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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09-22 19:21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 김성욱 경기도에너지센터 수석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03  
이들의 분노는 2020년을 향해 있었다. 그 해의 기나긴 장마가 위기의 신호였음을,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산불이 머지않은 미래의 시현이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때가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면, 그 때 움직였더라면.

2035년 대한민국, 기후 디스토피아 미래 예측 보고서
[초록發光] 기후위기 대응, 지금이 마지막 기회

오늘도 거리 어디에선가 거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반정부 시위의 대표주자인 탄소테러집단의 기습 석탄 연소 테러가 시작된 것이다. 2020년 이후 각종 감염병으로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검은 연기가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화석연료 사용제한 덕분에 유난히 파래진 하늘에 검은 연기는 인상적인 궤적을 남기며 흩어져갔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시작된 지 3년째, 얼마 되지 않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비웃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 저급 석탄 연소 테러는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온실가스 관리의 총책임 부처인 기후에너지부의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었다. 비록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감축 규제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에게 시위에 참여하고 싶다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시위대의 석탄연소가 얼마 안 되는 국가 할당량을 갉아먹는다는 분노를 함께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모든 것은 2030년 대한민국이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못한데서 일어났다. 대한민국이 원래 약속했던 배출총량은 5억3600만 톤이었지만 2030년에 실제로 배출한 온실가스량은 그보다 1억 톤 이상을 초과해버리면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었다. 아니, 이미 그 이전에 2030년의 약속 기준마저 3~4℃의 온도변화를 가져와 기후위험을 악화시킨다는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커지면서 세계적인 온도변화 기준은 1.5℃ 상승 이내로 강화된 바 있었음에도 한국은 경각심을 갖지도,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할당량 대폭 감축이라는 반강제적인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다. 수출중심의 국가가 전 세계의 합의된 응징을 피할 도리가 없었다. 

진작부터 유럽은 그린딜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탄소국경세를 강화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상품의 수입을 막았다. 미국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의 분기점을 넘어가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뿜어낸다는 비난은 면하게 되었고 오히려 다른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에 대한 통상‧외교 압박의 선봉에 나섰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역시 재생에너지 가격 대폭 하락과 송배전망 가격 상승으로 분산형 에너지 그리드를 급속하게 확대한 반면, 안일한 인식으로 준비가 미흡했던 대한민국은 홀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의 경직적인 전력 관련 규제로 RE100 대응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더 비싼 재생에너지를 쓰며 생산단가를 올리는 것에 난색을 표했고 국내 투자를 점차 줄여나갔다. 또한 각종 규제와 국민의 외면 속에 태양광과 풍력 보급이 늦어지며 2020년대 후반까지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000만 톤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건물과 수송에 대한 온실가스 규제도 지나치게 늦었고, 에너지 효율개선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업이 활성화된 것조차도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2027년 이후의 일이었다.

국민은 2031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이렇게까지 큰 불편과 고통으로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한 마디, ‘여러분 죄송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와 약속한 2030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기준을 지키지 못 했습니다’라는 사과와 함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은 5억3600만 톤에서 3억5000만 톤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조차도 1.5℃ 이내의 온도상승을 보장하지 못하는 수치여서 추가 삭감의 가능성도 있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직접적인 파고를 맞은 기업들은 도저히 더 이상의 감축은 감당할 수 없다며 차라리 한국에서 사업을 접겠다는 위협으로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를 이기지 못한 정부는 결국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감축의무를 전가하였다. 그 결과 개인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 할당제가 시행되었고 각자가 배출할 수 있는 연간 온실가스 허용가능 총량이 국민 개인에게 할당되었다. 개인이 에너지나 탄소배출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각자가 소유한 계정의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량이 차감되기 시작했다. 이미 기후위기가 심화한 데다, 국내 배출허용 한도가 워낙 적은 터라 돈을 더 준다고 해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더 살 수도 없었고, 다만 특수상황에 처한 소수에 대한 추가 배당이 이루어질 뿐이었다.

