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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2-13 16:41
4.15총선, '기후국회'를 만들자 / 한재각 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6,954  
우리에게 남은 탄소예산이 8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4월 15일의 총선으로 '기후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를 대신해서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해야 한다. 2050년 배출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잘못 설정된 2030 감축목표를 대폭 강화하며, 이를 법제화하는 '기후변화대응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과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기후내각을 만들도록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다배출자를 규제하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탄소세를 부과하여 대규모 예산을 동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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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기후국회'를 만들자
[초록發光] 지구와 생명을 구할 시간, 얼마 남지 않았다

8년이 채 남지 않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탄소예산' 계산에 따르면, 우리가 이대로 지구를 소비한다면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8년 안에 모두 소진하게 된다. 작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 맞춰 세계 각국 750만 명의 시민이 거리에 쏟아져 기후위기 해결을 외친 이유, 영국, 뉴질랜드 등의 각국이 2050년 배출제로를 약속하고 있는 이유다. 

한국은 예외로 남아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를 향해 한국의 문화 역량을 펼쳐 보일 때, 한국 정부는 기후악당 국가라는 국제적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모른 채 하고 있다. 유엔까지 날아간 한국의 대통령은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사실을 숨긴 채 파리협정을 잘 준수하고 있다고 연설해 비웃음을 샀으며, 국제단체들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이 여전히 "매우 불충분"하다며 싸늘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만의 문제일 수는 없다. 세계 각국의 의회가 앞을 다투어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하고 법제화하고 있다. 심지어 기후위기 부정론자가 대통령인 미국에서조차, 의회에서는 여러 의원들이 서명하여 그린뉴딜 결의안을 제출하였고, 주요 대선 후보들은 이를 공약하며 정치적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회에서 기후위기와 해결책에 대한 토론은 희귀한 일이다. 국회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서 획기적인 예산을 배정하거나 관련 법률을 제정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대기과학자 조천호 박사가 동네 '깡패'일 뿐이라고 묘사한 미세먼지 문제에는 한마디라도 거들려고 분주했던 정치인들이, 조 박사가 '핵폭탄'이라며 절박함을 강조한 기후위기 문제에 입을 떼기는 꺼렸다. 한국의 국회와 정치인들은 기후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를 피할 수 없고 그 영향이 너무 어마어마해서, 그냥 쇼크에 빠져 버린 것일까? (☞관련기사 : "미세먼지가 불량배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작년 9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각 정당들에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2050년 배출제로 필요성 등을 질의하였으나, 진보․녹색정당만이 제대로 답변하였다. A+ 등급을 받은 정당은 정의당과 녹색당뿐이었다. 민중당은 A 등급을 받았다. 거대․보수 정당들은 기후위기 심각성 자체를 제대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다. C 등급을 받은 민주당은 기후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힘든 아리송한 답변을 했을 뿐만 아니라, 비상행동의 3대 요구 사항이었던 2050년 배출제로 계획 수립과 독립적인 범국가기구의 설치에 응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답변을 거부하면서 기후위기라는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무관심을 드러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우리공화당도 답변을 거부하여, 자유한국당과 함께 F 등급을 받았다. 이들이 국회를 기후침묵에 가두고 긴급한 기후행동을 외면하고 있다.  

