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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9-16 12:23
그린 모빌리티 추구한다며 제주2공항을? / 이정필 연구기획위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4  
그린 모빌리티 이름으로 더 해야 할 것과 그 이름으로 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져보길 제안한다. 그렇다고 당장 모두가 모든 교통수단을 무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개인적) 탄소예산 범위 내에서, 그리고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정의로운 방식을 통해 항공 산업과 비행 이동을 줄이자는 말이다. 그러자면 경제와 무역, 노동과 여가, 관광과 모험, 시간과 공간의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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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모빌리티 추구한다며 제주2공항을?
[초록發光] 그린 모빌리티와 정의로운 녹색교통 전환

"기후환경 문제는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제1회 유엔 푸른 하늘의 날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 그린 뉴딜이라며, 그린 뉴딜을 코로나 극복 전략, 기후위기 대응 정책,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포용성을 높이는 성장 모델로 규정했다.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28개 추진과제 중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에 '5G AI 융합'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국비 13.1조 원이 투입된다. 그린 뉴딜 분야에서도 모빌리티는 에너지와 양대 축을 형성하는데,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및 노후 경유차와 선박의 친환경 가속화만으로 그린 모빌리티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모빌리티 전환은 에너지 전환과 마찬가지로 다층적인 수준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최근 주목해야 할 두 사건을 통해 현재 정부의 그린 뉴딜 모빌리티 정책을 보완하거나 그 한계를 극복할 방향을 생각해본다. 

그린 모빌리티의 확장, 화성 무상교통 실험 

먼저 화성시가 밝힌 버스 무상교통 단계적 실행 계획의 성과와 과제는 앞으로 지역 녹색 전환이나 그린 뉴딜의 구상과 실행 과정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와 흐름은 대략 이렇다. 1960년대 미국에서, 1970년대 유럽에서 시작된 무상 대중교통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왔다. 정치적, 경제적 논쟁을 겪으면서도 무상 대중교통은 전 세계 100곳의 도시 및 지방정부에서 시행되고 있을 정도로 최근 들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무상 대중교통으로의 정책 전환은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 감소, 공중보건과 삶의 질 개선, 교통복지와 연대경제 실현,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그리고 여행자 편의 제공 등 여러 이유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교통 서비스의 참여 민주화를 통해 도시와 농촌에서 녹색 전환의 변화를 이끌 동력을 찾는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해외 무상 대중교통 경험 모두가 성공적인 모빌리티 전환을 예시하지는 않는다. <무상교통>(김상철, 2014)이 제안한 것처럼, 우리는 보편적 이동권 보장, 행정의 시민 통제, 노동자의 경영 참여, 자가용 중심의 교통 구조 개선을 통해 '지역 맞춤형 무상교통 로드맵'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C40(도시기후리더십그룹)이 코로나 시대에 더욱 강조하고 있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요 일상생활과 사회 활동을 가능케 하는 도시 교통-인프라-공간 재편 접근(15-minutes city)도 중요하다. 

(사)녹색교통이 창립한지 27년이 됐다고 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교통이 잠깐 쟁점화된 적이 있었다. 교통 기본권이나 이동권 보장 및 확대 주장은 여전하다. 그린 뉴딜 시대에 무상 대중교통 관점은 그린 모빌리티 정책 시야를 탈것의 동력원으로 좁히지 않고 교통시스템 전환으로 넓히는 데 유용하다. 

그린 모빌리티의 모순, 제주 제2공항 계획 

화성의 모빌리티 전환 실험이 그린 뉴딜을 풍부하게 만드는 전략적 니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다음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은 그린 뉴딜에서 누락된 모빌리티 영역이다. 정부가 항공은 근본적으로 그린 모빌리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그린 뉴딜 의제에 올리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그보다 신공항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항공은 불가침 영역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전 세계 항공 분야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의 5~8%로 추계되는데, 이 수치에 군수용 항공 배출은 빠져 있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항운과 함께 항공산업의 배출은 기후변화 완화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업계의 자발적 조치에 의존해야만 한다. 항공의 핵심 인프라인 공항 또한 오염, 소음, 건강 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에도, 세계 곳곳의 신규 공항 및 확장 계획으로 사회적, 생태적 파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런던 히드로 공항 제3활주로 건설 위법 결정은 많은 나라와 지역에서, 특히 한국과 제주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공정과 평등이 화두일 정도로 우리 사회에 부정의가 지속되고 있다. 국제 환경정의 운동단체들이 운영하는 환경정의 아틀라스(Environmental Justice Atlas)에 취합된 한국의 환경 부정의 사례는 11건이다. 당진과 영흥 석탄화력발전소, 고리 핵발전소, 경주 핵폐기장, 밀양 송전탑에서부터 새만금 간척 사업, 삼성-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백혈병, 4대강 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사례 2건이 더 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와 제주 제2공항 건설이다. 세계적으로 60여개의 공항 및 항공 인프라 개발사업이 갈등이나 분쟁 상태에 놓여 있다고 조사되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제주다. 

기후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국면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비행기를 타는 행위를 다시 생각해보자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은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에 대한 부끄러움을 뜻하는 신조어로 비행 이동을 피하는 개인의 기후 윤리로 이해되는데, 뉴 노멀 시대에 필요한 친환경 생활양식의 하나로 비행의 자유에서 비행의 책임으로 우리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문화적 담론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수치심 각성 운동 혹은 '기차 부심'이 문제를 개인화하고 소비자 행동으로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기후 친화적 이동과 소비 패턴을 장착하는 감수성과 함께, 혹은 그 이상으로 비행 이동을 권장하고 공항산업을 확대하는 교통시스템의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Let’s Stay Grounded)이 운동 네트워크로 확산되고 있다. 2016년에 출범하여 현재 150개가 넘는 단체들이 연대하고 있는 Stay Grounded Network에는 공항확대 반대단체와 녹색교통 운동단체는 물론 기후정의그룹, 노동조합, 사회조직, 환경조직, 연구기관 등이 속해 있다. 2018년에는 항공 축소와 정의로운 교통시스템 실현을 위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주 2공항 백지화 운동도 이런 변환의 바람과 함께 한다고 생각한다. 항공수요, 과잉관광, 난개발, 경관 왜곡, 기후변화 취약성 등의 산적한 쟁점들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로 감출 수 없고, 풍력발전과 전기차로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 흔한 공론화조차 수용하지 않는 정치 관료들의 퇴출 없이는 '카본 프리 아일랜드'와 '제주형 그린 뉴딜'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린 모빌리티과 항공 운송의 양립 불가능성을 외면하는 국토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권력을 내려놓고 부끄러움을 느낄 날이 쉽게 빨리 오진 않을 것 같다. 

그린 모빌리티 이름으로 더 해야 할 것과 그 이름으로 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져보길 제안한다. 그렇다고 당장 모두가 모든 교통수단을 무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개인적) 탄소예산 범위 내에서, 그리고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사태를 예방할 수 있는 정의로운 방식을 통해 항공 산업과 비행 이동을 줄이자는 말이다. 그러자면 경제와 무역, 노동과 여가, 관광과 모험, 시간과 공간의 의미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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