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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2-10 09:29
기후변화 선도국? 행동 없는 선언은 공허 / 이정필 연구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74  
문제는 그동안 정책 기조에서 삭제한 녹색성장/그린뉴딜의 국내용 버전의 실체가 없다는 데 있다. 좋게 해석하면, 포용성장+그린뉴딜 조합을 구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지 알 길이 없고, 수사적 의미 말고 그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P4G 행사의 취지를 수긍하기 어렵다. 외부적 계기를 기회의 창으로 살릴 수 있다면 사후적으로나마 납득이 가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선언문으로 끝난다면 그런 평가도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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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선도국? 행동 없는 선언은 공허
[초록發光] 한국 P4G 개최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

글로벌 위험과 제로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질병의 세계화'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요즘이다. 아무쪼록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수습되길 바란다. 그런데 위험사회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나타나는 지구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국가와 지역 현장의 대응 못지않게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정치경제 체계와 사회문화 질서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글로벌 위험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에도 주목해야 한다.  

위험 자체를 구분하는 일도 중요한데, 존재 자체를 제거하기 어려운 위험은 사태 발생과 확산을 최소화하는 사전 예방과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인간의 생존 본능과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기술이 건강한 삶과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음을 인정하더라도, 과연 '질병 제로'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사회가 자연 위에 군림하고 경제 이윤이 사회 안전망에 우선하는 곳에서 질병 관리는 영원한 숙제가 된다. 개인주의적 방역 문화와 집단주의적 혐오가 한 쌍을 이뤄 공포 주문을 걸 대상을 찾게 되면, 결국 마땅히 분노할 지점도 놓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음으로, 대체 가능한 위험 대상은 참여적 계획과 민주적 제도를 통해 위험 자체를 원천적으로 통제해서 사회적, 생태적 편익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이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원전 제로'와 '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의지와 노력은 바람직하면서도 타당하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를 막을 파리협정에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기후파국을 대비하는 데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한 심정은 이제 관련 정책들을 나열하는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대안 패러다임을 구상하는 방식으로 향하고 있다. 순수한 자연 상태가 거의 없다시피 한 세상에서 지역현장과 국가와 국제사회를 바꾸는 작업이 시대적 과제가 된다.

2020 사회-생태 이슈 

그 어느 때보다 사회-생태 이슈가 올 한 해를 관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후변화는 물론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해양, 생물다양성과 지속가능 발전 관련 국제행사는 긍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해양서밋(World Ocean Summit, 3월 도쿄)에서 유엔 해양회의(UN Ocean Conference, 6월 리스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2021년 이후 10개년 계획을 논의하고 새로운 국제해양조약(High Seas Treaty) 체결을 시도한다. 유엔 지속가능발전 고위급정치포럼(United Nations High-level Political Forum on Sustainable Development, 7월, 뉴욕)도 개최된다.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10월 쿤밍) 또한 2021년 이후 10개년 계획을 논의한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지구의 날(4월 22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11월 9일부터 열리는 글래스고 기후총회(COP26)는 미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신기후체제 출범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최국 영국의 미국 등에 대한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르겠지만, 6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에서 열리는 G7 회의는 과거(2005~2007년)와 달리 기후총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고, 특히 11월 3일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11월 4일 파리협정 탈퇴가 효력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한편, 9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유럽-중국 정상회의가 COP26과 신기후체제의 성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P4G와 그린뉴딜 

국제행사가 주로 의제별로 진행되지만 그린뉴딜이라는 대안 패러다임이 공통분모가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녹색성장, 그린 이코노미, 블루 이코노미 등으로도 불리는데, 그린뉴딜은 여러 나라,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6월 29~30일 서울에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 2030; P4G)가 열린다. P4G는 민관 파트너십 통해 녹색성장, 지속가능발전, 파리협정 실현을 위한 정상회의급 국제기구이다. 현재 참여 국가로는 한국, 덴마크, 네덜란드, 베트남, 멕시코, 칠레, 이디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 총 12개국이다.

그런데 한국은 왜 P4G 행사를 개최하는 걸까? 어떤 의미가 있을 걸까? 작년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P4G 개최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정부 부처의 보도 자료를 종합하면, 행사 유치의 배경과 의도를 살펴볼 수 있다. 외교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준비위원회는 P4G를 통해 한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도적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그동안의 정책과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며 국제적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다. 좋은 취지이지만 뭔가 개운하지 않다. 잠시 시간을 과거로 돌려보자.  

2010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 모델을 개도국에 전파하기 위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를 설립한다. 2012년에 국제기구로 인정받으면서 한국이 주도한 첫 번째 국제기구라는 기록을 남긴다. 2011년, 덴마크 정부는 글로벌녹색성장포럼(Global Green Growth Forum; 3GF)이라는 녹색성장 민관 파트너십 포럼을 발족한다. 덴마크와 한국의 녹색성장의 길이 다름에도, 양국 간의 전략적 제휴는 2012년부터 한-덴 녹색성장동맹 형태로 지속된다. 2018년에 3GF가 P4G로 확대 개편되면서 제1차 P4G가 덴마크에서 개최됐다(코펜하겐 행동선언). 

P4G 개최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 

우리에게 녹색성장이라는 트라우마는 어느 정도 극복된 것 같다. 그리고 그린뉴딜이 다시 유행을 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녹색성장의 실패경험 때문에 P4G 한국 개최에 대해서 족보 따지면서 비판할 생각은 없다. 현시점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함께 토론하길 제안한다.  

첫째, 우리에게 녹색성장 혹은 그린뉴딜이란 무엇인가? 덴마크를 포함한 노르딕 국가들은 10년 전 지구적으로 불었던 녹색성장/그린뉴딜 이니셔티브(Nordic Green Growth)를 꾸준히 부여잡고 있었다. 북유럽 스타일의 녹색대안 프레임을 한국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도 곤란하겠지만, 정작 문제는 그동안 정책 기조에서 삭제한 녹색성장/그린뉴딜의 국내용 버전의 실체가 없다는 데 있다. 좋게 해석하면, 포용성장+그린뉴딜 조합을 구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지 알 길이 없고, 수사적 의미 말고 그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 없이 P4G 행사의 취지를 수긍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외부적 계기를 기회의 창으로 살릴 수 있다면 사후적으로나마 납득이 가는 부분도 생기겠지만, 선언문(서울 선언)으로 끝난다면 그런 평가도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기후변화 선도국가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녹색성장 시절에도 선도국가를 꿈꿨다. 창조경제 때는 빈국과 개도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하기 바빴다. 올해 국제기후레짐의 핵심 이슈는 2030 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전략(LEDS)이고, 국내에서도 핵심 쟁점은 배출제로와 탈석탄이다. 2050 LEDS 배출제로 없이, 2030 NDC 목표향상 없이, 그리고 탈석탄 로드맵 없이 P4G 활용론은 아무짝에 쓸모없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노후석탄 수명연장 금지를 담는 정도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더 적극적인 의지를 밝히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서는 P4G에서 내세울 카드도 없을뿐더러, 기후변화 선도국가를 자처할 근거도 없다. 행동계획이 없는 기후위기 선언은 이 국면에서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P4G가 다루는 분야가 물, 식량・농업,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로 다양하지만, 개도국의 파트너십 구축 및 지원에 논의가 집중되는 편향도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은 양질의 해외 지원과 함께 국내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제안을 하나 한다. 정부는 P4G 행사에 맞춰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알기 쉬운 우리말 명칭 및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작명 솜씨도 없고 알기 쉬운 것도 아니겠지만, '2030 지속가능한 그린뉴딜' 아니면 '2030 정의로운 전환'은 어떤가.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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