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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11-23 13:59
기후위기·에너지전환,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 박진미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6,330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더라도, 대통령과 청와대, 중앙정부의 의지와 인식 차이는 다를 것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식 차이, 권한, 재정은 다르다. 광역시도와 기초지방정부의 상황은 또 천지차이고, 시와 군구의 상황은 제각각 다르다. 지역의 특성도 다양하고 지리적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뼈아프지만 그 격차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돌아보고,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단체장, 시의회, 공무원이 속한 행정도 있고, 주민도 있고, 시민사회도 있고, 지역 기업 등 다양한 당사자가 있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사회 대전환 질서는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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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너지전환, 지역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에정칼럼] 전환로컬 청년기행 참여를 중심으로

청년들이 ‘전환로컬 청년기행’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으로 갔다. 기후위기 대응•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주관한 프로그램으로 기후, 에너지, 그린뉴딜에 관한 정책사례가 있는 경기도 화성시, 충남 당진시, 경기도 여주시, 대전시 대덕구, 충남 금산군, 경기도 고양시(방문 순)의 담당자를 만나 지역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필자는 본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에 참여하였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이들과 함께 5주간 지역을 탐방하였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참여자 중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 거주하셨고, 절반 정도는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행동을 고민하고, 피켓을 들고, 단상을 점거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퍼포먼스 등 직접행동을 해오시던 분들이었다. 참여자들은 해외석탄투자,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전략, 탈석탄부터 지역의 환경이슈와 재생에너지 주민수용성, 지자체 구조 및 예산, 지역별 그린뉴딜 정책까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다.

청년들이 지역의 정책 담당자를 직접 만나 정책 수립 과정과 추진 상황을 듣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기후와 에너지를 통합하는 전담부서(예를 들어 기후에너지과)가 있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은데, 환경과, 일자리경제과 등 해당 사업을 담당한 주무부서의 국장, 과장, 팀장, 주무관을 직접 만날 수 있었고,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역에서 실제로 실행해야 하는 지방정부와 지역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보통 기사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지역의 현실이 프로그램 내내 함께 했다. 우수사례가 있는 지역을 선정했지만 현실과 여건이 다른 곳보다 수월해서 가능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인상 깊었던 곳은 충남 금산군이다. 금산군은 쓰레기 매립시설로 인해 주민들과 24년 동안 입지 갈등을 겪었는데, 최근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우여곡절 끝에 원스톱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구축한 곳이다. 금산군에서 24년간의 갈등을 담당했던 팀장님이 그간의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셨는데, 그의 말에서 갈등이 헤집어 놓은 긴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수가 5만이 조금 넘는 작은 군에서 주민들과 행정 인력도 서로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었을 터. 애향심으로 시작된 매립장 건설 반대운동은 전국의 여타 갈등 사례처럼 여러 이유로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였는데, 2007년 민간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협약서를 공동으로 작성하고, 2차례 변경을 통해 현재의 시설을 구축할 수 있었다. 주민들이 요청하는 자료는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과 협력을 끊임없이 시도하여 행정을 신뢰할 수 있도록 했다.

금산군의 경우 선별장, 소각장, 소각재 매립장이 한 곳에 모여 있어 원스톱센터라고 한다. 금산군 내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대상으로 하며, 하루에 최대 30톤을 처리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가구가 늘어나 폐기물 양이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금산군 원스톱센터는 소각재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직매립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있지만, 인구수가 5만 조금 넘는 작은 군 단위에서 폐기물 양 자체를 줄이려는 고민도 하고 있다. 선별장에 쌓인 생활 쓰레기와 압축되어 소각을 앞둔 큐브 모양의 쓰레기더미의 규모에 청년들은 다들 놀란 눈치였다. 서울과 경기, 수도권에서 나오는 폐기물 양은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이지 않을까?

완전한 자원순환은 아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우수사례로서 상도 받은 시설이었다. 최신 설비가 구축된 좋은 시설이 지역에 들어선 것과 별개로 현실에서는 여전히 어르신들이 검은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배출은 종량제에 담아 하는 것이 당연한 현재의 청년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상상이 잘 안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금산군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준공식과 여주형 태양광 시범사업 조감도

