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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4-28 13:27
코로나 경제위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 박진미 기후결의 활동가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5,413  
성장을 위해 주문되어 온 일자리는 틀을 깨고 새로운 관점에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청년 노동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청년들이 안전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청년들의 안정되고 안녕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현재 정부가 사회 전환과 과감한 재정지출을 결심했다면 “어떤 일자리여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과 비상한 상상력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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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와 청년 일자리 창출
[에정칼럼]'어떤 일자리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시험과 취업준비생들이 응시하는 각종 시험들이 연기되고 있다. 취업문은 확연하게 좁아지고 있고 자영업자들 못지않게 청년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필자의 친구들은 시험이 언제 재개될지 몰라 연달아 3~4회분을 접수했다고 한다. 취업이 어려우니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는 마음에 단기 구인광고에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는 2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데 400명이 몰렸고, 지자체 단기 일자리 사업에는 2~3대 1이었던 경쟁률이 15대 1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지난 22일에는 대통령주재 제5차 비상경제회의가 개최되었다. 회의 결과를 보니 핵심은 일자리를 위한 고용과 기업안정인 듯하다. 고용안정 부분에서 눈길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공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부분이었다. 청년과 취약계층을 위해 단 하나의 일자리라도 더 만들고 민간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간·도로 데이터 구축 등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는 계획이다.

공공부문에서 데이터 구축, 방역, 환경보호 등으로 제시하고 있고 민간부문에서는 콘텐츠 기획관리, 기록물 전산화 업무와 채용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에 청년들을 배치하여 일 경험을 지원한다. 과연 일자리 “창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가? 월급은 최대 80만원~180만원을 지원하고 고용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6개월 이후 이 일자리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6개월 후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나서 고용이 보장될지는 미지수이다.

5차 비상경제회의(사진=청와대)

고용충격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고용과 일자리 대책을 즉각적으로 발표했으나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보면 고용충격이 더 광범위하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제시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장기적인 위험요소를 타개하고 새로운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기회로서 보기 어렵다. 일자리 공급 측면에서 양적인 고용창출 효과를 언급했던 기존 정책들의 인상과 별 다를 바가 없다. 장기적인 위기상황에 위기만 겨우 메꾸는 단타정책으로 해석될 뿐이다. 일자리 공급 측면에서 지속가능하고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고려보다 일자리 수에 대한 집착으로 청년들이 사회에 기여하며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를 오히려 제한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단계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의 역할은 점점 대두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의 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 사회를 위해 정부가 규모 있는 재정지출을 통해 주도적으로 일자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이 타이밍에 고려하길 바라는 몇 가지를 제안해본다.

우선 청년들의 일자리는 괜찮은 일자리여야 한다. 과거의 성장을 위해 주문되어 온 일자리가 더 이상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가 아닐 수도 있다. 기존의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책은 대규모 경제성장이 가지고 오는 고용의 부풀려진 낙수효과로서 일자리 개수에만 집중해왔다.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청년들 스스로도 정책 인지와 체감은 낮았다. 현재의 청년들의 사회진입 문턱이 과거보다 많이 높아진 편이라 할 수 있다. 그 문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넘기 위해서 경쟁해야 하는 시대이다. 정책 입안자는 사회 진입 문턱을 낮추고 노동의 질을 고민하도록 시선을 옮겨야 할 것이다.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생계가 보장되고 노동환경은 안전하고 윤리적인지, 노동시간은 일상시간과 적절한 균형을 갖출 수 있는지, 합의된 고용은 보장받을 수 있고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일자리여야 한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고려했을 때 더 근본적으로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위기 사슬의 최상단에 배치하여 대응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기 대응을 위해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공공으로부터 설계되어야 하는 일자리는 기후위기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녹색일자리로 분류되던 직종들이 정말 녹색이 맞는지 제고하고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청년유실, 일자리 부족 문제가 결합하여 진정한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을 위한 지원을 제고하고 이미 해당 산업으로 유입 중인 청년노동자들은 지역의 일자리로 재교육을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해야 한다. 코로나19는 기존 사회시스템이 재난상황에서 어떤 이들에게 더 가혹하게 작동하고 그들을 배제시켜 왔는지 그 민낯을 드러냈다. 이런 장면들을 일상에서 세밀하게 포착하고 공공에서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의 사각지대는 전국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발굴되어야 하고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완화,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 구상이 필요하다.

성장을 위해 주문되어 온 일자리는 틀을 깨고 새로운 관점에서 구상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위기 대응의 필요성, 저탄소 사회상, 과거와 다른 청년 세대의 지향점, 청년 기본소득의 등장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청년 노동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청년들이 안전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인 사회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청년들의 안정되고 안녕한 삶을 꾸릴 수 있도록 현재 정부가 사회 전환과 과감한 재정지출을 결심했다면 “어떤 일자리여야 하는가?” 에 대한 질문과 비상한 상상력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 박진미 기후결의 활동가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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