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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0-12-02 11:13
코로나19 시기 죽어가는 동물들 / 정은아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8,443  
코로나19가 전 지구에서 유행하는 사이, 인간과 비인간의 목숨값은 동등하지 않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비인간을 사용해도 된다고 믿는다. 코로나 전염의 주역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비인간을 죽이면서 생존을 꾀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금처럼 인간 중심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 코로나가 끝난 후에, 인간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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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 죽어가는 동물들
[에정칼럼] 애도할만한 죽음은 인간의 죽음뿐인가

죽은 밍크가 땅에서 솟아나고 있다. 덴마크 홀스테브로(Holstebro) 서쪽에 묻힌 밍크 사체가 썩으면서 배출된 가스 때문에 팽창해 표면으로 밀려났다. 모래 같은 장지는 얕얐고 밍크는 흘러넘쳤다. 26일 총리는 눈물을 훔치며 사실을 설명하고 사과했다. 새 농림부 장관과 의회는 환경국 승인을 얻어 밍크 사체를 전부 불태울 계획이다.

홀스테브르 밍크 도살 동영상 캡쳐(https://youtu.be/nHyPUm3kjWM)

애초에 왜 그렇게 많은 밍크가 묻혔을까? 11월 초, 덴마크는 전국 밍크 농장을 폐쇄하고 1,500만에서 1,700만 마리 밍크를 전부 죽이겠다고 결정했다. 1,500만이라는 숫자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면, 지난달 서울, 부산, 전라남도 인구를 다 합쳐도 1,500만이 조금 안 된다.

왜 덴마크는 그 많은 밍크를 죽이려고 했을까? 밍크에게 발견된 사스-코로나 변종(SARS-CoV-2) 때문이다. 11월 초 변종 바이러스에 걸린 유틀란트(Jutland) 북부 밍크 농장 일꾼 8명과 지역주민 4명을 검사했을 때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인간이 대항할 준비가 되지 않은 변종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가 백신 효과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덴마크 정부는 해당 지역 내 이동 제한과 학교 폐쇄하고, 덴마크 내 모든 밍크를 살처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류에 대한 책임”아래 살처분 계획을 발표하자, 전국 밍크 농장과 모피협회가 들고 일어났고, 반대파는 과학적·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장관이 경질됐고, 농장 폐쇄는 유예됐다. 밍크는 1,500만까지는 아니고, 많이 죽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덴마크에서 약 1,000만 마리 밍크가 죽었다. 여름부터 밍크는 이미 죽고 있었다.

현재까지 미국,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를 포함해 총 7개 국가에서 밍크가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점이 확인됐다. 밍크는 어쩌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고 인간을 감염시켰을까? 이들은 갇혀있기 때문에 다른 종의 숙주와 교류하지 못한다. 덴마크와 WHO는 인간을 통해 초기에 밍크가 바이러스에 걸렸을 것으로 추측한다. 가뜩이나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밍크가 다닥다닥 농장에서 붙어 지내면서 내부에 빠르게 변이가 이루어지고 인간에게도 변종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거대한 ‘저장고’ 역할을 한 것이다. 결국 밍크가 바이러스에 걸리고, 이를 다시 인간에게 옮기는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농장에 밍크를 가뒀기 때문이다.

농장은 판매를 목적으로 대량으로 가축을 가두어 기른다.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세계 모피 생산국 1위인 덴마크에서 밍크는 약 4,600억원에서 5,200억원의 돈으로 환산된다. 모피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밍크 60마리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동물보호단체 Animal Rights가 공개한 밍크 농장의 ‘마지막 수확’ 영상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일꾼들은 밍크를 휙휙 돌려 기계로 던져넣는다. 네덜란드 동물보호법과 유럽 규정에서는 동물 도살 과정에서 고통을 경감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어차피 곧 죽을 목숨이니까. 이들의 죽음은 애도할만한 죽음이 아니니까.

애도할만한 죽음은 인간의 죽음이다. 지금은 사람이 수없이 죽어 나가는 판국이니까. 애도 받지 못하는 죽음이 어디 밍크 하나뿐이랴. 투구게의 피는 백신 오염 여부를 확인할 때는 사용된다. 투구게는 중생대부터 2억 년 동안 생존하는 ‘살아있는 화석’이다. 하지만 제약회사가 투구게의 파란 피를 채혈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투구게가 죽는다. 살아남은 투구게도 바다에서 오래 살지 못한다.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상용화될 만큼 대량 생산되고 나면, 투구게는 멸종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화석의 멸종보다 급한 것은 사람을 위한 백신이니까, 투구게 혈액은 계속 채취된다. 백신 개발에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막대한 자본과 죽어가는 자연이 투입된다.

코로나19는 자연을 끝없이 개발하고, 착취한 인간에게서 시작했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졌고, 더 빈번히 접촉하면서 인간과 동물은 인수공통감염병에도 취약해졌다. 하지만 인간은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서 다시 자연을 쥐어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가 전 지구에서 유행하는 사이, 인간과 비인간의 목숨값은 동등하지 않다.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비인간을 사용해도 된다고 믿는다. 코로나 전염의 주역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비인간을 죽이면서 생존을 꾀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금처럼 인간 중심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계속 이래도 괜찮을까? 코로나가 끝난 후에, 인간에게는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고 싶은가?

/정은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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