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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10-20 15:26
문제는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 권승문 부소장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11,500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그 목표를 강화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출권거래제를 지속한다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의 할당량은 현행보다 대폭 줄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포스코와 삼성, LG 등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처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도 나서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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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에정칼럼] 10개 기업 배출량이 국가 전체의 약 50%

지난 9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유럽연합(EU)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이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EU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최소 55%로 감축해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이케아 등 150여 개 글로벌 기업 CEO들은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녹색·디지털 산업 확대에 기반한 경제 회복이며,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온실가스를 최대한 감축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 감축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상향조정에 따라 2050년까지 회원국들의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를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 정책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100GWh 이상 전력을 소비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 등록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RE100 캠페인에 등록한 기업은 250곳을 넘어섰고,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이 대다수인 가운데,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기업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애플과 소니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RE100을 선언한 가운데 RE100캠페인 요건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은 약 300곳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전 사업장에서 RE100을 이행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국내에서도 제도와 여건이 갖춰지면 RE100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등에서는 이러한 삼성의 입장 발표가 이번 국감의 큰 성과인 것처럼 보도하지만, 사실 세계적인 추세와 환경, 정부의 지원방안 마련 계획이 고려된 상황에서의 언급에 불과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내에 RE100 이행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RE100 참여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그나마 눈길이 가는 것은 최근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기업이 삼성전자라는 뉴스다. 2015년 이후 5년 동안 66% 가량 증가했고, 이는 2017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시장의 호황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문제는 5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같은 기간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이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많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이 과도하게 할당되었다는 의미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의 경우는 배출권거래제 시행 기간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드러났고,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5년 기간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은 배출권을 할당받았다.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배출권거래제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다시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NGMS)에서 업체별 배출량을 정리·분석해보면, 2019년 온실가스 상위 배출 10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3억 3,450톤으로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추정치) 7억 280만톤의 47.6%에 이른다. 포스코와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 5개사, 현대제철, 삼성전자, 현대그린파워, 쌍용양회가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듯이 삼성전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상위 30개사로 넓혀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30개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4%로 증가한다. 상위 50개사로 보면 그 비중은 71.5%에 이른다. 한국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달성하고, 그 목표를 강화해나가면서 2050년 탄소중립 선언과 정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누가, 얼마나,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준다.

조금 더 명확하게 대상을 좁혀보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11.6%를 차지하는 포스코, 4.7%를 차지하는 현대제철(+현대그린파워), 2.3%인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2%인 LG(화학과 디스플레이)를 합하면 그 비중이 20.6%다. 여기에 발전 5개사의 전체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은 28.2%를 더하면, 48.8%가 된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그 목표를 강화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배출권거래제를 지속한다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의 할당량은 현행보다 대폭 줄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파국을 막으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포스코와 삼성, LG 등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처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기업들도 나서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이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향후 10년 동안의 행보에 따라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과 기업들의 생존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EU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국제 무역질서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한국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고, RE100을 앞다퉈 선언하고 이행하는 그 날이. 한국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조정하고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하는 ‘진짜’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란다.

/권승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에너지정치 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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