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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10-20 15:19
탄소중립 고려않는 수소 경제 계획은 무효 / 박진희 이사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9,449  
친환경성을 목표로 내세우기는 하였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소 경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온실가스 저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전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의 시대 수소 전략을 위시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지향하는 기후대응 정책에 조응하여 수립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증가하지 않고 온실가스 저감을 이끄는 그린 수소 경제 구축의 관점에서 지금의 수소 경제 계획의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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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고려않는 수소 경제 계획은 무효
[초록發光] 그린 수소 경제 계획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15일 국무총리 주제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 도입 방안과 추출 수소 경쟁력 확보 방안 등 수소 경제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산자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수소 연료전지의 체계적인 보급 확대를 위해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RPS)를 통해 보급되던 발전용 연료전지를 이 제도로부터 분리하여 수소 중장기 보급 의무를 별도로 설정하고,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해당 의무자가 발전용 연료전지를 경매 방식을 거쳐 설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골자다. 즉, 발전용 연료전지 의무할당량 제도를 별도로 구축하여 연료전지 확대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이행 계획 중의 하나가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를 2018년 현재 307.6메가와트(MW)에서 15기가와트(GW)까지 확대 보급한다는 것이다. 발전 부문에서 친환경 연료인 수소를 활용하는 연료전지 확대를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함과 아울러 친환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연료전지 보급 제도가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자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의 RPS 제도 운영이 보여주었듯이 의무화 제도는 연료전지 확대를 가속화할 것임은 틀림없다. 문제는 이들 발전용 연료전지 확대로 인해 수소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천연가스, 화석 연료에의 의존 역시 심화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이 지체될 수 있다.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당시부터 수소 경제의 핵심인 수소 공급이 현재의 기술 수준과 한국의 낮은 재생에너지 비중으로 인해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추출 수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소위 회색 수소 경제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수소 공급은 2030년까지 추출수소 50%, 2040년 30%가 담당하도록 해두었기 때문이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발전용 연료전지에 공급될 수소 역시 대부분 추출수소로부터 나온다. 추출 수소의 경우 1킬로그램(㎏) 생산에 8.6㎏ 이산화탄소 배출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료전지 의무할당량이 연료전지에 들어갈 수소의 원천을 구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량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이상, 기술적 경제성이 가장 높은 추출 수소에 제한을 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연료전지 보급 확대는 추출 수소 공급 확대, 온실가스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연료전지 보급은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전환 과정을 한번 거친 그린 수소를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한번 전기로 전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친환경성을 목표로 내세우기는 하였지만 실질적인 온실가스 저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소 경제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우리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이 온실가스 저감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전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수소 경제 활성화 논의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배경으로 이루어졌고 2019년에 발표된 로드맵에서 정부는 ‘수소차,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 경제를 선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술 중심의 계획에서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저감 문제 해결, 에너지 저장체로서 수소 역할,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최근 독일에서도 국내 수소 시장 활성화, 수소 생산 기술 확보와 수송 부문 수소 연료 확대를 포함하는 국가 수소전략을 수립, 관련 사업 시행에 나섰다. 그런데 우리의 전략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 국가수소전략의 목표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국가수소전략은 핵심 탈탄소 요소인 수소 시장을 확대하여 기후보호에 기여함을 궁극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온실가스 저감을 지향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에서 에너지저장체로서 수소가 핵심 역할을 하며, 화학 및 산업 공정의 탈탄소화를 이끌 수 있고 수송 분야에서 대체 연료로 온실가스 저감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즉 독일 연방정부는 기후보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생성된 그린수소만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런 목표에 따라 전략 이행의 우선 과제로 해상, 풍력 설비를 주축으로 2030년까지 5GW 용량의 그린수소 생산설비 구축을 수립하였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가스 또는 액체 형태로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PtX) 투자 확대 계획도 내놓았다. 수소 발전을 통해 생성된 전력이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음이 보장되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항공, 해운, 화물 등 대형 수송 분야에서의 수소 연료 활용, 산업 공정에서의 탈탄소화에 수소 활용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세부 전략의 핵심에 탄소 중립 달성이 놓여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수소 전략을 위시한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이처럼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지향하는 기후대응 정책에 조응하여 수립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을 증가하지 않고 온실가스 저감을 이끄는 그린 수소 경제 구축의 관점에서 지금의 수소 경제 계획의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박진희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

*초록발광은 프레시안에 동시 게재됩니다.

▲한국의 수소 경제 계획에는 탄소 중립과 온실가스 저감 목표가 빠져 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달 29일 용량 증설 및 설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 수소충전소를 찾아 작업 현황과 안전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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