않으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공무원과 현실을 모르는 시민, 연구진 사이의 상호 불신만 커질 뿐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와 자주도는 매우 낮다.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자체 재원 마련 및 일을 할 조직 확대에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는 지역 내 투쟁과 정치도 필요하지만, 결국 국가의 근본적인 재정 확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의 효율적 달성을 위한 지역에너지계획이라면 그에 걸맞은 예산 지원이 필요한 셈이다. 가령 ㅋ 지역 사례에서 A라는 정책을 연구진이 제시했을 때 이를 담당하는 부서 실무자는 해당 정책목표가 현재 상황에 비해 과도하고 내년도 국비 또한 편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문제제기했다. 

각 부서가 세운 자체 계획이 에너지 정책 목표가 겨냥하는 방향과 어긋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송부문의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를 재생에너지를 쓰는 전기차로 바꾸는 것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확대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지역 종합계획 상 도로는 늘고 적자 노선 폐지 기조 아래 대중교통 노선은 축소되는 상황이다. 각 부서별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목표 안에서 수립되지 않으면 칸막이 행정은 단순히 공무원 조직사회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부서 간 정책 충돌의 문제가 된다.  

지역에너지계획을 집행하기 위해선 계획뿐 아니라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해당 조건의 일부가 지역 에너지계획 상에 '기금 조성', '재원 마련', '조례 제정을 통한 법적 기반 조성', '거버넌스 구축' 등 몇몇 표현으로 반영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계획과 맞닿은 유관 정책 기조의 전환(그리고 이에 대한 부서 및 실무자의 충분한 이해), 에너지 정책 관련 부문의 재정지출 확대 등 지역에너지계획이 놓인 맥락의 조건을 바꿔낼 정치와 투쟁이 요구된다. 여전히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기조는 미온적이고, 가장 상위 목표가 되어야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하위 계획으로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에너지계획 집행, 더 나아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예산 편성과 부서별 정책기조 전환은 소극적이거나 내가 일하는 부서와는 상관없는, 혹은 충돌하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 뻔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에너지계획이 부문별 계획이 아니라 국가 혹은 지역의 최상위 계획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 농업, 교통, 건설 등 온갖 분야에서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소비 감축과 효율)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최상위 계획이기 때문에 예산을 대폭 편성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정치적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 말이다. 뻔한 결론에 대한 글쓴이를 향한 비판의 몫은 독자들에게 남겨둔다. 다만, (지역별로 수립하는 지역에너지계획이 늘고 있다는 것은 성과이겠지만), 계획이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도약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해주시리라 믿는다. 

/ 김형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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