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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9-01 17:38
역대급 장마와 홍수는 이제 '뉴노멀' / 하바라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207  
기후의 변화가 극심한 만큼 사회적 변화도 심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목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 예방과 사회적 후퇴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피해에 대비하여 곧 발표될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서도 1.5도 상승에 대비하여 기후변화 적응을 추진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목표 설정과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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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장마와 홍수는 이제 '뉴노멀'
[에정칼럼] 기후위기의 재해와 사회적 후퇴에 대비

8월 2일경, 간만의 모녀여행으로 문경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주말 귀성길 중앙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피해 중부고속도로 쪽으로 가고 있었다. 장호원을 지날 때 쯤이었을까, 비가 심상치 않게 내리기 시작했다. (요 몇 년간의 짧은 한반도 기후의 경험을 통해) 그저 잠깐 오는 스콜같은 비겠거니 하며 도로에 가득 고인 물과 수위가 불어난 남한강 하천을 애써 무시한 채 지나고 있었다. 일죽 IC에 진입하려는데, 노란 비옷을 입은 안내원이 산사태로 IC가 막혔다며 우회해야 한다고 차량들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억수같이 오는 비에, 예상치 못한 안내에 벙찐 채로 내비게이션 지도에 보이는 길로 무작정 방향을 돌렸다. 지도에서 표시하는 길이 안전해 보이진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좁은 논두렁 길로 진입했다. 아차 싶었다. 눈앞에 산사태로 길이 무너져있었고, 길 옆으로 아찔한 급류가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차를 쉽게 돌릴 수도 없는 논두렁 길에서 천운으로 빠져나온 후로도 가는 곳마다 토사와, 무너진 도로와 콘크리트 잔재들, 나무의 절반 이상을 삼켜버린 하천들과 맞닥뜨려야 했다. 안성과 이천지역에서 3시간쯤 헤매고 겨우 수도권에 들어섰다. 혼미해진 정신을 붙잡고 들어본 라디오에서는 DJ가 필자가 있던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물난리를 건조하게 걱정하고 있었다.

산사태 장면들(방송화면 캡쳐)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돌아와서도 며칠 동안 홍수 피해 소식은 계속됐다. 서울집에 피해 하나 없었지만 하나하나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기나긴 비가 끝났을 때는 54일의 역대 가장 긴 장마라는 타이틀과 함께 막대한 홍수 피해를 기록했다(중부지방 기준). 전국적으로 50명이 사망 혹은 실종됐으며, 6,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문득, 앞선 칼럼에서 제시했던 ‘우리’에 대한 고민이 다시 떠올랐다. 전 세계에서 유독 올해 초부터 빈번히 발생했던 역대급 규모의 자연재해 피해가 눈앞에 닥친 순간이었다.

요즘 시대에 이렇게 많은 이재민과 피해가 발생한 것이 믿기지 않으면서도, ‘요즘 시대’라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록적인 장마가 끝난 후 미디어에서는 전례 없는 빈도로 기후위기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이 막대한 피해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던졌다. 기상청의 기상예보, 수자원 공사의 댐 관리 매뉴얼, 농어촌 공사의 대응, 하천의 설계빈도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다. 고도의 인프라 구축과 관리로 자연재해를 높은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자연재해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며 자연에 대한 지배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지난 27일, 전북도의회에서 한국수자원공사가 담수량 확보를 위해 홍수기 제한 수위를 넘기는 등 섬진댐-용담댐 물난리 원인이 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고,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이 만나는 곳의 설계빈도가 달라 피해가 발생한 제도적 결함이라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의 ‘기록적’ 장마는 그 이름과 같이 전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단순히 인프라 관리 미흡 차원에서 발생한 인재라고 볼 수는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는 변화된 기후에 누구든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기후위기가 두려운 것은 앞으로 우리의 인프라와 경험이 점점 더 무용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홍수 피해는 자연재해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인재가 아닌, 기후변화라는 자연재해를 초래했다는 의미에서의 인재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인간이 더 이상 관리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환경부는 이번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홍수대책기획단’을 출범해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근본적인 홍수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댐과 하천관리에 그치고 있는 데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과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은 기후변화 자체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기록적 장마의 피해가 우연이거나 예외적인 사례가 아닌,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또 다른 ‘뉴노멀’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심하게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생태적 몰락으로 인해 사회적 갈등, 난민, 인프라 붕괴 등 사회적 후퇴가 발생하고 있고, 이번 홍수가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미 일부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지역은 수년간 계속된 기후변화로 기후난민과 내전 등이 발생했고, 안정적인 사회를 잃은 실패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생태적 몰락이 사회적 후퇴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후퇴 또한 생태적 몰락을 가속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사회와 기후위기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양방의 관계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28일,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으로 한국 기후변화 백서라고 볼 수 있는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21세기 말에 한반도 기온이 4.7도 상승과 함께 진행될 지역별 생태계 변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수온의 경우 1968~2016년 동안 한국 주변 해역 표층 수온이 약 1.23도 상승하고, 평균기온은 약 1.4도 상승하는 등 세계 평균과 비교하더라도 급격히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기후의 변화가 극심한 만큼 사회적 변화도 심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목표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 예방과 사회적 후퇴에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와 피해에 대비하여 곧 발표될 예정인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에서도 1.5도 상승에 대비하여 기후변화 적응을 추진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목표 설정과 계획이 필요하다.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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