여주시는 농촌형 도시로,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 발전사업에 참여하고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여주형 농촌태양광 시범사업을 담당하는 주무관님과 10개의 발전소를 운영 중인 에너지협동조합 관계자들로부터 설비 설치과정과 현황, 추진하면서 겪은 어려운 점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체장의 확고한 철학과 의지도 있었지만, 이것을 자기 일로 받아들인 행정도 있었다. 사업을 설명하던 주무관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하려니 법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도 너무 많았다고 한다. 가짜뉴스에 설득 당한 주민들과의 대화와 소통은 참 쉽지 않았고, 설명회와 간담회를 개최하여 직접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여러 차례 만들어왔다. 사업 구상이 윤곽을 보일 쯤 기존에 없던 형태의 사업 공고문을 내는 것도 수월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온 과정 중 쉬운 것이 없어보였고,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화성시는 약 30개의 산업단지가 들어선, 성장하는 산업도시에서 해결해야 하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완화시키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전환을 하기 위해 고민했다. 부서를 넘나드는 그린뉴딜 TF를 구성하여 세부 과제를 도출하였고, 지속가능발전목표에 기반하여 과제별로 평가지표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대덕구는 에너지카페, 넷제로카페를 거점으로 하여 주민들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가짜뉴스에 직접 대응하기보다, 시공사례가 있는 주민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경험에 기반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확산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체험 관리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다.

당진시는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주민들과 단체장 그리고 행정에서 직접 저지하고, 그 부지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RE100, 에너지전환을 통한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시는 단체장의 강력한 의지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기반하여 환경정책을 수립하고 매년 이행점검을 통해 정책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곳으로 108만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배출량 비중이 가장 높은 건물 부문에서 획기적인 감축을 하고자 재생에너지 보급에 애쓰고 있다. LH공사를 통해 보급되는 향동지구 임대주택에 우선적으로 전세대 베란다 미니태양광을 설치하고 일부 세대에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사후 관리를 도모하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하천에 적극적으로 나무를 심고, 장항습지와 같은 도시의 생태계 보호에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하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전환로컬 청년기행을 통해 본 지역은 5만에서 108만까지, 농촌형이거나 산업 중심도시이거나 도농복합 도시이기도 하고 행정적으로는 구, 군 단위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지역의 복잡한 상황과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지역에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기후재난에 대비해야 하며, 재생가능에너지를 속도감있게 확대하고, 대통령이 목표로 명확하게 밝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6곳의 지역의 정책을 들여다보면서 2050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그린뉴딜을 과연 기초지방정부, 지자체 단위에서 가능하게 하기 위해 풀어 가야할 과제는 여전히 많아 보였다.

한편 2050 탄소중립 사회라는 새로운 질서를 개별 환경정책과 개별 사업으로 풀어내고 있어 그 한계가 예상되기도 한다.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설비를 마냥 보급하고 확대하는 것만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행정에서는 재정자립도와 자주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공모사업으로 나오는 국비, 시/도비를 받기 위해 지역 간 경쟁도 불가피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막대한 지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수소사업이 천편일률적으로 지역의 기후에너지정책에 그럴싸하게 반영되는 것도 현실이다. 인구유실과 소멸을 걱정하는 지역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반대되는 사업을 추진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하는 것도 현실이다. 전국의 5개 지역에서 신규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모순이 있고, COP28 유치 경쟁이 불러올 상황에 아찔해져 오기도 한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접하게 된 지역은 전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우수한 케이스들이다. 하지만 참여자인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보행권과 자전거 도로 확장을 이야기하지 않는 교통정책, 노후건물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 없는 건물정책, 최소한의 전력자립과 에너지자립을 이야기하지 않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 그린뉴딜로 인해 창출될 일자리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정의로운 전환 로드맵이 부재한 정책 구상 등 지역의 정책 소개에 다소 아쉬웠다는 의견들이 있었고,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역의 현재 상황은 청년들의 기후행동의 구호로서 요청되는 사회, 경제, 정치의 구조적인 전환을 그대로 대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필자와 동료 청년들이 요구하는 탄소배출제로 사회로의 전환, 구체적인 정의로운 전환 로드맵 구상, 회복력이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는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실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지역의 상황과 역량에서 실현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역의 상황을 헤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더라도, 대통령과 청와대, 중앙정부의 의지와 인식 차이는 다를 것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식 차이, 권한, 재정은 다르다. 광역시도와 기초지방정부의 상황은 또 천지차이고, 시와 군구의 상황은 제각각 다르다. 지역의 특성도 다양하고 지리적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뼈아프지만 그 격차를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을 돌아보고, 지역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단체장, 시의회, 공무원이 속한 행정도 있고, 주민도 있고, 시민사회도 있고, 지역 기업 등 다양한 당사자가 있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사회 대전환 질서는 지역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박진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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