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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9-01 17:31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시의 '밀도'를 다시 말한다 / 김현우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78  
코로나 위기 대응은 국토 이용을 개선하고 고령 세대와 청년 세대 경제 활동의 조화를 꾀하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망이 빠진 채 경기 회복을 위한 기업 지원에 치중하는 한국판 뉴딜, 그리고 수도권 집값을 잡는다고 아파트 공급을 늘릴 궁리를 하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 위기와 기후 위기라는 계속될 장기 비상사태 속에서 그냥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보다 나은 다른 미래를 건설해야 마땅하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보다 큰 질문과 답변이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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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시의 '밀도'를 다시 말한다
[초록發光] 밀도의 역설과 도시의 미래

코로나19와 함께 도시는 극적인 변화들을 경험하고 있다. 이동 봉쇄와 산업 활동 감소로 인해 인도 북부에서 몇 십 년 만에 히말라야 산맥이 또렷이 보일 정도로 대기 질이 개선되고, 대도시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증가한 일회용품과 포장재 이용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쏟아지고 있다. 잠시 거리가 한산해져서 교통량이 줄어들었지만, 전철과 버스의 빈자리가 늘어났다. 대중교통보다 승용차 이용이 선호된 결과다. 수송 부문의 전체 에너지 소비는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의 방향과 깊이는 어떤 구조로 어떻게 작동해 온 도시인가에 따라 다르다.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보자면 지난 3월의 봉쇄 동안 뉴욕은 10%가 줄었는데, 파리는 72%나 줄었다. 뉴욕처럼 이동 제한 기간에도 도시 내의 화석연료 발전소와 대형 쇼핑센터가 계속 가동되는 도시라면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기 어렵다. 반면 파리의 경우 외부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에너지 소비 자체가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5%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이 1.5도 목표를 위해 주문하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배출 감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쨌든 코로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극복되기 어렵고 이후에도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유사한 팬데믹이 빈발할 것이라는 예상은 도시계획과 운영의 패러다임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키워드는 '비접촉(untact)'과 '거리두기'일 것이다. 대중교통보다는 개인적 이동 수단이 선호되고, 사람들끼리 만나지 않고도 일과 소비 생활을 수행하는 디지털 기술이 각광받는다. 도시의 핵심적 속성인 '밀도'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도시계획의 초창기에 에벤에저 하워드는 공해와 질병의 원천인 산업혁명 시기의 도시를 떠나 교외에 전원도시를 조성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르 코르뷔지에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중심으로 신속히 이동하며 수직 고층건물 내에서 생활을 해결하는 '빛나는 도시'를 주창했다. 에너지 및 환경 이용과 경제생활의 균형을 고려한 현대의 많은 도시계획가들은 '컴팩트 도시'가 바람직하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는 다시 하워드 또는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로 돌아가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전개되는 도시학자들의 논의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바이러스의 전파 위험이 도시계획의 반-밀도 담론을 강화하고 있지만, 위험은 밀도(density)가 아니라 혼잡함(crowdedness)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2차 감염 사태가 무질서한 집회와 유흥업소에서의 접촉이 주된 원인인 반면, 서로가 작은 거리를 두고 주의를 유지하는 대중교통 내에서의 감염 사례는 놀랄 만큼 거의 없는 결과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즉 적절히 관리되는 밀도는 안전을 보장하며,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과 연결을 허용한다. 게다가 감염병과의 싸움은 고밀 도시의 효율성과 재정 능력을 통해서만 대처가 가능하다.

결국 해답은 도시가 밀도에 더하여 다른 중요한 속성들을 갖는 것에 있다. 특히 도시의 자원 동원과 배분의 능력뿐 아니라 도시 구성의 다양성과 유연성, 그리고 여유와 연대를 포함하는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속성이 관건이다. 기후위기와 감염병과 같이 규모와 방식을 예상하기 어려운 현대의 큰 위험들은 매뉴얼과 비축 자원으로만 대응하기 어렵다. 도시정부와 시민, 다양한 경제 주체, 물리적인 요소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행동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이 회복력을 만든다.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 문제는 방역과 보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급격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 같은 더욱 큰 위협에 대응하는 문제와 연결되어야 한다.

다만 코로나 위기에서 밀도의 문제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 숫자 자체가 적은 대다수의 농어촌은 마스크 쓰기가 불필요할 정도로 거리두기의 삶을 살고 있지만, 너무 작은 밀도는 지방소멸의 우려를 불가피하게 한다. 지방소멸 방지뿐 아니라 인구절벽과 고령화, 연금 고갈, 먹거리 공급의 불안정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도시 인구의 농촌 이동은 중요하다. 인구 분산은 일상적으로 사회적 거리와 여유 두기를 이루면서 국토의 균형 발전과 활력을 제고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코로나 위기 대응은 국토 이용을 개선하고 고령 세대와 청년 세대 경제 활동의 조화를 꾀하는 계기가 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망이 빠진 채 경기 회복을 위한 기업 지원에 치중하는 한국판 뉴딜, 그리고 수도권 집값을 잡는다고 아파트 공급을 늘릴 궁리를 하는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이 크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네덜란드 출신의 디자이너 리더바이 에델코르트(Lidewji Edelkoort)는 "바이러스의 영향은 문화적이며, 대안적인, 그리고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 위기와 기후 위기라는 계속될 장기 비상사태 속에서 그냥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보다 나은 다른 미래를 건설해야 마땅하다. 도시의 미래를 위한 보다 큰 질문과 답변이 요구되는 때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도시의 밀도보다 중요한 건 '회복력'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30일 서울 지하철 동묘앞역 인근 벼룩시장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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