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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6-05 19:15
이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도 실패했다 / 공혜원 연구지원팀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39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고, 인류의 변화나 사회적 변화, 지질학적 변화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영국의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슬로건이었던 “역사로부터 배우고, 미래에 귀를 기울이다”처럼 이전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현재 재검토위원회의 실패를 배움의 계기로 삼고,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을 두고 신뢰를 회복하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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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도 실패했다
[에정칼럼] 인근 울산시민 100만명, 의견수렴 배제

2019년 말 기준으로 월성 중수로형 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의 저장용량 포화율이 92.31%에 달하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 7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 산하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경주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시민참여단 150명을 모집하여 숙의과정을 통해 찬성 또는 반대를 결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시설 인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약 21~30km 반경)에 울산시민이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는데도, 행정구역상 경주시민만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을 하면서 울산시민들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울산시민들이 맥스터 건설 여부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주민투표 청원서를 제출하였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관련 시설의 운영과 설치는 국가 사무라는 명분으로 거부했다. 이에 울산 북구 주민들은 4월 28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추가건설 찬반 울산 북구 주민투표관리위원회를 출범했고, 오는 6월 5일부터 6일까지 민간 주도의 주민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포화 상태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인 ‘맥스터(좌)’와 ‘캐니스터(우)’의 모습. 한수원 월성본부 제공

지난 5월 23일에는 재검토위원회가 사용후핵연료 중장기 관리방안에 대한 전국 의견수렴을 위해 시민참여단 549명을 구성하여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 보도자료(5.22)에 따르면 한 달간의 온라인 학습 과정 후 두 차례에 걸친 종합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재검토위원회는 23일에 열린 오리엔테이션 소식을 22일에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고, 탈핵시민사회단체는 자칫하면 ‘아무도 모르게 진행될 공론화’였다며 14개 권역 중 12개 권역의 행사장 앞에서 공론화 졸속 진행 반대와 공론화 중단을 촉구하며 항의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시민참여단 비율이 경기가 25.1%, 서울이 18.9%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울산 주민투표는 현 재검토위원회가 공론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재검토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국민과 원전 소재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를 보다 폭넓게 듣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검토위원회는 맥스터 추가 건설과 관련하여 의견수렴 범위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정한 규정이 없다고 설명하며 행정구역상의 지역 문제로만 다루고 있다. 늦은 공식발표와 제대로 된 홍보도 하고 있지 않고, 전보다 나아질 수 있기 위한 ‘폭넓은 대화’를 하려 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에게는 이해와 공감대를, 지역사회에는 참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던 재검토위원회는 설명회 자료를 수거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고, 선정된 사람이 아니면 입장을 제한하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보장도 하고 있지 않다.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신뢰성, 기술성 다 문제 드러내

해외사례를 살펴보자. 핀란드는 1983년부터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을 위해 부지 선정을 시작했다. 17년에 걸쳐 지역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동의를 거쳐 부지를 선정하고, 세계 최초로 2015년에 영구처분시설 건설허가를 취득하여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프랑스도 1997년 부지 선정과정에서의 지역주민 반발로 2000년부터 공론화를 시작하여 건설허가 신청 준비를 하고 있으나 지역주민의 반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고, 스웨덴은 처분시설 건설허가 심사 중이다. 미국은 처분시설을 건설하던 도중 지하심층수가 발견되어 중단했으며, 현재는 중간저장시설을 운영하며 영구처리시설의 건설을 미룬 상태다.

영국은 1997년에 처분시설 건설을 추진했다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에 방사성폐기물 관리 정책 마련을 위해서는 기술 및 과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이 중요하다며 2001년부터 시민들과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위한 공론화 방안을 마련했다. 2003년에는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CoRWM)가 출범했고, 약 30개월간 각 분야 전문가, 시민,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의견수렴 방법을 사용하여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위해 상시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핀란드도 17년에 걸쳐 겨우 부지를 선정하여 건설하고 있으나, 정말 고준위 핵폐기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성공적인 공론화 사례로 꼽히는 영국도 아직 처분시설 부지를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은 신뢰 없는 공론화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에서는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해나가기 위해 부적합한 지역을 배제하고 부지를 공모한 후 기본조사를 진행하며 주민 의사를 확인해 심층 조사를 하는 총 12년 과정을 수립했다. 1990년대부터 심층처분방식과 부지에 대한 연구를 해왔으나, 아직 전국 심층 지질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활성단층지도가 완성되지도 않았다. 이런 상황에 10만년 이상 남게 될 고준위 핵폐기물을 어떻게 격리시킬지에 대한 결정을 수년 안에 졸속으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고, 인류의 변화나 사회적 변화, 지질학적 변화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 영국의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슬로건이었던 “역사로부터 배우고, 미래에 귀를 기울이다”처럼 이전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와 현재 재검토위원회의 실패를 배움의 계기로 삼고,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논의를 위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을 두고 신뢰를 회복하며 사회적 합의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공혜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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