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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2-11 16:11
핵발전 노동자와 정의로운 전환 / 이강준 이사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6,985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의 실적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노조가 주장하듯이 방만부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한 문제다. 이제라도 ‘탈핵이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탈핵의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를 더 주목해야 한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핵발전소 업계와 노동자들의 전환의 과정을 지원하는 ‘기금’과 ‘프로그램’과 ‘조직’과 ‘지원법’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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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핵발전소 노동자
[에정칼럼] 핵발전 노동자와 정의로운 전환 

며칠 전 오랫동안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정규직 전환 등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탈핵활동가 K의 고민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K의 고민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과 두산중공업 노조의 탈원전 반대 활동과 관련한 것이었다.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지난 1월 6일 핵발전소 방사선안전관리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민주노총 공공연대노동조합 방사선안전관리지회는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제적인원 121명이 전원 투표에 참가하여 121명 전원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뉴시스, 한수원 원전 방사선안전관리 비정규 노동자들의 부분파업

이들의 주장은 간명하다.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은 용역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을 한수원(주)이 담당하고, 재료 및 장비, 설비 등 모든 것을 한수원(주)이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용역이나 공사용역과 비교할 때 용역업체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겨주는 기형적인 용역형태라는 것이다. 소수에게 특혜를 몰아줄 뿐만 아니라, 명백히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안전의 외주화’는 노동자들의 기본권 침해를 넘어 핵발전소의 안전사고 위험을 높인다. 노조는 “용역업체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전락한 방사선안전관리 용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시 용역형태를 우선 ‘공사’로 전환해 줄 것”을 주장했다. (관련기사)

그러나 이들의 파업 소식은 에너지전문지와 지방지에 단신으로 처리됐을 뿐이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최일선에서 핵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하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저임금, 그리고 피폭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은 그대로다. 후쿠시마 핵사고(2011년)와 원전비리 사건(2013년)으로 핵발전소의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었고, 세월호 참사(2014)와 김용균 사건(2018)에서 보듯이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할 시급한 과제이다.

핵발전소의 안전관리, 피폭 등 생명과 고용불안 속에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공언했고, 이제는 핵발전소 비정규직 분야(정비·발전운영·수처리·방사선안전관리 등)의 정규직 전환으로 응답해야 한다.

두산중공업 노조의 탈원전 반대 활동

한편, 탈핵활동가 K는 두산중공업 노조의 새로운 집행부가 ‘탈원전 반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에 당혹해 했다. K는 평소 노동자들의 기본권 투쟁을 지지해 왔고, 핵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연대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터였다. 노조의 활동이 궁금해 두산중공업노조의 소식지 ‘소리모아’의 최근 2년 치를 쭉 훑어보았다.

소식지를 중심으로 보면, 두산중공업 노조의 탈원전 반대 활동은 2017년 10월 9일(제10기 1호)에 처음 등장한다. 김경수 국회의원을 방문하여 ‘정부의 대안 없는 탈원전과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하여 고용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전달했다는 소식이다.

@주간 <소리모아> 제11기 1호(2020/01/06)

이후 노조는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진정서를 각계에 제출하고, 1인 시위를 전개하는 가 하면, 서명운동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조의 핵심적인 주장은 두산 자본의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갑작스런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위축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특히 정의당 경남도당에 진정서를 제출(2019/04/11)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탈원전 반대’입장을 표명(2020/01/22)하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두산중공업지회 제11기 집행부는 아예 탈원전 반대 추진위 발족을 예고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는‘소리모아 특별호’를 발간하는 등 탈원전 정책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노동자와 진보정당이 갈등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에 불과하고, 현재 두산중공업이 건설 중인 신고리 5ㆍ6호기에서 매출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의 실적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노조가 주장하듯이 계열사(두산건설) 투자 손실(1조원) 등 방만․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한 문제다.

사실 이러한 갈등은 예고돼 있었다. 이제라도 ‘탈핵이냐 아니냐’의 문제에서 ‘탈핵의 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의 문제를 더 주목해야 한다. 1년 전 국회토론회에서 한 노조 간부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전환은 급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발전설비 제조업은 직종 전환 등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2019/02/22)’고 발언했다.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과정에서 핵발전소 업계와 노동자들의 전환의 과정을 지원하는 ‘기금’과 ‘프로그램’과 ‘조직’과 ‘지원법’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핵발전소의 안전관리와 피폭과 고용불안 속에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탈핵의 과정에서 발생한 지역경제와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다가오는 선거 과정에서 제 정당과 후보들이 ‘핵발전소의 안전관리와 노동기본권 강화’, ‘탈핵과 정의로운 전환’ 등을 본격적으로 논쟁하고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강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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