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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1-13 10:19
한국은 2050년에도 석탄발전소를 운영한다 / 임성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7,488  
석탄발전소를 수명대로 가동한다면, 그리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이대로 건설한다면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어도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선언해 석탄발전의 수명을 단축하고 조기 퇴출을 감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일하게 신규 발전소를 추가로 지으면서 노후 발전소 몇 기를 끄는 것에 석탄감축 로드맵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2030년 석탄발전 퇴출과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를 반영하는 석탄발전감축 로드맵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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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50년에도 석탄발전소를 운영한다
[초록發光] 수명 다한 화력발전소 끄겠다고 생색이라니

얼마 전 전력거래소 주관으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전력부문 대응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추진 경과와 중점 추진과제를 브리핑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15년 단위의 중장기 전력 수요 전망에 따른 전력 설비 확충 계획을 2년 주기로 세우는 계획이다. 여태 정부는 7차 계획까지는 주로 전통 전원(핵발전과 석탄발전)을 중심에 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수립된 8차 계획에 친환경 전원 확대를 위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반영하는 등 에너지전환정책을 담았다고 자평한다. 또한 올 상반기에 수립될 9차 계획의 방향을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 등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모든 정책과 계획의 성격이 스스로 명명한 그대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분산형 전원믹스로의 전환을 위한 석탄감축 로드맵 제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실천방안 마련, 재생에너지 확산 이행을 위한 변동성 대응 및 계통연계방안 마련 등이 중점과제로 제출된 내용들이다. '석탄감축 로드맵을 제시'한다니! 눈에 반갑게 들어오는 표현이긴 하다. 석탄발전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니, 하루빨리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내 '단계별 석탄발전 감축 로드맵'이란 말의 공허함에 대면해야 했다. 어떤 속도로 단계를 밟을 것인가가 핵심인데, 실제 내용을 보니 그저 자기 수명을 다한 발전소를 끄는 것 정도였다. 왜 굳이 자기 수명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로드맵이 필요할까? 원래의 가동 계획에 불과한, 고작 수명연장 계획을 세우지 않는 데 그치는, 결국 어떠한 추가적 조치나 강구도 하지 않겠다는 목표에 왜 요란스럽게 로드맵이란 말을 붙일까? 석탄발전 30년의 수명을 포기하지 않고, 신규로 건설 중인 석탄발전 사업을 포기할 계획을 반영하지도 않은 것을 두고 단계별 석탄발전감축 로드맵이라 부르는 것은 공허한 말잔치이다.  

이대로라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 온실가스 로드맵이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전제로 한 걸음도 전진하지 않은 채 수립될 모양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라 확정된  감축량 외 추가로 감축해야 할 3410만 톤의 온실가스도 그저 수명이 다한 석탄발전의 LNG 대체 규모를 사업자 의향을 토대로 결정하고, 환경급전과 셧다운 확대, 미세먼지 상한제약 확대 운영을 통해서 줄이겠다는 계획이 전부라고 한다. 

341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인다 한들, 7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5100만 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내뿜게 된다. 미세먼지 고농도 시즌 계절관리제나 비상저감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경유차 수백만 대가 내뿜을 미세먼지의 양이 신규 석탄발전소로 인해 추가로 배출되게 된다. 석탄발전소를 수명대로 가동한다면, 그리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이대로 건설한다면 우리나라는 2050년이 되어도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게 된다.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선언해 석탄발전의 수명을 단축하고 조기 퇴출을 감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안일하게 신규 발전소를 추가로 지으면서 노후 발전소 몇 기를 끄는 것에 석탄감축 로드맵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낡은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새 것을 들일 수 없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 문제와 기후위기 대응에 불일치하는 기존의 에너지 계획과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초지일관 확인하며 그를 바탕으로 전력수요와 설비계획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는다면, 이는 에너지전환 정책 대응 계획이라 할 수 없다. 이전 전력수급계획에서 확정되었다고 해서 차기 전력수급계획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면 결국 변화와 진일보는 불가능하다. 하나의 계획이 다른 계획의 발목을 잡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축소하고, 신규 석탄발전사업 폐기를 최소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아내야 단계적 감축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석탄발전으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2030년 석탄발전 퇴출과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위한 발걸음이 다른 나라들만의 이야기여서는 곤란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 반영된 석탄발전감축 로드맵이다.  

/ 임성희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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