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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4-10 17:30
에너지전환 기준,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 김성욱 안산환경재단 연구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5,860  
밀레니얼 세대는 에너지 전환과 효율개선에 근본적인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환경에 대한 책임감, 기후위기에 대한 실체적 두려움, 강렬한 공정성 욕구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게 하고, 관성혐오, 정보 탐색력, 합리적 소비는 올바른 정보기반 하에서 최적의 소비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또한 소비 절감이 나의 복지 증진과 공정성 확보에 기여한다면 충분히 더 행동할 여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잣대인 ‘나 자신의 삶의 질’과 에너지 전환과 효율화를 어떻게 매칭할 것이냐며, 이의 성공이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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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기준, 그 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
[초록發光] 밀레니얼의 에너지전환

아직까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아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이 다소 부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가고 난 이후의 세상은 예전과 꽤 달라져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시기에도 세대와 에너지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지금의 세계를 더 잘 살아내야 할 다음 세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밀레니얼, 나아가 90년 세대에 대한 ‘어른들’의 평은 딱히 후하지 않다. 어른들과 밀레니얼 사이에 끼어있는 필자는 ‘자기 밖에 모르는 요새 애들’, ‘욜로 좋아하다가 골로 간다’는 어른들의 한탄과 자조를 종종 듣고는 한다. 이와 같은 박한 평은 아마도 밀레니얼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인 ‘합리성’과 ‘공정성’의 기준 차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들보다 나이가 많은 세대들과 비교했을 때 밀레니얼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엄격한 합리성과 공정성, 개인적 가치의 존중’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다는 것이다. 때로 이와 같은 요구는 조직 내에서 다소 난처함을 가져오기도 하고, 세대 간 소통에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필자는 이들의 이런 특징이 오히려 앞으로의 에너지 전환과 효율개선에 놀라운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필자가 자란 과거의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P) 8000달러의 개발도상국이었다. 물자와 먹을 것이 늘 모자라 가정통신문 갱지 뒷면을 연습장으로 쓰고, 방방마다 안 쓰는 불과 콘센트를 끄며, 전깃값이 두려워 보고 싶은 TV도 충분히 보지 못하는 나라였다. 그런 나라의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절약과 인내였다. 졸라맨 허리띠는 미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밀레니얼은 과거의 한국과는 다른 나라에서 자라고 살아간다. 이들이 자라는 나라는 전 세계 10위권의 경제생산력을 갖고 있고, 국민은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뿐 아니라 국가의 부조를 누릴 수 있다.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스마트폰 하나로 즉각 얻으며, 각종 앱과 기기를 통해 삶을 누린다. 

오늘날의 전자제품은 인공지능과 각종 기술에 힘입어 더 적은 에너지로 최적의 효과를 내며, 사람의 인지패턴에 따라 지능화된다. 오늘날 시민은 직접 전기를 생산할 수도, 남에게 판매할 수도 있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갖고 있다. 이러한 세계에서 적절한 행동은 예전처럼 아끼고 안 써서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가용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서 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밀레니얼은 불편함을 참지 않으며 관성에 매몰되기 싫어하고, 정보에 밝고 학습을 즐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필환경’, ‘합리적 소비’, ‘가성비’와 ‘가심비’ 등으로 발현된다.

이 세대의 소비는 결코 무조건적인 절약에 있지 않다. 기기를 활용하여 충분한 탐색을 통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고 최적 이용패턴을 찾아내며, 더 나은 제품이 나타나면 기존의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처분하고 좋은 제품을 충분히 누린다. 에너지도 다르지 않다. 이들은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내가 소비하는 에너지를 파악하고, 요금제에 맞춰 최적화하며, 자신들이 가진 신념대로 에너지를 생산하며 판매도 한다. 이들에게 ‘아껴 써라’, ‘절약해라’와 같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한’ 행동의 요구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는 메아리 같은 것이다. 충분히 쓰고 누리고도 더 적은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데, 나의 희생을 동반해서 더 적은 효율을 누리는 것은 어리석고 비효율적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서 최신의 인버터형 에어컨은 일정 시간 이내에는 껐다 켜는 것 보다 계속 켜 두는 것이 더 적은 전력을 소비한다. 전력 소비 현황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누진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소비패턴을 세팅할 수도 있다. 그래도 전기가 아깝다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요금을 줄일 수도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기료가 아까워 40도의 폭염에서도 에어컨을 장식품 삼아 세워두거나, 기존의 ‘상식’대로 온도가 조금만 내려가면 껐다가 다시 켜기를 반복하거나, 사람 없을 때 전기제품 돌리는 게 아니라며 외출과 동시에 에어컨을 끄거나, 초기 투입이 아까워 소비효율이 나쁘고 유효면적에 모자란 에어컨을 구매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전기요금도 더 많이 나오지만, 쾌적한 환경에서 충분히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을 덥고 끈끈한 환경에서 불쾌감과 싸우느라 에너지를 소진해버려 정작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무조건 노력하고 아껴서 얻는 게 아니라, 제약조건 하에서 가장 합리적인 경로를 찾아내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누리면서도 더 적은 자원을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밀레니얼은 환경 감수성이 높고, 이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며, 자신의 의지와 흥미에 따라 여러 매체를 통해 필요한 내용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학습한다. 본인의 신념과 생각을 지탄 없이 표현할 능력이 있을 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과 같이 표현할 공간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널리 알리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밀레니얼은 자신의 에너지 효율화 꿀팁부터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법,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에 대한 구분과 배제 방법, 우리의 소비가 미치는 좋은 영향과 나쁜 영향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온라인상에서 증폭시킬 수 있다. 행동의 영향력도 비교할 수 없이 커진 것이다. 

밀레니얼의 이러한 특징은 에너지 전환과 효율개선에 근본적인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환경에 대한 책임감, 기후위기에 대한 실체적 두려움, 강렬한 공정성 욕구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알게 하고, 관성혐오, 정보 탐색력, 합리적 소비는 올바른 정보기반 하에서 최적의 소비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또한 소비 절감이 나의 복지 증진과 공정성 확보에 기여한다면 충분히 더 행동할 여지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잣대인 ‘나 자신의 삶의 질’과 에너지 전환과 효율화를 어떻게 매칭할 것이냐며, 이의 성공이 에너지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행은 이들이 끝없는 양적 팽창과 개발에 대한 갈망보다는 탈 성장을 포함한 현상 유지, 질적 성장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예전처럼 무거운 고담준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원치 않고 나의 행복이 물질에 있지 않으므로 탈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치의 중심이동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현 상황에서 더 빠르고 수월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대가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추억여행을 싫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 시대의 정답이 지금의 정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의 상식이 더는 상식이 아니며, 과거의 꿀팁이 현재에는 전혀 맞지 않는 방법론이 된다. 더는 아껴서 잘 살 수 없으며, 양적 팽창이 행복의 조건도 아니다. 이들은 풍부한 정보와 적극적인 탐색, 충분한 자원 조건 하에서 더 나은 이들만의 답을 찾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며, 더 나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 김성욱 안산환경재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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