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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9-16 12:31
변화에 관한 물음과 기후정치의 부재 / 박진미 기후결의 활동가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9  
지난 주말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그들의 발걸음을 신발로 대신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살고 싶다고 외쳤다. 생존을 향한 마음으로 윤슬광장이 가득 차도록 신발을 보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과감한 배출제로 계획, 탈석탄 로드맵 수립, 기후재난 안전망 강화와 청와대의 책임 있는 기후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이제 시민들이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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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관한 물음과 기후정치의 부재
[에정칼럼] 기후위기의 진실 알리는 것부터가 시작

다음세대의 문제일 것이라 여겼던 기후위기가 코로나19로 무너진 일상을 타격하고 있다. 속도와 파괴력은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보수적인 예측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파괴적인 기후재난 앞에서 일각에서는 대응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으로 이어지는 속도론과 논쟁들을 보며 변화는 참 더딘데, 그 변화는 누가 만드는 것이며, 변화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질문하게 한다.

국내에서 기후는 주로 에너지문제로 환원되어왔다. 2017년 기준 온실가스의 86% 이상이 에너지부문에서 배출되었다. 2019년에 발표된 3차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 방식에서 분산형 체제로의 전환과 재생에너지 보급량 목표를 제시하며 이와 수반되어야 하는 법제도 개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분산형 에너지 체제, 재생에너지와 관련 있는 기업, 일부 지자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등을 제외하고는 변화를 체감하긴 쉽지 않다. 또한 현재의 현실에서 에너지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정의, 환경정의의 측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작년부터는 정부문서에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책과 실행계획을 보면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한참을 못 미친다. 대통령 주재 경제대책회의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위기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대응 방법은 고용안정과 6개월 단기 일자리 정책으로 제시되었고, 곳곳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대치되는 개발 계획이 등장했다. 차라리 기후위기를 서문에 내세우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인식과 대책 간의 엇박자는 올해 발표된 그린뉴딜 계획에서 정점을 찍었다. 허공에 떠돌던 정책들에 예산을 태운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뉴딜 계획을 수식하던 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수사를 부끄럽게 한다.

정부의 인식은 유럽을 쫓아가고 미국을 쫓아간다. 그린뉴딜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권고안을 포함한 다양한 계획 속에서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것을 다짐한다. 하지만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에는 귀를 닫아버렸고, 국내에서 형성되는 기후운동의 사회적 맥락은 그레타 툰베리가 띄운 메시지 아래에서 선택적으로 등장시킨다. 그들이 미래세대라 일컫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불러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 필요한 변화는 더디고 기후정책에서 배제되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이러니 한국의 기후정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이냐 묻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바라보는 위기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와 다른 종류의 것인가.

물론 아주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탈탄소 정책은 부처 간 설득과 토론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의 대응 경쟁력 강화, 탄소국경세 직탄, 생산 축소로 인한 내수경제 위기의 문제만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중앙행정에 가려진 기후위기는 시민들을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 올해의 장마는 역대급 폭우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폭우로 잃은 것이 너무 많다. 국내의 돌아보지 않고, 반복되는 재난의 근본적인 대책을 미뤄두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혀 배제한 채 만들어지는 근시안적인 정책과 제도는 기후정치의 부재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하고, 한편에서는 민주적 절차와 참여가 등한시되는 속도론을 부상하게 한다.

이따금 기후위기 대응의 진정한 주체는 시민들이고 핵심은 시민들의 참여라며, 시민들의 역량을 이야기한다.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해서, 시민들이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억울하고 분노하게 하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그동안 단 한번도 정부는 기후위기의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폭우, 폭염, 한파, 가뭄이 기후위기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다. 기후위기의 진실을 제대로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국가가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 기증한 1천여 켤레 신발로 <기후위기를 넘는 행진> 퍼포먼스(사진=환경운동연합)

지난 주말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그들의 발걸음을 신발로 대신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살고 싶다고 외쳤다. 생존을 향한 마음으로 윤슬광장이 가득 차도록 신발을 보냈다. 시민들은 기후위기가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지금 당장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과감한 배출제로 계획, 탈석탄 로드맵 수립, 기후재난 안전망 강화와 청와대의 책임 있는 기후정책 추진을 요구했다. 이제 시민들이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될 것이고, 이들과 함께 할 때 변화의 추동력은 더욱 더 단단해지질 것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기후정치가 필요하다.

곳곳에서 우울과 자조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의 또래들은 기후재난과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 속 각자도생의 방식에서 오는 두려움 앞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차분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하겠다고 한다. 중장년들은 폭우와 폭염에 훅 가는 것은 자기들이라며, 곧 나이 들고 그나마 있던 체력도 떨어지는 마당에 재난에 대비할 수는 있겠냐고 그런다. 기후위기 앞에 현재 미래세대라 칭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제 없다. 모두가 당사자가 되어버렸다. 이들을 보호하고 기후재난으로부터 회복력을 갖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기후정치가 절실하다.

/ 박진미 기후결의 활동가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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