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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정칼럼

 
작성일 : 21-01-04 14:29
'플라스틱 지구'의 위협 / 하바라 연구원
 글쓴이 : 에정센…
조회 : 4,813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4~8%가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석유 소비의 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과 지역 사회 건강에 끼치는 영향 외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탈플라스틱 사회는 더 이상 바다거북이의 생존과 해양생태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탈탄소사회와 친생태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정인 것이다. 소비자와 개개인의 선택에 미루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과 정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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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지구'의 위협
[에정칼럼] 텀블러, 장바구니로 해결 안돼···생산·소비과정 대책 필요

오랜 시간 다양한 생물체가 지구를 살다간 흔적으로 남겨져 있던 화석연료. 그 생명의 발자취는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욕심을 위해 땅속에서 끌어 올려져 마구잡이로 쓰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폭발적인 자본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그중 석유는 에너지로서 엄청난 효율과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배출함과 동시에, 뛰어난 내구성으로 반영구적으로 썩지 않는 플라스틱/비닐이라는 획기적인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연간 전 세계 석유 소비의 약 4~8%가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까지 석유 소비의 2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과 지역 사회 건강에 끼치는 영향 외에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반드시 퇴출되어야 한다.

비록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폐기물 부문이 차지하는 것은 3% 이내이지만, 2019년에 국제환경법센터(the Centre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에서 발표한 ‘플라스틱과 기후: 플라스틱 행성의 숨겨진 비용(Plastic & Climate: The Hidden Costs of a Plastic Planet)’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제조를 위한 화석연료 추출, 운송, 정제 및 제조 등의 과정에서 산정되지 않은 숨겨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2050년까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56기가톤에 다를 것이며, 남은 탄소예산의 10-13%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부터 2015년 동안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배로 급격히 증가했고, 지난 2018년에는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갈 데 없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전국이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게다가 최근 9월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용 일회용기, 일회용 마스크 사용 등으로 지난해 동기 약 15% 급증했고, 양으로 따지면 하루 평균 848톤을 배출하고 있다.

급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만큼 시민들의 피로감과 쓰레기에 대한 인식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많은 사람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소비와 배출, 처리까지 사회적으로 관리를 해야 하는 사회구조의 문제이다. 우리 집도 가족 구성원 모두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고, 배달음식은 시켜 먹지도 않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40L짜리 쓰레기통이 플라스틱, 비닐, 포장지 등으로 꽉꽉 찬다.

소비되고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 자체가 어마무시한데, 몇 십 년간 정부가 제시한 해결책은 ‘분리수거’뿐이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분리수거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열심히 분리수거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리수거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되는 양이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환경부가 발표한 2018년 기준 86.1%의 재활용률은 선별업체에 반입된 총량을 기준으로 나온 수치로, 재활용률이 아닌 분리수거율로 보는 것이 맞고, 실제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은 전체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24일, 드디어 정부가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발표했다. 계획의 주요 내용은 2025년까지 폐플라스틱 올해 대비 20% 감축,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도 지금의 54%에서 70%까지 높이겠다고 한다. 또한, 2050년까지는 기존의 석유계 플라스틱 대신, ‘쉽게 썩는’ 100%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움직여서 다행인 걸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당장에 이번 주에 내다 버려질 우리 집 쓰레기통이 가벼워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경우, 땅에 매립되어야 쉽게 썩는 것이지, 현재는 일반 플라스틱과 함께 분리 배출되어 오히려 플라스틱 재활용에 혼란을 가중한다는 논란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플라스틱을 세분류할 분리 수거통을 추가 설치한다는 대책은 최근 저유가 사태로 분리 배출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그에 맞는 대응책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정부가 플라스틱 총량을 줄이기 위해 생산부터 줄이겠다는 방침도 포함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류 생산업체에 생산비율을 설정해 ‘권고’하는 수준으로 그쳐, 그 실효성이 불분명하다.

정부는 폐플라스틱 관리를 위해 기술개발에도 큰 노력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폐플라스틱을 대체연료로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인 시멘트 산업의 체질 개선과 더불어, 폐플라스틱 대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혁신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홍수에 질식해버릴 것 같은 현재 상황에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임에는 분명하나, 한편으로는 폐플라스틱의 소비 관리보다 처리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이 든다. 매립지 부족과 폐기물 증가에 폐기물 배출 감축 대신, SRF 확대와 열병합발전 확대라는 정책으로 대응했던 지난 정부의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세계의 탈플라스틱 기조는 분명하다. 유럽연합에서는 2021년 1월 1일부터 플라스틱세를 전격 도입한다.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고, 그 플라스틱세는 탈탄소사회와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완화할 경기부양책 자금 확보를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록 유럽연합의 조치도 플라스틱 제조사에 대한 직접제재는 아니지만, 플라스틱 소비습관의 전환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유럽연합의 플라스틱세 도입은 플라스틱의 사용이 국내 폐기물 처리 및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에 끼칠 영향을 암시한다.

이렇듯 탈플라스틱 사회는 더 이상 바다거북이의 생존과 해양생태계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탈탄소사회와 친생태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필수 과정인 것이다. 소비자와 개개인의 선택에 미루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과 정책이 절실하다.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 에정칼럼은 레디앙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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