당장 청년들의 시위가 거셌다. 젊은 시절 화석연료를 물 쓰듯 했던 노인들에 대한 분노가 그것이었다. 태어나자마자 감염병 관리규칙으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누려보지도 못했던 이들은 이미 태생적 울분을 갖고 있었던 데다, 미리 피할 수 있었던 과거의 수많은 탄소 감축 기회들을 이기심과 무지로 날린 노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들이 과거에 낭비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 청년과 노인의 동등한 온실가스 배출허용 할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고, 일부는 테러리스트가 되어 노인의 배출 할당분을 약탈하고자 했다. 

노인들 역시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고질적인 노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각종 연금과 복지혜택은 크게 감소했고, 주거공간으로 부적절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후문제는 갈수록 심해져 여름과 겨울에는 도저히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무더위쉼터나 태풍피난처가 있기는 하지만, 날로 심해지는 감염병 위기 때문에 어떤 시설도 일정 인원 이상은 수용할 수 없어 많은 노인들이 빈 쉼터나 피난처를 찾아 떠돌다 길에서 열 탈진으로 죽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어차피 코로나19 이후 장례식도 치르지 않는 문화가 주류가 되어 가족들도 이들을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았다. 

부자들이라고 대한민국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온실가스 배출총량에 민감한 전 세계 각국은 이민 제한 조치를 강화했고, 해외 석탄발전 투자 주요국이자 기후악당국가인 대한민국을 반기는 나라들도 별로 없었다. 부유층의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는 것도 이민 거부 사유가 되었다. 그나마 탄소 배급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탄소 에너지 자체 생산이 필수인데다, 타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 사용 시에는 망이용료와 지역별 송배전망 통과료가 너무 비싼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벗어나 지역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의 땅값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각자는 태양광 패널과 풍력, 지열을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감염병이 이어지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감염병 관리 규칙 강화로 밀집 금지 조치가 일상화되다 보니 지역으로의 이주가 쉬워지기도 했다는 것이 그나마 온실가스 배출허용량 할당제 실시가 연착륙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두 돈 많은 이들에 국한되었을 뿐이었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면서 직업을 가지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사람이 없어도 생산은 이어졌고, 수출이 잘된다면 내수 경제를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로봇세와 기본소득 논의가 한때 활성화되었지만, 이어지는 감염병 상황 속에서 연대는 소멸한 지 오래, 사람들은 집단으로 모이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져 시위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재해재난의 심화로 각종 인프라 보강과 국민보건 유지에 많은 예산이 필요해졌고, 노인층 증가로 부담은 커진 반면 세금을 걷기는 어려웠다. 한국이 이미 과거에 초과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한 해외 추가 탄소 구매에도 많은 재원이 필요했다. 세금은 점점 오를 수밖에 없었고 청년들의 취업 의지도 크게 꺾였다. 이들 중 일부는 정부의 실업급여나 기본수당으로 최소한의 공간과 영양분으로 연명하며 싼 값의 불법 가상세계로 도피했다. 첨단기술 중심으로 기업지원이 이어졌던 대한민국에서 가상세계는 이미 현실 세계 이상으로 구현 수준은 정교해졌고 퀘스트 포상도 현실화되었다. 현실세계에서 갖지 못했던 것들을 가상세계에서 몇 번의 리셋으로 얻다 보니 중독성이 심각해 과다한 가상세계 구현은 불법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 사이에서 가장 저렴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상세계에 머무르는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도 적으니 국가도 암묵적으로 이를 눈감아주었다. 

어쩌면 가상세계로 도피한 이들이 현명했는지도 모른다. 바다는 플라스틱과 화합물 과다 유입으로 오염이 심화되고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이미 자연산 해산물과 어패류 식용은 불법이 되었고, 토양 산성화가 심해지면서 노지의 농작물 생산 역시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기를 섭취할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허용 총량도 뭉텅뭉텅 줄어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저소득층에게 식사란 표준화된 합성 영양물뿐이었고,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금지되면서 천연 제품 용기와 옷, 가구와 공산품 가격조차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이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다. 

이들의 분노는 2020년을 향해 있었다. 그 해의 기나긴 장마가 위기의 신호였음을, 시베리아와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산불이 머지않은 미래의 시현이었음을 알았더라면. 그 때가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다면, 그 때 움직였더라면.

/김성욱 경기도에너지센터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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