매 국회마다 최악의 정치를 경험하고 있지만, 특히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20대 국회는 기후위기 앞에 철저히 무능했다. 우리에게 남은 탄소예산이 8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4월 15일의 총선으로 '기후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위기를 외면하고 있는 정부를 대신해서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해야 한다. 2050년 배출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잘못 설정된 2030 감축목표를 대폭 강화하며, 이를 법제화하는 '기후변화대응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과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기후내각을 만들도록 행정조직을 개편하고, 다배출자를 규제하며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탄소세를 부과하여 대규모 예산을 동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전환, 제로에너지빌딩, 탈 탄소 교통,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해야 하며, 전환 과정에서 뒤쳐지는 사람들이 없게끔 해야 한다. 기후국회는 기후위기 속에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삶의 희망을 되찾아주고, 일상을 사는 시민이 지속 불가능한 재앙으로 돌진하는 경제에서 뛰어내려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정의당이 먼저 나섰다. 지난 12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1대 총선 '그린뉴딜'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 대표는 기후위기가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되었다고 진단하면서, 2030년까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을 50%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 상태에 도달하겠다고 약속하였다.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를 40%로 확대하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전기자동차 1000만 시대와 고속 충전인프라 '코리아 차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200만호 그린 리모델링 사업과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 그리고 국회 그린뉴딜 특별위원회, 한중일 공동 탄소 가격 설정 등을 공약하였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의당에서는 기후위기 해결을 공약으로 내건 이헌석, 이현정, 그리고 박수택 씨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13일) 녹색당도 제1호 총선 공약으로 그린뉴딜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작년 7월에 일찍이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녹색당의 이유진 공동선대본장은 "기후위기를 막고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녹색뉴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50년까지 모든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배출제로 달성(화석연료 사용을 허용하는 순배출제로와 다르다),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참여하여 논의하는 기후위기비상시민의회 구성, 탈 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기본소득을 녹색당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주거불평등과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3채 이상의 주택 소유를 금지하고, 이를 초과한 나머지 주택은 국가가 매입하여 그린 리모델링 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녹색당은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를 피하기 위한 식량자급률 100% 등을 공약해 중요한 쟁점들에서 다른 정당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녹색당에서는 에코페미니스트 고은영과 성지수 씨를 포함한 일곱 명의 모든 예비후보들이 '기후후보'로 뛸 예정이다.  

두 정당의 그린뉴딜 정책은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접근에서 비슷하지만, 경제성장에 대한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 그린뉴딜이 '다른 성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탈성장으로 가는 입구일지를 두고 우리 사회는 향후 중요한 정치 토론을 앞두고 있다. 누가 옳으냐를 따지기 이전에, 이런 경쟁과 토론이 기후위기를 돌파하는 기후'국회를 만들 중요한 정치적 힘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함이 중요하다.  

불행히도 나머지 거대 정당들은 여전히 조용하다. 민주당에서도 탄소세 도입과 그린뉴딜을 주장하는 김성환 의원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재영입 8호로 기록된 기후변화 전문가 이소영 변호사의 출마가 예고되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 총선 공약으로 그린뉴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한 당 전체의 인식이 부족한 민주당에서 그린뉴딜이 공약화될지, 된다고 하더라도 기후위기 해결과 연관성을 찾기 힘든 또 하나의 그린워싱 개발정책이 되지 않을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 와중에서 신기루에 가까운 핵융합 분야의 연구자를 영입했다는 소식은 민주당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가늠케 한다.  

자유한국당으로 눈을 돌리면 그저 답답할 뿐이다. 자유한국당 정치인 중에 누가 기후 국회에 합류할 보수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시비걸기 바쁠 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고 관련 정책 개발에도 거의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습게도 총선 1호 공약으로 탈원전정책 반대를 내걸면서, 뒤늦게야 기후위기 담론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핵발전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유럽연합이 녹색딜(Green Deal) 계획을 세우며 핵발전소 지원을 제외했다는 소식이나, 핵발전은 기후위기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한국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선언쯤은 무시해도 될 이야기로 취급된다. 이들에게서 수개월 동안 타고 있는 산불에도 기후위기를 인정하기를 거부했던 호주 총리, 스콧 모리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뒤늦게라도 기후위기를 인정했지만,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는 어떨까 싶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작년에 이어, 오는 3월 14일에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준비 중이다. 각 정당에 기후국회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동료 시민에게 기후위기 정책공약을 내놓는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3월 7일에는 "우리가 국회다! 청소년 × 시민의회" 행사를 열어서 기후 국회가 이행해야 할 시민의 요구사항을 정리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이 요구 사항을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기 위한 '기후국회 300 풀뿌리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기후행동학교가 개최되고 있으며, 광주, 인천, 충남, 충북 등의 지역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결성 소식을 알려오고 있고 노동과 농업 등 각 부문에서도 조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기존 거대정당에 이 위기에 대응할 자세를 기대할 수 없다. 4월 15일 총선, 시민이 지구와 생명을 구할 시간이다. 배출제로를 위한 기후국회를 만들자.  

/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장)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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