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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4-13 12:49
데이터와 에너지,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 하바라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321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이자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부정의와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 개선에서 벗어나, 우리의 데이터 소비 습관에 대해서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통신 및 IT 업계에서 고수해 온 무분별한 5G 개발 경쟁과 데이터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의와 발전이 무엇일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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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에너지, 안 보인다고 없는 게 아니다
[에정칼럼] 데이터 소비 습관, 신중히 생각해봐야

전례 없는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 권고와 외출 자제, 모임 연기 및 취소 등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사람 간의 전염을 막기 위해 대면 사회활동을 자제하고 사회와 떨어져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의 풍경이 너무나도 많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과 활동이 통제되면서 제조업, 요식업, 판매업 등 기존의 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전반적인 경제가 움츠러들었다. 좁아진 인간 활동 범위와 중단된 경제 활동으로 인간을 제외한 생태계의 회복은 코로나19의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웨덴 룬드대학의 지속가능센터의 킴벌리 니콜라스는 인간의 생활습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중 가장 큰 3가지 요인을 항공기 이용, 자가용 운행, 육류 섭취로 뽑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요 3가지 요인 중 항공기 이용과 자가용 운행 두 가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가 기후위기에 갑자기 나타난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을까?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가보자. 집안에 자발적으로 격리된 사람들이 방콕의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설탕을 400번 혹은 30분 이상 저어야 만들 수 있다는 다방커피맛 달고나 커피 후기를 SNS로 공유하는가 하면, 타이밍 좋게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하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를 수십만원의 웃돈을 주고 중고로 사기도 한다. 한편으로 직장에서는 재택근무를 하고, 더 나아가 회사 부장님이 직원들의 집 주소로 일일이 치킨을 보내주는 온라인 회식도 한단다. 이렇듯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기발한 소통과 여가생활이 자칫 온 경제가 마비되고 우울함에 빠질 수 있는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를 그나마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는 인간의 경제 활동을 줄어들게 함과 동시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다.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촉발시킬 기회라는 의견도 분분하다. 재택근무 혹은 원격 수업을 하기 위한 클라우드, 온라인 회의, 온라인 강의 등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IT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실험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디지털 소외계층(전국적으로 22만명의 학생 예상)의 평등한 교육권 침해 등 디지털 보편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사회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여가 활동도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쇼핑 등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었고, 그에 따른 ‘배달의 민족‘ 앱 독과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그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의 무료 배달앱이 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정부 차원에서의 디지털 부분 복지의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현재 국면은 4차 산업혁명 촉발의 기회이자, 민주주의적 발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오래 묻어두었던 의문이 다시 든다. 우리가 쓰는 이 많은 데이터를 감당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며 기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코로나19로 인해 컴퓨팅 용량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에너지 구조는 어떻게 바뀔까? (에너지와 데이터는 우리가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발전 혹은 유지하기 위한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닮았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근무 조건이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데이터 용량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 외에도, 생물 정보학 및 역학 분야 조사를 위해 전 세계 제약회사 및 연구소에서 고성능 컴퓨팅(HPC, High Performance Computing) 시스템을 대규모로 사용하면서 컴퓨팅 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그 일례로, 미국의 Northern Data는 올 연말까지 총 1GW 발전용량과 맞먹는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사태로 인해 현재 계획을 최대 3.6GW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사태가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용자가 775% 급증하기도 했다.

2018년 기준으로 전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5TWh였으며, 이는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웬만한 국가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에 입이 벌어지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연구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증가률이 컴퓨팅 용량을 고려하면 극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에릭 매서넷 미국 노스웨스턴대 기계공학부 교수 연구팀에서는 데이터 사용량과 데이터센터가 급증한 2010년부터 2018년까지의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정보를 분석한 결과, 저장용량은 26배, 서버 작업량은 6.5배 늘어난 반면에 전력 사용량은 고작 6% 증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 이르다. 아무리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이 개선되고 데이터 사용량 대비 효과적인 전력 사용량을 보여준다고 해도,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획기적인 온실가스 및 에너지소비 감축이 필요하다. 물론,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 운영 등에 필요한 전력 모두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 특성상 100% 자가 발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는 불가능하다. 사실상 다른 지역의 신재생에너지를 끌어다 쓰거나 REC로 메꾸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함으로써 에너지 부정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연구 대상 시기 이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최근 1년간 기존의 무선 이동 통신 기술보다 300%에서 350% 전력소모량이 많아진 5G 기술이 상용화되었으며, 5G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사람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쉽게 소비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5G 망 구축이 더뎌지고 있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집에서 즐길 수 있는 5G 관련 온라인, 미디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데이터 수요 증가에 대한 시너지 효과로 볼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이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우리는 이번에 알게 된 4차 산업의 적용가능성과 데이터 및 전력 과소비형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생활 습관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생활 습관이 과연 과거의 그것보다 기후위기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우울한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위기를 기회로!”라고 외치는 것은 이해하나, 그 기회가 무엇을 위한 기회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이자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하는 기본권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부정의와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무조건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데이터 사용량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다만,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 개선에서 벗어나, 우리의 데이터 소비 습관에 대해서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통신 및 IT 업계에서 고수해 온 무분별한 5G 개발 경쟁과 데이터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 4차 산업혁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의와 발전이 무엇일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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