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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5-04 16:51
탈성장이 대안의 길이 되려면 / 김형수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5,659  
탈성장이 길이 되려면, 우리는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며 우리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영역은 아픈 사람을 살리고,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하며, 배고픈 이들을 먹이며, 고장난 물건을 고칠 수 있고, 뭇생명들이 발 딛은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의 틀을 해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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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성장이 대안의 길이 되려면
[에정칼럼] 더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을 이야기할 때

코로나19로 사람들의 경제 활동이 줄어들자, 생태계가 회복되는 장면들이 목격되고 있다. 강력한 폐쇄 조치를 강행한 중국의 대기질은 좋아졌고, 자취를 감췄던 멸종위기 동물인 리들리 거북이는 인도 해안에 다시 나타났다. 정책연구소인 카본브리프는 기후위기의 물리적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올해 약 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코로나 19가 강제한 경제의 생산과 소비 축소로 인해 GDP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실업이 발생하고 이는 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충격을 주는 상황이다. 생태계는 회복되지만 인간은 고통스러운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생태계 회복과 경제성장이 같이 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바로 그린뉴딜이다. 그린뉴딜은 임박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건물 및 산업의 에너지 효율에 대규모 투자함으로써 경기를 진작하며 저탄소 사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일자리 보장을 통해 전환 과정의 충격을 완화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한편 탈성장에서는 생태계 회복과 경제 성장은 같이 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탈성장은 현재의 생산 소비수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현재 지속되는 자원 채굴로 인한 자원 고갈 및 환경 부정의, 생물다양성 감소를 지속시킨다고 말하며, 생산과 소비를 일정 수준까지 계획적이며 민주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며, 실업과 고용을 넘어서는 노동의 의미를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기본소득을 수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량실업 발생으로 사회경제적 위기가 가중되자, 탈성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민간 연구소인 <정책교환>의 환경에너지 분과 수석고문인 베네딕트 맥알리넌은 주간지 스펙태이터에 <코로나바이러스는 탈성장의 고통을 드러낸다>는 제목으로 글을 실었다. 영국의 실업률은 몇 주 만에 5% 증가했고, 세계 GDP는 대공황 때의 GDP 성장률(마이너스 성장률)의 두 배까지 줄어들지 모른다는 전망을 언급하며,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막는 경제 폐쇄 조치와 생산적 노동 축소 상황을 탈성장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장기적 탈성장은 영구적 경기침체이므로 대규모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고통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탈성장은 사람들의 삶을 황폐화한다고 이야기한다. 맥일리넌은 영국을 예로 들며 1990년 이래 GDP는 179% 늘었지만, 탄소배출은 41%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즉, 탈성장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탈동조화가 답이라고 말한다.

뉴레프트 리뷰 편집인인 롤라 시턴은 현재의 순간을 탈성장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고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런 태도는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거대한 경제적 사회활동의 비계획적이고 급작스러운 중단과 탈성장에서 그리는 사려 깊고, 민주적이며 관리되고 평등한 경제적 축소의 차이를 간과하는 태도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대표적 그린뉴딜론자인 폴린의 입을 빌려, 탈성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결과된 일자리 감소가 일으키는 충격인 대량실업을 어떻게 피할지 설득력 있는 주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탈성장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GDP가 사회의 좋은 삶에 대해 부분적인 면만 드러낼 뿐이지만 GDP가 감소하면 노동자들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지 못한다며 실업이 급증하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시턴은 기후 안정화를 위해 남은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우리는 ‘녹색 전략’의 한계를 평가하는데 끝없이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요구되는 철저한 대규모 녹색투자는 성장을 지속하지 않고는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고도 말한다. 그렇지만 성장에 고착된 질문을 던지게 되면 그린뉴딜과 탈성장의 차이를 과장해 전자를 이전의 정상 경제로 돌아가려는 실용적 태도를 지닌 기술관료적 자본주의로 생각하고, 탈성장을 현재의 풍요로움을 박탈하려는 목가적 유토피아로 일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시턴은 무엇이 우리 지구를 유지하고, 어떤 종류의 생산적 활동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성찰하도록 하는 두 운동의 지혜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즉, 당장은 어렵겠지만, 일자리와 생태위기라는 이중적 문제를 우리에게 필요한 노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바라보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탈성장과 그린뉴딜은 어떤 재화와 서비스가 필수적이고, 어떤 노동이 있어야 하며, 또 없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질문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에 탈성장과 그린뉴딜은 돌봄경제에서 녹색인프라까지 다른 답변을 제시하지만, 두 운동은 어떻게, 얼마나 많이, 왜 우리가 일하는지에 관한 중요하고 폭넓은 질문을 또한 제기한다고 말한다.

시턴의 질문은 지금부터 던지고 답을 찾아가야 할 중요한 문제제기다. 코로나 19를 통해 우리는 당장 소비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없는 소비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동시에 보건, 의료, 위생, (물리적 거리두기에도 거리를 둘 수 없는) 물류/유통, (안정된 식량 확보를 위한) 농업 등이 필수적 서비스/재화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런 노동들은 불안정 고용과 위험에 노출된 노동이자, 사회적으로 중요성이 평가 절하된 노동이다. 동시에 이런 필수 노동의 대부분은 인간의 삶의 기본적 필요를 채우고 인간의 삶을 재생시키는 재생산 혹은 돌봄 노동인 경우가 많다.

이에 비추어보면 우리는 젠더적으로 더 평등하고(성별 분업에 따라 재생산-돌봄 노동은 여성에게 부과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회적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한 노동여건을 구축해야 한다. 즉, 더 많은 농부, 더 많은 간호사, 더 많은 간병인, 더 많은 생활보조인, 더 많은 복지사 등이 더 평등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의 산업구조를 저탄소 산업으로 바꾸는 대규모 녹색인프라 투자도 필요하며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할 일은 성장체제가 비가시화한 노동을 제대로 대우하고, 이 영역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정의로운 노동전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탈성장이 길이 되려면, 우리는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며 우리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영역은 아픈 사람을 살리고, 고통 받는 사람을 위로하며, 배고픈 이들을 먹이며, 고장난 물건을 고칠 수 있고, 뭇생명들이 발 딛은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임금노동과 비임금노동의 틀을 해체적으로 재구성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탈성장과 그린뉴딜 그 무엇이든 이 길을 열어젖힐 수 있다면 우리는 코로나 이후를 낙관하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김형수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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