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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8-10 16:32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 냉소의 이유 / 이태영 소유문제연구소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402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우리가 도달해야 할 새로운 일상의 한 단면을 구성하는 목표로 삼고 곳곳에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정치사회적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위기의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새롭게 구성될 일상을 목표로 합의하며 공유된 지식(common Knowledge)을 생산하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의식적으로 놓지 말아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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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 냉소의 이유
[에정칼럼] 위기의식·목표 공유하는 시민교육 필요

얼마 전 서울 도심에서 버스를 탔다. 사람이 가득한 버스에 올라 빈자리를 찾아서게 되니 운전석 바로 뒷자리 앞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안전하고 쾌적한 자세를 취하려다 보니 운전석과 승객 사이를 분리하는 투명 파티션에 몸을 기대게 되었고, 내 시야에는 서울시와 서울특별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름으로 게시된 ‘생활 속 거리두기 대중교통 이용 10대 수칙’이 들어왔다. 그리하여 이 열 가지 수칙을 꼼꼼히 읽어보게 되었다. 10분 이상 같은 자세였기 때문에 읽고 또 읽고, 읽은 것들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림 1. 생활 속 거리두기 대중교통 이용 10대 수칙]

즉각 들었던 생각은 어느 정도 개인적 실천으로 완결성을 갖는 1번과 2번, 3번 수칙 외에는 모두 수칙대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차량이 혼잡할 때 다음 차량을 이용하려면 일단 출근 시간이라거나 등교 시간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거나 매우 부지런하여 버스 몇 대 정도는 그냥 보내도 되는 상황이어야 할 것이다. 4번이 되어야 5번과 6번, 7번, 9번 수칙도 이행할 수 있을 텐데 마찬가지 이유로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의아한 것은 10번 수칙인데 발열과 기침이 있을 때 집에서 최대한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로 일단 받아 들여본다. 코로나 시대의 교통의 공공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수칙이다.
내친김에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 수칙도 살펴본다. 국무총리가 ‘새로운 일상’을 강조하며 발표했던 방침이기도 하다. 이 수칙은 총 5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가 ‘아프면 집에서 3~4일 쉽니다.’이다. 좋은데 쉽지 않겠다. 우리는 이미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사람들이 감염병 위기에 가장 쉽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제2수칙은 사람 사이에 충분한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앞서 보았던 대중교통 이용 10가지 수칙에서 경험한 비슷한 난감함을 느끼게 한다.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라’는 제4수칙을 접하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미세먼지 문제였다. 놀랍게도 COVID19 감염병 확산의 종합적인 결과로 2020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체감도는 최근 들어 가장 작은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미세먼지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 요소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을 계절에 상관없이 겪었지 않은가. 제5수칙은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합니다.’이다. 어느새 Untact(비대면)가 새로운 일상을 상징하는 관계 맺기 방법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은 지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제5수칙의 세부 내용에는 ‘공동체를 위한 나눔과 연대를 생각하고, 코로나19 환자, 격리자 등에 대한 차별과 낙인에 반대합니다.’라는 구절이 정확히 적혀 있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Untact가 과연 새로운 일상에 그토록 중요한 개념인지 궁금하던 찰나에 이 훌륭한 문구를 보고 나니 더욱 그 궁금증이 커졌다. 거리는 멀어졌지만 어떻게 마음을 가까이 할 수 있을까? 정녕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위한 나눔과 연대를 학습할 수 있을 것인가?

이쯤 되니 2020년 상반기 우리가 확인했던 갖가지 수칙들이 사실은 ‘수칙’이 아니라 ‘목표’에 가깝지 않은가 생각해보게 된다. 불가능한 이유가 뻔히 확인되는 수칙은 사회적 규범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웃음거리가 되거나 농담의 소재가 될 뿐이다. 나 역시 코로나 이후 난무하는 수칙들에 냉소를 보내곤 했다. ‘아니, 우리가 아픈데 3~4일 쉬는 게 당연했다면 이 지경까지 왔겠어?’

[그림 2.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지침]

하지만 그런 냉소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 3대 핵심수칙이 되었든, 대중교통 이용 10대 수칙이 되었든 몇 가지 개인적인 실천(주로 마스크 쓰기나, 손 씻기, 기침 방법 등에 대한 권고)을 논외로 하고 그 지침을 구성하는 다른 내용들을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칙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목표로서는 충분히 동의하는 내용이라고 여긴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 이웃, 동료, 가족이 살아갈 새로운 일상을 상상하게 하는 목표들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목표로 삼을만한 것들을 수칙이라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은 왜곡되었고 변화의 가능성은 상실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여기에 몇 가지 조금 층위가 다른 목표들을 결합해보도록 하자. 예컨대, 끝끝내 정부가 회피하고 있는 2050년 탄소 중립과 같은 목표가 있을 수 있다. 지금 전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팬데믹이 기후위기 상황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할 때, 더 이상의 심각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인류가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여야 한다는 목표를 당연히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목표가 있다. 이미 UN이 2015년 개최한 70차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 슬로건이기도 한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 그것이다. 사람뿐 아니라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 더 넓고 깊은 차원의 목표일 수 있겠다. 이 두 가지 목표(‘2050년 탄소중립’과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것’)를 전제로 하고, 생활 속 거리두기 5대 수칙의 권고를 새로운 일상의 목표로 삼아 그 이행전략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미 여러 가지 커다란 위기의 징후들이 모여 인류에게 급격한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촉구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와는 별개로 세계와 일상은 변할 것이다. 사실 급격한 변화는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 상수에 가깝다. 한편, 이 정도의 속도와 규모는 아니었겠지만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여러 차례의 전환기에 인간이 택했던 몇 가지 유효한 전략들이 있어왔다. 그 중에는 분명 전쟁과 파시즘이라는 선택들도 존재했다.

전쟁과 파시즘이 명백한 퇴행이라고 합의한 것이 진보의 증거라 할 수 있다면, 현재 우리가 마주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상호 협력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전 생애, 전 사회적으로 배움의 목표는 그것이 되어야 한다. 학교라는 공적 교육공간에서 벌어지는 배움은 물론이거니와 국가가 책임져야 마땅한 평생학습의 기회는 전쟁과 파시즘이 아닌 형태로 정의롭게 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시민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너무 빨리 새로운 일상이 ‘수칙’의 형태로, ‘재난 문자’의 형태로 전달되고 있다. 새로운 일상이 무엇이 되면 좋을지 질문조차 공유되지 않은 채 전달되는 이 수칙과 각종 안내들을 통해서는 어떤 학습도 일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합의에 근거한 사회적 규범을 냉소하게 되거나 애초에 규범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상상하지 않게 하는 퇴행적 경험을 남길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는 철저히 무대 위에서 소비되는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것이 되고 만다.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우리가 도달해야 할 새로운 일상의 한 단면을 구성하는 목표로 삼고 곳곳에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정치사회적 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시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전제를 잘 설정하고, 우리의 목표를 합의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우리의 실천 전략을 이야기하는 경험을 우리가 제도 안팎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배움의 자리에서 시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사안이 시급하고, 명분이 명확할수록 우리는 그 시급성과 명분에 동의하는 온도가 모두 비슷할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니 위기의식을 충분히 공유하고, 새롭게 구성될 일상을 목표로 합의하며 공유된 지식(common Knowledge)을 생산하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의식적으로 놓지 말아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냉소의 대상이 된 수칙, 일상이 된 재난문자와 누구도 소외하지 않는 새로운 일상 사이는 결국 배움의 장면이 채울 수 있을 것이다.

/ 이태영 소유문제연구소 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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